구약시대에,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선택된 민족'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많은 민족들 중에 오직 그들을 선택하시어 역사를 이끌어 가십니다. 그래서 그들이 외적의 침략을 받은 것도 '하나님의 뜻'이요. 그들이 겪어 온 수많은 고난과 비극들조차 모두 '하나님의 뜻'인 것입니다. 대부분의 유대인들은 이런 성경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신약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더 이상 '선택된 민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민족이 동등합니다. 가나안 땅의 민족들을 말살하고 그 땅을 차지하는 시대가 아닌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으로, 하나님이 역사를 이끌어 가시는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꽤 많았습니다. 미국의 초기 이민자들은, 인디언들을 다 죽이고 '하나님의 나라'를 아메리카 대륙에 건설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메이플라워를 타고 온 순진한 사람들은 매우 소수였습니다)

유럽 이민자들의 몸에 페스트균이 묻어오게 되었는데 페스트에 대하여 전혀 면역이 없는 수백만 명의 인디언이 사망하게 되자 '개신교도들'은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며 감사의 기도까지 드렸습니다. 그들은 철저히 성경과 역사에 대하여 무지하였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6‧25와 일제 침략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분은 한민족을 구약의 이스라엘과 같은 '선택된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모든 역사가 한민족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초대형 교회의 장로가 그런 터무니없는 성경 해석을 한다는 것은 우리 개신교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건인 것 같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망언과 착취를 일삼는 '악한 자들의 뜻'이었던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면 그가 믿는 하나님은 도대체 어떤 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익희 / 밴쿠버 평안교회 목사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