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숙 씨는 4월 28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1인 시위를 해 온 '평범한 엄마'입니다. (관련 기사 : 거리에 선 '평범한' 엄마, '평범한' 그리스도인) 한 달 넘도록 지속된 시위를 6월 2일부로 마치면서 <뉴스앤조이>에 호소문을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주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오지숙, 올해 서른아홉 살인 우리나라의 주부입니다. 저는 강남구 세곡동에 거주하며, 다섯 아이의 엄마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한 달 넘게 세월호 참사 관련 1인 시위를 하면서 여러 분들에게 "정치인이냐?", "어느 단체에서 나왔느냐?", "종북 세력이다"’, "빨갱이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어느 단체의 지시를 받고 나온 것도 아니며, '종북 세력'이나 '빨갱이'는 더더욱 아닙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큰애부터 아직 기저귀도 떼지 못한 세 살 막내까지 다섯 아이를 둔 평범한 엄마, 평범한 가정주부입니다.

▲ 오지숙 씨는 한 달이 넘도록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해 왔습니다. 그는 활동가도, 정치인도 아니고, 종북 빨갱이도 아닙니다. 중학교 1학년 큰아이부터 세 살 막내까지 다섯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입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불감증과 책임 의식 부재를 반성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밝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오지숙 씨는 말합니다. 6월 2일부로 1인 시위를 마치면서 호소문을 보내왔습니다. 사진은 5월 중 1인 시위를 하던 오 씨의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세월호 사건을 두고 많은 분들이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모두의 안전불감증과 책임 의식 부재가 이런 사건을 만들었다고 모두 다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저도 이번 사건을 통해 저 자신은 운전석에 앉아 습관처럼 안전벨트를 매면서 뒷좌석에 있는 우리 아이들 벨트 매주는 것은 잊곤 했던 저의 안전불감증을 회개했습니다. 가끔은 귀찮다는 이유로 재활용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혼합해서 버린 환경에 대한 책임의식 부재를 반성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과 책임의식 부재에 대한 비판, 반성과 이번 세월호 사건이 누구의 잘못인지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엄격히 분리되어야 합니다. 한 달 넘게 하루 4시간씩 광화문 광장에 있으면서 수많은 기자회견과 침묵시위를 지켜보았습니다. 그중에서 저를 가장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살인 사건 피해자 가족'의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누군가가 가족을 죽였습니다. 누가 왜 죽였는지 제대로 밝혀 주지 못하는 것이 원통하고 절통합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살인당한 네 가족이 평소에 처신을 어떻게 했길래 죽은 거냐, 네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런 피해를 당한 거냐'는 주위의 시선이었습니다. 가족이 살해당하는 엄청난 일을 겪었건만 남겨진 가족에게는 죄인의 멍에가 씌워져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나고 가장 죄책감에 시달릴 사람들이 누구겠습니까? 가슴을 치며 내 잘못이라고, 다 내 잘못이라고 울부짖을 사람들이 누구겠습니까? 바로 자식을 잃은 어미, 아비입니다. '수학여행 간다고 할 때 보내지 말 걸 수학여행 보낸 내 잘못이다', '배 타고 간다고 할 때 반대할 걸 배 타고 가게 한 내 잘못이다', '배가 기울어진다는 문자 왔을 때 당장 나오라고 할 걸 선생님과 있다고 하기에 기다려 보라고 한 내 잘못이다'. 제가 안산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는 단원고에 보내지 말고 다른 고등학교에 지원하게 할 걸, 생일이 빨랐던 아이, 한 해 더 있다가 여덟 살에 학교 보낼 걸, 심지어는 핸드폰을 사 주지 않은 것까지도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핸드폰이 있는 아이들은 죽음을 예감한 그 순간에 엄마,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라도 했는데 우리 아들은 그걸 못 한 게 얼마나 속상했겠느냐고…. 우리는 반성하자고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말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자기 잘못'이라고 애통해하시는 그분들은 '그래, 역시나 내 잘못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분명히 밝혀져야 합니다. 무리한 운항, 과적, 안전장치 소홀, 피난 방송의 부재 등, 수백 명의 승객을 실은 채로 침몰한 세월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망망대해 공해상도 아니고 바로 코앞 바다에 수백 명의 아이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았는데 한 명도, 단 한 명도 구해 내지 못한 것이 뭐가 잘못되어 그런 것이고 누구의 책임인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부모님들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가슴에 묻고 영혼이 죽어 가는 우리의 부모님들을 살릴 수가 있습니다.

저는 오늘 1인 시위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그네를 밀어 주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소박한 밥상을 차려 주던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눈물이 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더 이상 아이의 손을 잡고 뺨을 부빌 수 없는, 더 이상 스마트폰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잔소리할 수 없는 수백 명의 어머니, 아버지를 두고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염치가 없어 눈물이 납니다.

처음 1인 시위를 결심했을 때, 실종자가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하자고 나 자신과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 지키지 못하고 떠납니다. 아직도 그분들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이 내 눈에 보이고, 그분들의 애통한 절규가 내 귀에 들리는데도 내 육신, 연약하여 이제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너무도 죄송하여 저는 오늘 팽목항으로 갑니다. 우리 아이들이 끝까지 애타게 '엄마, 아빠'를 부르며 죽어 간 그 바다, 엄마, 아빠가 제발 살아 돌아오라고 애타게 자식의 이름을 부르던 그 바다에 가서 저의 마지막 1인 시위를 하려고 합니다. 제 피켓에는 이렇게 씌여 있습니다.

세월호 실종자 16명, "누가 이들의 이웃이 되겠느냐"

여러분, 여러분이 이들의 이웃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2014. 6. 2. 오지숙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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