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1일(주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에선 대규모 기도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름하여 연합 기도회.

김삼환 목사는 걸핏하면 스스로 조직해서 연합 기도회를 주도한다. 멀리 갈 것 없다. 2009년 1월 2일 조용기·고(故) 김준곤 목사와 작당해 "(지상파 방송이 편협하니) 방송법 개정은 바른 개혁"이란 논지의 연합 기도회를 가졌다. 한나라당과 조·중·동·매 보수 신문의 '종합 편성 채널(종편)' 진출 기도에 노골적으로 손을 들어 주었다.

종편 허가가 방송 개혁?

김삼환 목사는 2012년 6월 24일 오후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만 명을 모아 놓고 '대한민국 지키기 6·25 국민대회'를 주도했다. 이날 조용기 목사 외에 길자연, 홍재철, 엄신영 등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군중은 명성교회를 비롯한 대형 교회에서 동원됐다.

명목상의 주최였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측은 "국민대회의 취지가 순국선열들을 기념하고 호국·안보 정신을 고취하며, 종교 다원주의 반대와 민족복음화·세계 선교를 위해 함께 기도하기 위해 모였다"고 밝혔다. 참고로 김삼환 목사는 종교 다원주의를 용인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2013년)의 대표대회장이었다.

2013년 4월 10일엔 서울역 광장에서 한국교계동성애동성혼입법저지비상대책위원회 상임총재(이름 한번 길다) 자격으로, '노숙 형제들과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비상(SOS) 구국 기도회'를 가졌다. 노숙 형제와 한반도 평화 통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게 평화통일인가, 아니면 한 그릇의 따뜻한 밥인가. 이날도 국회조찬기도회 회장 황우여,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김명규, 의회선교연합 상임대표 김영진, 세계성시화운동본부 총재 김인중․ 전용태 등이 찬조 출연했다.

목사보다 연예기획사 대표?

아무튼 이런 사람이다. 목사라기보다 뛰어난 엔터테이너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 이번에 명성교회 새 예배당에서 연합 기도회를 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이 모임의 시기와 의도가 상당히 고약하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5월 22일 림인식·신경하·서기행·김정서·최성규·장상 등을 규합, '세월호참사회복을위한한국교회위원회'란 정체불명의 단체를 급조해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 6·4지방선거 사흘 전 기도회를 열기로 한다.

여기서 불거진 문제. 신경하 감독과 장상 목사는 그날 무슨 회의가 열리는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갔다고 한다. 그리고 기도회의 성격이 이상해 불참키로 했다고 전했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유재명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다. "모임 전날 안산의 상황을 보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참석했는데, 느닷없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자는 이야기가 나와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이 사람들 김삼환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

근데 그 기도회를 통해 20억 원을 모아서 앞으로 2년 동안 세월호 유가족의 심리 치유를 위한 돌봄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한다. 유가족 심리 치료? 그 전에 김삼환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5월 11일, 18일, 25일 3주 연속해서 세월호 관련 부적절 발언 내뱉음으로 해서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다. 통회자복(痛悔自服), 아니 두 손 들고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한다.

기도회는 김삼환 show up 위한 무대

사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김삼환이 얻고자 하는 것은 딱 하나다. 자신에 대한 'show up'이다. 명성교회 10만 성도(실제론 5만 남짓)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만으론 성이 차질 않는다. 수시로 대한민국 고위 정치 지도자와 대중들에게 얼굴을 보여야 직성이 풀린다. 가위(可謂) 중독이다. 그거야 뭐, 개인적 욕심이라고 치부하자.

문제는 기도회라는 이름의 이 행사가 6·4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 그것도 보수 우익의 집결을 기도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2011년 12월 24일 새 예배당 헌당식에 YS, 이상득 외 22명의 국회의원들을 모아 놓고, MB 영상 메시지까지 틀었던 '정치목사' 김삼환. 여전하다.

윤재석 / 방송인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