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4일, 정치 깡패 '용팔이' 김용남 씨가 목사 안수를 받았다. 누리꾼들은 "목사는 아무나 하나", "목사 자격 남발한다"면서 기독교를 비난했다. 문제 많던 과거를 뒤로 하고 목사가 되었지만 본인은 물론 기독교에 비판 여론을 일으킨 인물은 더 있다. 목사 안수식에 참석한 이들에게 두 손을 들며 인사를 하고 있는 김 씨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5월 24일, 서울 성도순복음교회(박성배 목사)에서 열린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서대문 총회(함동근 총회장) 남부지방회 목사 안수 및 임직 예배 현장. 정치 깡패 '용팔이' 김용남 씨가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 참석했다. 콧수염과 떡 벌어진 어깨가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김 씨는 안수식 이후 만난 기자에게, 8월 서울 강남에 교회를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 폭력 예방 운동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6월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난동을 부린 것은 진심으로 회개한다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28일 만나 나누자고 했다. 그러나 당분간 김 씨를 만나기 어렵게 됐다.

과거 폭력 혐의로 두 번의 실형을 선고받은 김 씨는 지인의 소개로 사랑의교회에 다녔다. 조용히 지내는 듯했던 그는 지난해 6월 30일, 당회 간담회가 열리는 곳에 경유를 뿌리며 소동을 일으켰다. 그는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 문제를 제기한 장로를 찾으며 "나는 혼자 자결하지 않는다. 여기서 다 죽일 것"이라며 위협을 가했다. (관련 기사 : 용팔이, 사랑의교회 당회 찾아가 분신 협박) 검찰은 지난 2월, 김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5월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6부(김대현 재판장)는 김 씨에게 징역 5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씨의 행동이 방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인적·물적 손해가 일어날 수 있었고,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실형 선고 이유로 들었다. 김 씨가 목사 안수를 받은 지 사흘 만이었다.

김 씨가 목사가 된다는 보도가 나가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목회자들의 막말 논란과 함께 비난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목사는 아무나 하나", "목사 자격 남발한다"며 기독교를 비난했다. 김 씨처럼 문제 많던 과거를 뒤로 하고 목사가 되었지만, 본인은 물론 기독교에 비판 여론을 일으킨 인물들은 더 있다.

깡패 조양은·대도 조세형, 목사 되고도 범죄 후 구속

전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 씨(65세)는 1980년 폭력 조직을 결성한 혐의로 체포돼 15년간 복역했다. 1995년 출소한 그는 믿음의 사람으로 거듭났다. 독방에서 성경을 보며 신앙을 키웠다. 여러 교회를 돌며 간증도 했다. 1996년에는 자신의 삶을 그린 영화 '보스'에 출연하며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변화된 삶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갈취와 도박 혐의로 징역을 살아야 했다.

▲ 김용남 씨가 목사 안수를 받던  날, 같은 곳에서 안수를 받고 있는 예비 목회자들. ⓒ뉴스앤조이 이용필

그런 조 씨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듯했다. 2004년 한세대 총회신대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와의 인연으로 (재)순복음선교회에서 선교 활동을 펼쳤다. 조 씨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조 목사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여러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신학 박사 학위도 따고, 국내와 해외에서 선교 활동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2010년 저축은행에서 문서 사기로 수십억을 대출받은 뒤 해외로 도피했고,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붙잡혀 송환됐다. 한 달 뒤 조 씨는 구속 기소됐고, 현재 1심 재판 중에 있다.

절도로 유명한 대도 조세형 씨(76세)도 과거를 청산하지 못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주로 부유층과 고위층을 상대로 절도를 일삼았던 조 씨는 1982년 체포돼, 15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1998년 출감한 조 씨는 목사 안수를 받았다. 대학 강의와 간증 집회를 하며 새로운 삶을 사는 듯했지만, 절도 행위는 계속됐다. 2001년 일본에서 빈집을 털다 붙잡혀 수감 생활을 했다. 지난해에는 한 주택가에 침입해 3000만 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목사도 있었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 씨는 1985년 고 김근태 의원을 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배를 피해 10년 넘게 도망 다니다가 1999년 10월 자수했다. 이 씨는 2006년 11월 출소했다. 교도소에서 신학을 접한 그는, 2008년 10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개혁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사가 된 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고문기술자가 아닌 애국자"라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자 합동개혁 측은, 2012년 1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 씨를 면직했다. 면직된 이 씨는 줄곧 자신을 목사로 소개하고 다녔다. 참고인으로 나선 한 공판에서는 "목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2012년 12월 열린 자서전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고백> 출판 기념회에서는 "종교적인 회개의 삶을 통해 사죄하고 있다. 죄인이라는 생각 때문에 목사가 됐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면직된 이근안, 목사 행세 여전)

▲ 서세원 씨는 보수 기독교인들을 등에 업고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월,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엄에 참석한 서 씨는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개그맨 서세원 씨는 2011년 11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목사 안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과거 경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송사 PD들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금품을 전달하고, 회사 법인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2006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0만 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서 씨가 2011년 청담동에 개척한 솔라그라티에교회는 4월 초 재정난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부인 서정희 씨를 밀쳐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목사 안수 절차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높아

목사 안수를 받는 데 과거에 저지른 잘못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근안 씨는 복역하면서 신학을 배웠고, 출소 이후 몇 달 안 돼 목사 안수를 받았다. 조세형 씨는 1998년 강남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목회 지도자 과정을 거쳤고, 늘빛선교회를 만들어 교정 선교 활동을 했다. 김용남 씨는 지난 2월 순복음 총회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기하성 서대문 총회 김종남 고시위원장은 과거 김용남 씨가 깡패로 살았지만 지금부터 바르게 살면 된다면서 목회하는 데 문제없다고 말했다. 같은 교단 이동훈 행정부총무는 "실형을 받았다고 해서 목회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목회자가 아닌) 개인의 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과거를 청산하고, 목사가 된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1995년 3월, 15년 형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조양은 씨는 파주 오산리최자실금식기도원부터 찾았다. 당시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은 조 씨는, 그리스도를 영접한 이후 마음이 평안해졌고 누구에게나 친절히 대할 수 있었다고 간증했다. 조세형 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간증 집회를 열었다. 그의 신앙 간증은 카세트테이프로 발매됐다. 서세원 씨는 보수 기독교인들을 등에 업고, 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월, 영화 '건국 대통령 이승만' 시나리오 심포지엄에서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서세원 목사, "이승만 영화로 '예수 한국'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사 안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때 조폭 세계에 몸담았다고 밝힌 박 아무개 목사는 과거를 청산했으면 목회만 해야지, 왜 범법 행위를 저지르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범법 행위는 교단의 낯을 깎는 일이고, 결과적으로 기독교를 먹칠하는 것과 같다면서 사전에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외국의 경우 목회자의 인성 테스트를 중요시한다면서 우리나라 신학대학도 인성 테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교회를 개척할 경우 수련목이나 전임 전도사 과정을 생략하기도 한다면서 두 과정만큼은 원칙대로 실행돼야 한다고 했다.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한국기독교는 특유의 감정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서 뭔가를 쉽게 보여 주려하는 현상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목사가 돼야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서 당장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목회자 훈련 과정도 중요하다고 했다. 임 교수는 일반 신앙인보다 목회자로 살 때 더 많은 유혹과 시험이 따른다면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난 다음 목회 현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목사 안수를 받고도, 범죄를 저지르거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안수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근안 씨는 출소 이후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회개하지 않았다. (사진 제공 <한겨레>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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