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해운대성령대집회(최홍준 대회장)가 5월 25일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열렸다. '525회개의 날'이라고 명명한 이날 행사에는 부산·울산·경남 교인 10만여 명이 운집했다. 집회는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진행됐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기도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한국교회의 회개를 부르짖은 한편, 개인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다짐들을 내세웠다.

이규현·박성규(부전교회) 등 부산 대형 교회 목사를 비롯해 허남식 부산시장, 임혜경 부산시교육감, 서병수·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등 유명 인사들이 여럿 자리했다. 부산시장 후보자들은 귀빈석에 앉은 교계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눈도장을 찍었다.집회 시작 서너 시간 전부터 해운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울산이나 진해 등지에서 온 교인들은 지하철역을 통해 쏟아져 나왔고,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교인들은 '오직 주님', '회개'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교회에서 해운대까지 행진했다. 백사장 앞 사거리에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홍보 트럭과 유세단이 자리했다.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교통 통제와 안전 유지에 나섰다.

▲ 예배 분과장은 이정민 목사(수영로교회)가 맡았다. 이 목사와 찬양단은 집회 내내 복음 성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형 스피커로 송출된 찬송 소리는 해운대 인근 주변을 가득 메웠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치밀한 사전 준비 덕분인지 집회는 계획에 따라 막힘없이 진행됐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200미터 간격으로 5개의 대형 스크린이 배치됐다. 수천 명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이 자리 안내와 행사 진행을 도왔다. 200여 명이 무대 위에서 기도와 찬양을 반복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중앙 무대에는 '회개의 날',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교인들은 지역별로 빨강·노랑·주황·검은색 티셔츠를 나눠 입었다. 티셔츠에는 'The Great Awakening'(대각성)이라는 문장이 쓰여 있었다.

사회를 본 정보영 전 MBC 아나운서는 이번 집회가 1907년 평양대부흥 운동, 1973년 빌리 그레이엄 전도 집회, 1974년 엑스플로 대회, 1977년 민족 복음화 성회,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 기념 대회를 잇는 역사적인 집회라고 소개했다. 소개에 따라 당시 집회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나왔다.

▲ 김용의 선교사(순회선교단 대표)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세상과 구별되지 못한 채 세상에 휩쓸려 살아가는 기독교인들과 교회의 모습을 비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회개와 소망'이라는 주제로 설교한 김용의 선교사(순회선교단 대표)는 교회와 조국의 회복을 부르짖었다. 김 선교사는 교인과 교회가 회개해야 나라가 회복되고 제2의 부흥이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에, 구약의 거짓 선지자들과 같이 불의와 거짓으로 참선지자들을 핍박하는 자들이 많다고 했다. 또 한국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못하다며 "살기 위해서는 회개밖에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도 중에는 세월호 참사가 자주 언급됐다. 양성태 목사(울산태화교회)는, 세월호 사건은 대한민국의 부패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건이라며 믿는 사람들이 먼저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도자는 "비를 조금 맞았지만 이렇게 춥다. 세월호에 있던 학생들은 얼마나 춥고 힘들었겠는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모인 우리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자"라고 했다.

준비위원회 총무 박성규 목사는 2006년 벡스코 집회를 언급하며 이번 집회에서는 기도문부터 찬송 하나까지 신중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집회 때 사찰이 무너지게 해 달라는 기도를 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번 대회 때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위원회 총무로서 직접 기도문 초안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교 다원주의는 용납할 수 없지만, 타종교를 자극하는 무례한 기독교가 되지 않기 위해 각별히 신경 썼다고 말했다.

준비위원회 측은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에 있는 이들을 위한 헌금을 걷기도 했다. 당초 헌금액으로 1억 원을 예상했지만, 헌금액이 그에 못 미처 일부 교회로부터 후원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메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최 측은 특정 단체에 기부하지 않고 내부 판단에 따라 필요한 곳에 쓸 것이라고 했다.

▲ 기도 순서를 마친 뒤 준비위원회 모두는 단 위로 올라왔다. 유연수 분과장은 "오늘 이 역사적인 기도회를 마무리하면서 해운대 선언문을 낭독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해운대 선언'과 '2014년 7가지 약속'을 차례로 낭독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2014해운대성령대집회는 '7가지 약속'을 제창하며 마무리됐다. 내용은 △손해 보더라도 정직하게 살겠다 △막말하지 않고 좋은 말만 하겠다 △퇴폐 문화 멀리하고 깨끗하게 살겠다 △방황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하겠다 △외면하지 않고 이웃을 돕겠다 △불편하더라도 참고 아끼겠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겠다 등이었다.

거센 비를 맞으며 근본적인 변화를 부르짖은 것에 비해 추상적인 차원의 약속은 아닌지 기자가 묻자, 진행위원장 임석웅 목사(대연성결교회)는 선언문에 구체적이고 구조적인 내용이 들어가게 되면 대중의 반감만 살 뿐 큰 실효가 없다고 답했다. 실천을 위해서도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숙지할 수 있는 내용의 선언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총무 박성규 목사는 개인의 변화가 국가 변화의 기초라고 말했다. 7가지 약속은 원론적인 구호가 아닌 개인의 성화에 초점을 맞춘 선언문이라고 했다.

집회 내내 비가 왔다. 바닷바람도 강했다. 참석자들은 우산을 쓰거나 근처 편의점에서 비옷을 사 입고, 저녁도 거른 채 기도했다. 비가 점점 거세지고 날이 깜깜해질 때까지 수만 명의 참석자들이 4시간 동안 2014해운대성령대집회의 자리를 지켰다. 

▲ 오후 5시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굵어졌다. 비를 피해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사회자는 "우리가 언제 이렇게 비 맞고 기도하겠는가? 하나님의 주신 축복이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비나 우산을 걸친 채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중앙 무대 왼편에 위치한 귀빈석에는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교계 지도자 및 정치인들이 자리했다. 집회를 찾은 서병수·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들은 유세 차량을 동원해 해운대 인근 대로에서 선거 운동을 벌였다. 도시와 조국을 위한 기도회 때, 인도자는 예수 잘 믿는 정치인들이 지도자가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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