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결에 순종하겠다던 조용기 목사는 항소했다. 4월 29일 열린 항소심에서, 조 목사 측 변호인은 "주식거래로 교회가 손해를 입지 않았고, 세금 문제는 회계 법인이 했기 때문에 조 목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물의를 일으켜 제 마음 깊이 뉘우칩니다. 어떠한 판결을 받더라도 하나님의 판결로 알고 순종하겠습니다." 지난 1월 20일,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선고 공판을 앞둔 최후진술에서 한 말이다. 조 목사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조 목사는 이번 재판을 통해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2월 23일 주일예배에서, 하나님이 크고 좋게 만들어 주기 위해 이런 시험과 환난을 주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유익한 날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유죄' 조용기 목사, "진주 만들려고 고난 주셔") 이랬던 조 목사는 2월 27일 항소했다.

주식거래로 교회에 131억 원의 손해를 입히고 35억 탈세 사실까지 드러났지만, 조 목사의 입지는 견고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와 장로들은 "잘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조 목사를 비호하는 데 급급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정관에 따르면 교역자가 형사사건으로 구속 또는 기소되면 심의를 거쳐 직위 해제할 수 있게 돼 있다. 불구속 기소에 이어 유죄 선고까지 받은 조 목사는 '원로목사'라는 이유로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1심 선고 이후 교회 내부에서는, 조 목사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제분과위원회(법제위)는 지난 3월 9일과 23일, 당회장과 장로회장 앞으로 임시 운영위원회 소집 요청서를 발송하고, 조 목사의 시무 여부를 다룰 것을 제안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조 목사가 원로목사로서 설교 및 기타 시무를 계속하는 게 교회 질서와 성결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있는지 심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4월 말, 법제위는 임시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줄 것을 한 번 더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 소속 한 장로는 "운영위원회는 계속 열리고 있지만, 원로목사 시무 여부 안건은 상정도 되지 않았다. 결국 이영훈 목사가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 목사의 삶은 유죄 선고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자교회 입당 예배부터 시작해 각종 세미나, 부흥회 등의 설교자로 나서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를 오가며 집회도 한다. 지난 4월 3일 열린 대만 동부 연합 성회에서는 "꿈을 꾸고 기다리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주제로 설교했다.

골프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4월 11일, 경기도 일산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며 웃고 있는 사진이 한 언론사에 의해 공개됐다. 이날 조 목사는 박종근 신임 장로회장을 비롯해 교회 임원들과 골프 모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발 측 장로들은 자숙해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임원들을 불러 골프를 쳤다며 비판했다.

조 목사, 항소심서 "주식거래 모르고 탈세 안 했다" 주장 되풀이

4월 29일, 조용기·조희준 두 부자의 항소심 공판이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김용빈 재판장)에서 열렸다. 이들은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면서 지난 1심 공판에서 제기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조 목사 변호인은, 주식거래로 교회가 손해를 입지 않았고 세금 문제는 삼일회계법인이 한 것이기 때문에 조 목사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책임을 조 목사에게 돌리며, 자신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조 목사가 개인 비자금으로 세운 (주)경천이 주식거래에 관여했다면서, 조 목사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 아무개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한, 조 전 회장이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10년 동안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조용기 목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제명·제직당한 장로 29명이 지방회에 제기한 항소는 각하됐다. 1년간 심리를 이어 온 재판위원회는 항소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장로들은 항소 기간이 끝난 재판을 끌어온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5월 4일 총회에 상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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