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에 대한 언론과 대책 본부의 태도에 문제를 많이 느낍니다. 지금 일부 정치인과 SNS 등에는 실종자 가족을 종북 세력으로까지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침몰된 배에서 나온 고인에 대해서 취재진은 너무나도 가까이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TBS 방송의 유타카 요시다는 이런 취재 행태를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일본에서는 가족들을 위해 거리를 둔다고 말하였습니다. (<미디어 오늘> 4월 19일 자 '일본 기자, 한국 정부-언론 보니 우린 신중하기로')

우리의 언론과 대책 본부는 가장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존중이 너무나도 결여되어 있습니다. 대책 본부가 실종자 가족을 존중한다면 모든 언론 브리핑 전에 먼저 가족들에게 실제 상황과 진행을 알리고 현실적인 한계를 가감 없이 먼저 전했어야만 합니다. 언론에 먼저 500여 명의 잠수사와 수십 척의 함선이 지금 일을 하고 있다는 등의 홍보는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것은 희망 고문을 넘어 인권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실종자 가족보다 자신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 것을 알리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을 존중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그분들은 소화하고 이겨 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실종자 가족들을 또 다른 고통으로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바로 불신의 고통입니다. 그 고통에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그러나 이 모습들을 선동한다고 하며 종북주의자라고 매도까지 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불신의 원인을 제공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최소한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분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받도록 방치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치인, 장관, 관료들이 와서 그분들을 존중하기는커녕 이용하고, 심지어는 기념 촬영 운운, 라면을 버젓이 먹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실종자 가족 앞에서 그런 행동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이기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으신 것입니다. 어떻게 참담한 사건 앞에서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을 하려 드시는지, 이것은 사악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자가 킬킬거리는 모습이 잡히기도 하고, 자극적인 질문도 하였습니다. 이는 그저 아주 좋은 기사 거리로밖에 인식하지 않는 저질의 직업의식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실종자들도 이미 고귀한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탈출의 기회마저 박탈당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당사자인 선장부터 선원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법적으로 비정규직을 둘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제대로 된 교육과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별받고 최고의 기술과 경험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된 이들이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입니다. 탐욕을 위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불법과 탈법, 그리고 인간 존중이 사라진 이 현장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 국가의 죄악의 바벨탑을 보는 듯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사람들을 너무나도 존중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우리를 위해 우리 죄를 뒤집어쓰시고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이 은혜를 받은 우리 성도들도 서로를 존중하고 섬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종북 세력이라고 비난하는 대열에 함께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먼저 그들의 고통을 헤아려 보지도 않고 내뱉는 살인적인 편견과 정죄는 정말 크게 회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출발점은 우리를 존중해 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소 보여 주신 그 사랑은 주님께 오는 사람 누구나 존중해 주시고 비난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날 한국 개신교는 깊은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면서 화해의 예수님께서 만드신 관계를 깨어 놓고 있습니다. 화해의 제물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흩어진 제자들에게까지 가셔서 사랑과 부활의 능력으로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요 21장)

한국교회가 세월호 사태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무능함으로 힘들 때, 주님의 사랑, 우리를 존중해 주시고 회복케 해 주시는 그 사랑으로 부활의 능력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마음을 품고 모든 사람들을 존중하고 관계를 회복시키는 제물들이 될 때 주님의 부활의 능력은 나타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지위와 쌓은 경력과 지식이 능력이 되지 못함을 우리는 목도합니다.

한국교회에 만연했던 성공 신화도, 대형 교회도, 수만 명의 선교사를 배출한 자랑도 오늘 세월호 사태에 대해 어떠한 위로도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모든 껍데기를 벗어 버리고 오직 예수님을 통해 나타난 사랑의 존중, 부활의 능력만을 품고 나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우한별 / 현대 목회와 사역 연구소장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