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 7일째 새벽 실종자 가족의 태반이 탈진 상태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여럿이다. 지칠 대로 지친 이들이지만 구조 상황에 언제나 신경을 집중하며 자녀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세월호가 침몰한 지 7일째, 팽목항에 부모들은 마른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 낸다.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는 다른 이들의 심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끼니는 물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로 이레를 보냈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은 21일 오후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조류 흐름을 고려해)금주 수요일이나 목요일까지 생존자나 사망자가 있다면 수습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진도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라남도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사고 첫날인 16일부터 20일 사이 진도를 찾은 자원봉사자는 255개 단체에 7591명에 달한다. 크리스천 단체와 봉사자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팽목항에는 구세군·기독교봉사연합이, 진도체육관에는 감리교연합회·진도교회연합회가 각각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현장을 찾은 크리스천들도 여럿 된다. 그중에는 학기 중인데도 불구하고, 진도를 찾아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신학교 학생들이 있다.

만사 제치고 진도 찾은 학생들

부산장신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두리 씨(사회복지상담학과)는 20일 저녁 학우들과 함께 진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는 "현장 소식을 전해 들으며 도저히 가만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짐을 꾸렸다"고 말했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학우들이 함께할 것을 제안했고, 그들은 페이스북에 후원을 요청했다. 친구와 교회 지인들이 천 원, 이천 원씩 후원해 줬고, 그렇게 모은 돈이 100만 원이 됐다. 그들은 그 돈을 밑천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해 곧장 진도로 이동했다.

21일 오전에는 상담학을 가르치는 부산장신대학교 하정미 교수가 진도체육관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전문 심리상담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급히 하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 교수는 학생들의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고 모든 일정을 미룬 채 현장으로 달려왔다. 하 교수는 실종자 가족들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이 분노와 상실감을 그때그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정신 질병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신경정신과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는 부족했다. 그는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정신과 전문의나 상담가를 데려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 하정미 교수의 상담실은 진도체육관 후문의 비교적 한적한 곳에 있다. 하정미 교수는 "안산시의 배려로 이곳에 상담실을 꾸릴 수 있었다. 상담실은 조용한 곳에 있어야 실종자 가족들이 좀 더 편하게 찾아올 수 있다"고 전했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학생들과 하정미 교수는 개인 자격으로 현장을 찾았다. 하 교수는 강의를 더는 미룰 수 없어 목요일(24일) 저녁에는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중간고사도 포기하고 모든 수업을 미룬 학생들 역시 다음 주면 진도를 떠나야 한다. 학교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그들의 진도행을 반대했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겠다는 학교 측의 반대에도 하 교수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꿋꿋이 현장을 찾았다. 그들은 "학교 측에서 조금만 협력해 준다면 조금 더 머물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며 짙은 한숨을 삼켰다.

이 외에도 김강수·이지환 씨를 비롯한 6명의 한신대학교 신학과 학생들이 진도 현장을 찾았다. 그들은 20일 저녁부터 팽목항과 진도체육관 부근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튿날 아침에는 "캠퍼스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 현장의 심각성을 전하겠다"며 3명의 학생이 서울로 향했다. 그들은 학교에 도착하는 대로 학생들에게 현장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기도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19일 진도체육관 주변에 지원 캠프를 꾸리고 본격적인 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김두현(진도교회) 목사는 "물품 지원은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 만큼 자신들은 캠프에 찾아오는 실종자 가족들과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전했다. 감리회 지원 캠프는 매일 저녁 5시에 기도회를 가진다. 기도 시간 외에 개별적으로 찾아오는 이들과도 언제든 같이 기도한다. 김 목사는 "찾아오는 이들에게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도록 얘기하지만, 가족들은 시신이라도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말했다.

▲ 기독교대한감리회 측은 지난 20일 모든 채비를 마치고 21일부터 본격적인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22일에는 안산시감리교대책본부 선교부가 교단 측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현장을 찾는다. ⓒ뉴스앤조이 장성현

피해 가족 위한 빵·식수는 '넉넉'…속옷·담요 등 생필품이 부족

고통을 나누기 위해 현장을 찾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전국 각지에서 피해 가족을 위한 지원 물품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분류하는 작업만 한 세월이다. 진도군청 주민복지과 장원서 주무관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필요한 식수와 라면 등은 이제 충분하다고 했다. 주민복지과는 진도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구호 물품 접수를 10여 일 연기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속옷과 양말, 치약·칫솔, 모포와 같은 생필품은 여전히 부족하다. 모포와 속옷은 세탁 시설이 없어 일회용처럼 소진되고 있다. 특히 팽목항에서는 많은 실종자 가족이 날마다 속옷과 담요를 찾는다. 진도군교회연합회(진교연·문명수 회장)도 자체적으로 생필품 조달에 힘쓰고 있다. 캠프 책임자인 조원식 목사는 빵과 라면과 같은 먹을거리 대신 속옷과 양말, 모포 등 생필품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개인·단체·기업 등이 전국 각지에서 지원 물품을 보내 오고 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는 어딜 가나 지원 물품이 한가득 쌓여 있다. 식료품은 충분하지만, 속옷·모포와 같은 생필품은 여전히 부족하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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