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참사로 한국교회는 기독교 최대 축제인 부활주일을 엄숙하게 보냈다. 하지만 한쪽에선 일부 기독교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터져 나와 공분을 샀다. 이번 사고는 하나님의 사랑의 매라며 기도가 부족했다거나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일어난 사고라는 주장이 있었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어서 예수를 믿으라는 글도 눈에 띈다. (네이버 뉴스 댓글/페이스북 갈무리)

세월호 참사로 한국교회는 기독교 최대 축제인 부활주일을 엄숙하게 보냈다. 많은 교회가 계획한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화했다. 3년 만에 재개해 51개 교단이 함께 주관한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도 희생자와 실종자들을 애도하며 숙연함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한쪽에선 일부 기독교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터져 나와 공분을 샀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한 세월호 관련 기사에는 10여 분 간격으로 댓글이 반복해서 달렸다. 세상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어서 예수를 믿으라며, 이번 생존자는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댓글 '비공감' 클릭 수는 세월호 사건 비판 여론을 '종북', '좌파'로 몰아가는 댓글에 눌린 수와 비등했다.

"이번 참사는 하나님의 사랑의 매"라거나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기도를 안 해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글도 SNS에 퍼져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다. 몇몇 사이트에는 "세월호 침수 가지고 교회 가라고 홍보하는 개독들", "개독이 말하는 세월호 침몰 원인", "세월호 침몰을 대하는 흔한 개독 마인드"와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그들이 이런 비난을 서슴지 않는 배경에는 과거 재난이 발생했을 때 회자된 유명 목회자들의 문제적 발언들이 있다.

2005년 김홍도 목사(금란교회)는 남아시아 대지진을 두고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했다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지난 2011년 2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일본의 쓰나미 재난 때,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가 한 "이번 지진은 일본 국민이 하나님을 멀리한 것에 대해 경고가 내려진 것"이라는 말은 '최악의 망언'으로 손꼽힌 바 있다('일본 지진에 대한 최악의 망언은?' <시사인> 2011.3.25). 당시 조용기 목사의 처남 김성광 목사(강남순복음교회)도 "우상 많은 나라, 일본이 체질 개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 위와 같은 제목의 게시물이 몇몇 사이트에 게재됐다. 그들이 이런 비난을 서슴지 않는 배경에는 과거 유명 목회자들의 문제적 발언들이 있다. (구글 검색 페이지/웹 사이트 갈무리)

이번에는 조용기 목사도 "괴로워 잠을 못 이뤘다"고 했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국민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다며 큰소리를 낸 목사가 있었다. 큰믿음교회 변승우 목사는 부활주일 설교에서 대한민국의 관심이 세월호에 쏠려 있지만, 천국의 관심은 이 땅에서 지금도 죽어 가는 수많은 영혼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에서 한국 정치인들과 국민들, 젊은 세대들이 보이고 있는 안타까움과 관심이 이기적이며 비현실적이라고 소리를 쳤다. 그의 강조는 북한에 더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데 있었다. 변 목사는 세월호에 대한 언급은 더 하지 않고, 북한인권법 제정이 안 된 사실에 열을 올리다 말머리를 바꿨다.

한 편의 글로 국민 정서를 역행한 이도 있다. '예레미야'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인천 주는교회 방월석 목사는 17일 오전, "세월호 참사가 남기는 준엄한 교훈들"이란 제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방 목사는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받아야 할 교훈이 이것이다…(회개하라는) 이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죽음이 헛된 희생이 되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가 지난해 WCC 부산 총회 개최 이후 급격히 배도의 길로 달려가는 한국교회와 이를 이끌고 있는 한국교회의 지도자(선장)들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일 수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방 목사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단 몇 시간 만에 일이천 명이 다녀가는 파워블로거다. 그의 블로그에는 주로 '휴거', '종말',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의 주제로 한 달 30개 내외의 글이 올라온다. 지난 2월 '겨울왕국'을 동성애 영화라고 한 글도 반향을 일으켜 그가 이번 침몰 사고에 관해 쓴 글도 알 만하다는 이들이 많았다.

▲ '예레미야'라는 필명의 방월석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세월호 참사가 남기는 준엄한 교훈들' 첫머리. (블로그 '이 세대가 가기 전에' 갈무리)

그의 글이 퍼지자 많은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제발 하늘과 성경을 사칭해서 남의 가슴에 못 박는 짓 좀 하지 말자", "저런 자가 믿는 신이 과연 정상적인 신일까 싶다. 저런 자를 지키는 신이라면 난 지옥 갈란다", "이러니 개독이라고 하는 거야. 이 개념 없는 인간의 탈을 쓴…." 방 목사는 보통 자신의 글에 같은 뜻을 표하는 댓글 외에는 삭제해 버리고 더 이상 댓글을 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그와 다른 의견은 페이스북이나 다른 매체로 전달된 형태에서 볼 수 있다.

비난의 한편에는, "보편적인 기독교의 사고"라는 조소 섞인 댓글과 함께 세월호 침몰 후 첫 주일을 맞은 교회에서 방 목사의 글과 비슷한 설교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김규항 씨(<고래가 그랬어> 발행인)는 "많은 경우에, 다른 이의 고통에 연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침묵과 절제"라는 짤막한 글귀를 4월 17일 페이스북에 남겼다. 

▲ 방월석 목사의 글이 페이스북에 떠돌자 많은 이들이 공유와 댓글로 분노를 표했다. 한편 이미 이런 발언을 예상했다는 반응들도 있었다. 방 목사만을 향한 비난이 아니었다.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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