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은 지금 시름에 잠겨 있다. 안산시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단원고 대강당에 모여 연일 뉴스를 보고 있다. 혹시나 실종 학생의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정부의 더딘 구조와 번복되는 발표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만 있다. 한 학부모는 뉴스에서 세월호가 시야에서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오자 실신해 버렸다.  

▲ 단원고등학교 교정 곳곳에는 실종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쪽지가 붙여져 있었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4월 18일 단원고 교감 강 모 씨의 사망 소식은 학교를 또다시 술렁이게 했다. 이희훈 단원고 교무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교감 자살 보도와 관련, 생존해 치료받고 있는 교사, 학생은 물론 재학생 모두가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고 군(18)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산제일교회 고등부 전도사는 생존 학생들이 사고를 당해 크게 놀랐다며, 살아 있는 안도감보다는 친구들을 두고 온 죄책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제일교회 주철 목사도 가족들이 몹시 놀란 상태에 있다며 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교회에서도 생존 학생과 실종 학생의 가족들이 있어 이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도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안산시 내 모든 교회의 고민이기도 하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는 18일 2시에 세월호 사고 관련 긴급회의을 가졌다. 교회가 어떻게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들을 도와줄 수 있을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유재명 목사(안산시기독교연합회 회장·안산빛나교회)는 "지금은 지원품이 모자란 상황이 아니다. 학교나 학부모들은 오히려 가만 놔두라고 얘기한다"며, "지금은 묵묵히 기도할 때"라고 말했다.

마침 성금요일이기도 한 이날 밤에는 안산시 곳곳에서 단원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안산시기독교연합회는 안산빛나교회(유재명 목사)에서 국가 재난 극복을 위한 2차 긴급 기도회를 열었다. 기도회를 인도한 원영오 목사(등대교회)는 "기도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며 교인들의 기도를 촉구했다.

단원고를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도 촛불을 밝혔다. 김은호 목사(안산희망교회)는 집회를 시작하며 먼저 안산에 있는 단원고 선생님과 학생을 위해 기도하자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가 또 다른 사고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기도회 시간에는, 진도에 갔다 온 한 학부모가 그곳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실종 학생의 부모들이 자식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지만, 만약 아이들에게 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면 부모 자신들도 더는 못 살 것 같다고 해, 참석한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이날 단원고 교정에는 3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촛불기도회에 참석했다. 한 학부모가 실종 학생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기자
*기사 정정합니다.
당초 <뉴스앤조이>는 촛불 기도회와 안산시기독교연합회의 행보를 보도했습니다. 다시 취재한 결과 상황의 유동성이 커 이 부분을 삭제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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