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대형 재난 사고가 터질 때마다 늘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주님이시라면 과연 이 사고를 어떻게 보실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충격적인 대형 재난 사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실로암 망대 붕괴 사건'입니다(눅 13:4). 이 사고로 인하여 돌에 깔려 죽은 사람이 무려 18명이나 되었는데, 이 숫자는 당시 팔레스타인 전역에 살던 전체 유대인 인구가 약 50만 명 내외였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현재 남한 전체 인구수(약 5000만 명)와 비례하여 계산하면 대략 1800명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한마디로 당대의 대형 재난 사고였지요. 그러니 당시 유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은 이 사건에 깊은 충격을 받았고 또 당시 랍비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재해석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일종의 종교적 아노미 상황에 몰렸습니다.

현재 한국교회도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 앞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고난주간 동안에 일어났으므로 이 사건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또 어떤 메시지로 이번 부활주일 온 국민과 교회 앞에 서야 하는지를 한국교회 목사님들은 아주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우리 예수님은 과연 어떻게 가르치셨을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이 재난 사건을 개인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셨습니다.

당시 랍비들은 인생에서 부닥치는 모든 사건을 개개인의 죄와 연결해서 해석하는 아주 근본주의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예수님은 실로암 망대 붕괴 시 18명은 현장에서 사망하였고 어떤 사람들은 극적으로 살아났는데 이 현장에서 사망한 18명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죄가 많아서 그렇게 비참한 재앙을 당한 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아주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비극적 죽음을 맞이했으며 또 실종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소위 교회에 다니는 크리스천들도 있고, 또 타 종교인 혹은 무종교인도 있습니다. 또 크리스천 조난자들 중에서도 다행히 이미 구조된 사람들과 현재 사망 혹은 실종을 당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 같은 관점에서 설교를 하는 목사님들은 제발 없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예수님은 이 사건을 개인의 운명, 혹은 개인의 신앙, 혹은 개인의 죄와 연결시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 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눅 13:4-5a)

지나치게 근본주의적 결정론을 가지고 미세한 부분까지 하나님의 뜻과 주권으로 직접 연결시켜 해석하는 지나친 예정론자들이 너무 많은 한국교회 강단의 특성상 혹시나 바리새인들처럼 개인적 인과율로 설교하시는 분들이 나올까 두렵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은 이런 대량 재난 사고 자체를 어떻게 해석하셨을까요? 종말론적인 대재앙의 전조 사건으로 해석하시며 인류 사회 전체의 회개를 요청하셨습니다. 어느 누구의 개인 죄 때문에 일어난 재앙이 아니라 당대의 죄와 예루살렘 공동체의 붕괴를 미리 알려 주는 보편적인 종말론적 사건으로 가르치셨습니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너희도 이와 같이 망하리라" (눅 13:5)

그리고 연이어서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 비유(눅 13:6~9)'를 말씀하셨는데 이 비유도 바로 종말론적인 교훈을 담은 비유입니다.

이번 세월호 재난 사건을 통하여 우리 한국교회는 우리 한국 사회가 얼마나 인명을 경시하는 폭력적 사회로 깊이 타락하였는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 한국 사회는 정치적·구조적 폭력뿐만 아니라 일상화된 폭력이 너무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무서운 사회로 변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을 천대하고 성폭력도 서슴지 않는 '도가니 사회', 철저하게 가난한 자를 소외시켜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세 모녀가 자살하게 만드는 소위 '폭력의 일상화'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비정한 사회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학교 당국과 선박 회사의 안전 불감증, 그리고 선장의 무책임한 모습은 우리 기성세대의 몰염치함과 탐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긴급 재난 대처의 비효율성과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최우선적 행정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여 급기야는 희생자 가족들의 대국민 호소문까지 발표되는 지경에 이른 재난대책본부의 미숙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권과 생명 존중에 있어서 후진적인 사회인지를 이제 온 세계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내었습니다.

오늘 한국교회가 주님 앞에서 회개해야 할 부분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이와 같은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우리 인격의 근원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철저하게 개혁하는 모습이 없으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는 주님의 경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한국사회의 주류 세력인 한국 기독교는 오늘 우리 사회의 이와 같은 문제 앞에서 먼저 책임 있는 반성과 통렬한 회개를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주범이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문식 / 광교산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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