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이 나라의 총체적 몰락의 징후를 여실히 드러낸 사태이다.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남겨 두고 자기만 살겠다고 먼저 빠져나온 선장에게서 인간성을 상실한 우리 기성세대의 흉물스러운 얼굴이 드러난다. 우리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겠다는 허울 아래 그동안 치달려 온 고도 경제성장의 뒤안길은 탐욕과 착취와 술수로 점철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건설한 화려한 경제 대국이라는 허상은 그 냉혹하고 살벌한 경쟁 체제로 우리 젊은 세대를 옥죄어 천박한 자본주의의 시녀로 길들여지게 하였다. 그들을 무한 경쟁의 사지로 몰아넣는 이 사회와 경제구조가 인간 되는 교육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을 말살하며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황폐하게 하는 최악의 교육제도를 빚어 낸 것이다.

학업에 짓눌려 질식할 지경인 아이들에게 잠시라도 숨통을 트이게 해 줄 수학여행이 이 자본주의에 찌든 우리 기성세대의 불찰로 인해 그들을 두 번 죽이는 참상으로 돌변하였다. 수많은 어린 생명들의 안전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 없이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항해를 감행하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항로를 벗어나 항해했다는 것은 마치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그동안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운행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듯하다. 경제성장이라는 최우선 순위와 목표를 향해 질주해 온 이 배는 경제적인 가치와 효율성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고귀한 생명까지 얼마든지 담보해 버린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며 떠들어대지만 정작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지켜 내야 할 위기관리와 대응력은 한참 후진국 수준이다. 이 정부와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공허한 구호로 국민 여론을 조작하여 인기를 끌기에 급급하나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수행에는 얼마나 무능한지가 이번에 적나라하게 폭로된 셈이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과 생명을 지켜 주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처절한 무능과 몰락의 단상이다.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보는 듯하다.

침몰해 가는 배를 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나온 선장은 사망의 바다에 침몰해 가는 세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잇속만 채우며 자기 살길만 찾는 교계 지도자들과 자체 교회 몸집 불리기에만 몰두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사망의 권세가 지배하는 우상숭배적인 문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이 사회의 전 영역에 부활의 생기를 불어넣어 이 민족을 살려 내지 못하는 무력한 한국교회가 재 속에 앉아 회개하고 새로워져야 한다. 마른 뼈가 가득한 에스겔 골짜기 같은 이 사회에 생기가 불어오게 하여 우리 후손들을 살리고 참인간 되게 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역할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박영돈 / 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얼굴> 등 저자
*이 글은 박영돈 교수의 페이스북에 있는 것으로 허락을 받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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