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인 교회 정관 갖기'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가 1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운동이다. 담임목사 중심적인 제도를 벗어나, 교인들이 주체적으로 교회 운영에 참여하고 투명한 재정 체제를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높이고 교인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들은 장로교의 정치 원리가 당회 중심의 의결 구조라며 이같이 정관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동안의 정관 운동과는 정반대의 흐름이 생긴 것이다. CBS 시사 프로그램 '크리스천 NOW'는 두 정관 제정 운동이 어떤 이유로 생겼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민주적인 정관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전 개혁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와 강문대 변호사(법률 사무소 로그)가, 장로교 헌법에 준한 정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에서는 최종천 목사(분당중앙교회)와 소재열 목사(한국교회법연구소)가 패널로 출연했다.

▲ CBS 크리스천 NOW가 교회 정관 개정의 두 흐름에 대해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민주적인 정관 갖기' 운동을 벌여 온 교회개혁실천연대 측은 성경대로 교인들 모두가 주체적으로 교회 운영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정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최근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정관 개정 운동은 장로교 정치 원리에 따라 당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정관 필요한 이유, "분쟁 해결·예방" vs. "교인들에게 권한 분산"

분당중앙교회는 지난 2012년 정관을 전면적으로 개정했다. 최종천 목사가 교회 재정을 횡령·배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교인들은 최 목사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갈라져 2년여 동안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최 목사는 숱한 소송을 겪은 뒤 제대로 된 정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정관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교회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보다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소재열 목사는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교회에 분쟁이 일어나면 법원은 교회 정관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정관을 제대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교회가 성경과 교단의 교리를 유지·계승하고 교회 운영에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정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 목사는 대부분 교회의 기존 정관이 법률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교단 헌법에 위배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교회 개혁 단체들이 벌여 온 정관 제정 운동의 동기는 이와 달랐다. 오세택 목사는 한국교회가 목사와 당회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권한을 모든 교인과 나눠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정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관 개정은, 성경이 말하는 바와는 상관없이 교인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 목사 입장에서 좀 더 편하게 교회를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종천 목사는 분당중앙교회 정관도 교회의 책임과 권한을 교인들에게 분산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목회 편의를 도모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기존 정관은 말 그대로 형식일 뿐이고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법을 만들면 교인이든 목사든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정관을 고칠 때, 내용이 적법하고 절차가 정당하며 집행 사항이 모든 교인에게 공지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문대 변호사는 최 목사의 의도가 좋을지 몰라도 실제 조항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강 변호사는 교회 회계장부를 열람하려면 공동의회 2/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교인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 법원에서도 무효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또 이런 조항이 있으면 교회 운영이 투명해지기 보다는 불투명해지기 쉽다고 했다.

목사가 '성직'을 대표?…장로교 정신 해석 정반대로 갈려

▲ 양측은 교회에 정관이 왜 필요한지, 어떤 형태의 정관이 필요한지 토론했다. 소재열 목사는 장로교의 정치 원리가 교인을 대표하는 장로와 성직을 대표하는 목사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세택 목사는 장로교의 정신은 '만인 제사장'이라며, 교회는 예수를 머리로 두고 각각의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왼쪽부터 강문대 변호사, 오세택·최종천·소재열 목사. ⓒ뉴스앤조이 구권효

분당중앙교회·왕성교회·사랑의교회 정관과 정관 개정안에는 담임목사와 당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조항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오세택 목사는 당회가 결의해도 담임목사가 공포하지 않으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항과, 공동의회에서조차 담임목사의 임면을 다룰 수 없게 해 놓은 정관은 담임목사를 총통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법은 개신교계의 유신헌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지만 당회를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게 바로 장로교의 정치 원리라고 소재열 목사는 말했다. 장로교의 정치는 회중 정치와 감독 정치의 중간 형태라며, 교인을 대표하는 장로와 성직을 대표하는 목사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신교가 가톨릭 법에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처럼, 교단 헌법과 신학·교리를 무시하고 민주적이지 않다며 무조건 악법 운운하는 것은 교회 개혁 단체들의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목사가 '성직'이라는 말 자체가 개신교 정신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문대 변호사가 반박했다. 오세택 목사도 개혁주의와 장로교의 정신은 '만인 제사장'이고, 목사는 성직이 아니라 가르치는 장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예수만이 교회의 머리이고, 목사든 장로든 일반 교인이든 각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 목사는 장로교 교단 헌법도 철저하게 목사 중심이라며, 한국교회가 아직도 사제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재열 목사는 모든 권한을 교인들이 갖는 것은 회중 정치라며 교단으로 치면 침례교나 취할 수 있는 형태라고 했다. 분당중앙교회·왕성교회·사랑의교회 등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라 장로교 헌법과 정치 원리에 따른 당회 중심의 교회 운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개혁연대가 모범이라고 주장하는 정관은 예장합동 교단 헌법을 부정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했다.

토론회에서 두 진영이 주장하는 모범적인 정관을 분석하고 평가하기에는 녹화 시간이 부족했다. 패널들은 촬영이 끝난 후에도 대기실에서 한동안 갑론을박했다. 녹화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한 교인은 교회 정관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 CBS 크리스천 NOW '교회 정관이 가야 할 바른 길은?' 편은 4월 11일 금요일 오후 4시 40분과 4월 15일 화요일 밤 12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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