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 치유는 곧 환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사람 냄새 나는 의원을 꿈꾸는 원장님이 있습니다. 희년함께 전(前) 운영위원이신 최명은 원장님이 운영하는 성북동91번지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희년함께: 원장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명은(이하 최) : 수년간의 페이닥터(봉급 의사) 생활 이후 성북동91번지 동네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명은이라고 해요. 봄이(강아지)와 가을이(강아지)와 살고 있고요. 의사와 환자가 편안한 진료실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길 꿈꾸는 원장입니다.

▲ 성북동91번지의원 전경. ⓒblog.naver.com/romantibana

희년함께: 성북동91번지의원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명은: 성북동91번지의원은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의원이에요. 성북동91번지의원의 의사는 환자분들에게 궁금한 것이 많아요. 환자분이 궁금한 것도 편하게 오랫동안 물어보실 수 있고요. 그래서 진료 시간이 길어요. 때로는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고요. 그래서 미리 전화로 예약 주시면 서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희년함께: 희년함께 운영위원을 역임하셨는데 성북동91번지의원을 만들 때 희년 또는 희년정신에서 얻은 아이디어나 영감(?)이 있었나요.

최명은: 제약 없이 드나드는 의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희년은 자발적인 면이 있잖아요. 자원하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다만 이를 위해 이곳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나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프지 않아도 올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평화의 공간으로서의 의원을 꿈꾸고 있어요. 의원을 시작하면서 평화라는 단어가 많이 떠올랐어요. 실제로 의원을 시작하면서 옆에 있는 이웃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이웃의 도움을 경험하면서 하나님이 진행하신다는 생각하게 되었지요. 내가 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하라는 것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 성북동91번지의원 최명은 원장. (사진 제공 희년함께)

희년함께 : '평화의 공간으로서의 의원'이라는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평화의 왕이신 예수님의 3대 사역 중 하나가 치유 사역인데 성북동91번지의원이 몸과 마음의 평화가 깨어진 이들에게 평화가 찾아드는 공간이 되면 좋겠네요. 최근 의료민영화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평화의 공간을 꿈꾸는 의사로서 의료민영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최명은: 의료민영화는 의료의 상업화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돈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의료에서도 하겠다는 건데요. 실제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의료 관광 활성화, 원격진료와 의료의 합법화 등이 있는데요. 지금은 원격진료가 불법인 상황인데 전면적으로 합법화하겠다는 것이죠. 이것의 핵심은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게 되어 의사진료의 모든 과정을 생략하는 위험성이 있다는 거예요. 의사가 의사로서의 진료 행위를 대체하는 상황, 그러나 상업화로는 좋은 정책이죠. 대형 병원의 체인점화가 가능해지거든요. 병원과 환자 사이에 자본을 통한 상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현재 정부 정책의 방향대로 가게 되면 의료 부분에서도 양극화의 문제가 심각해지겠지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가 상업화되는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아요.

희년함께: 성북동91번지의원의 지리적 위치나 인테리어 등을 보면 수익성보다는 다른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의료의 상업화에 역행하는(?) 성북동91번지의원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최명은: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고요. 수익성의 문제는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지속 가능성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공공성이 강한 의료 서비스의 특성상 의료 서비스의 정신적 부가가치에 대해 얼마나 경제적 가치로 환산할 것인가의 문제이지요. 나와 환자의 신뢰적 관계라는 무형의 부가가치가 있는데 저는 이 점에 주목하고 싶어요. 경제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익 증대에는 우선순위를 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의원을 만들고 싶어요.

희년함께: '병의 치유는 곧 환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라는 소신이 무척이나 인상 깊어요.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최명은: 증상이 있어서 환자가 병원에 오는 것이죠. 증상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그 원인을 진단해 가는 것이 의사의 역할입니다. 의사와 환자와의 만남과 신뢰에 주목한다는 것은 증상에서 결론에 이르기까지 올바로 풀어낼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관계에 집중한다는 의미에요. 환자에게 설명하는 부분을 생략하지 않아요. 의사의 시간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지요.

▲ 카페 같은 의원 내부 인테리어. (사진 제공 희년함께)

희년함께: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올 때 간판이 작아서 병원인지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들어오면 서재와 카페 등 마을의 사랑방 느낌이 납니다. 병원의 이미지가 일반 병원의 모습보다는 가정집과 카페에 더 가까운데 디자인을 이렇게 하신 이유가 있나요.

최명은: 처음부터 가정집을 생각하고 꾸민 건 아니고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의사가 사는 병원이라는 소문이 났는데요. 실제로 병원에 와서 살게 된 건 자금난 때문이었고요. (집과 병원을 둘 다 임대할 여유가 없어서) 그게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되니깐 감사하지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병원 2층에 거주를 하게 되면서(마치 당직실처럼) 출퇴근 시간이 줄어든 대신에 일과 휴식이 분리되지 않아서 애로 사항도 있어요.

희년함께: 성북동91번지의원은 언제든지 와도 진료를 해 주는 24시간 진료로 소문이 나고 있습니다.

최명은: 원래 야간 진료는 예약제로 해서 상담이 필요한(시간이 많이 필요한) 환자들 위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소문이 났어요. 실제로 밤에 환자를 보게 되는 경우는 보통 이웃집에서 애들이 갑자기 아파 데려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녁이나 밤 시간에 검사가 필요한 증상이 있어서 오는 환자를 어디까지 검사를 진행할 것인가가 고민되더라고요. 응급실에 데려갈지, 더 기다려 봐야 하는지, 처치만 해서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이게 순수하게 의학적인 문제만은 아니거든요. 큰 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컴퓨터로 오더만 넣으면 검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을 거의 안 했는데요. 지금은 이 병원에서 가용 가능한 검사나 장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 병원과 연계가 불가능한 시간대에 환자가 증상을 가지고 찾아올 경우 어디까지 진행할 것인지를 제가 책임감 있게 결정해야 합니다. 더 배워 나가고 고민할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성북동91번지의원 전경. (사진 제공 희년함께)

희년함께: 시작할 때 의사와 환자가 상품 관계가 아닌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진료를 하기 위해 30분 진료를 표방했다고 들었습니다. 수익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무모한(?) 실험을 시작했는데 현재 병원 상황은 어떤가요.

최명은: 3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 놓은 건 아니고요. 신속하게 봐야 될 환자는 빨리 진행하고, 시간을 두고 만나야 할 환자는 한 시간, 두 시간도 얘기를 하고 있어요 , 수익성은, 당연히 어렵긴 하지요. 병원이라는 것이 다른 자영업처럼 빠르게 수익성을 평가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신기하게 기다리면 또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이 채워지더라고요. 예전에 예수원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데요. 쌀이 필요하면 쌀을 누가 가지고 올라오고, 돈이 필요하면 갑자기 누가 보내 주고 했다는 그 내용이 생각나더라고요, 여기도 손님 대접할 간식이 떨어지면 누군가 케이크를 갖다 놓고, 변호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갑자기 변호사인 환자분이 걸어 들어오고 그런 걸 경험했어요.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에요.

희년함께: 성북동91번지의원의 시도는 주치의 제도와 비슷해 보입니다. 조합원 구조의 의료생협 방식으로의 전환 계획은 없나요.

최명은: 생협이나 다른 계획은 아직 없어요. 또 다른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요. 조합원이라는 회원의 문턱을 가진 구조가 우발적인 증상을 가지고 찾게 되는 병원이라는 특수업에 적합한지도 잘 모르겠어요. 공부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병원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병원이니깐, 소박하게 동네의 봄이, 가을이를 사랑해 주는 좋은 이웃들과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

▲ 성북동91번지의원 봄이. ⓒblog.naver.com/romantibana

희년함께: 희년을 일구어 가는 곳곳의 시도들을 통해 하나님나라가 이 땅에 도래하리라 믿습니다. 멋진 실험 감사드리고요.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마디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명은: 자주 놀러 오세요. 함께 만나고 자발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일들이 많아질수록 큰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주 만나서 놀고 쉬는 그런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만남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4월 19일 저녁6시 일상의 작은 혁명을 꿈꾸는 성북동91번지의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집니다. 마련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링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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