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성령이십니다."

이 말 한마디로 이단 의혹을 받는 목사가 있다. 동도교회 옥광석 목사는 2013년 12월 1일 자 주보에 쓴 칼럼 때문에 노회에 고소당했다. 박 아무개 원로장로가 지난해 12월 소속 노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김진하 노회장)에, "옥 목사가 스스로를 성령이라고 했다"며 고소한 것이다.

옥광석 목사, '정신이상자'에서 '자칭 성령' 시비까지

노회에 고소까지 돼서 큰일이라도 난 것 같지만, 옥 목사의 칼럼을 찬찬히 읽어 보면 '자칭 성령' 논란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옥 목사의 글은, 담임목사를 비롯한 모든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종이고 성령의 인도를 받기 위해 말씀과 기도에 전념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장의 앞뒤를 보면 이렇다.

"성령께서 진정으로 동도교회를 인도해 가시길 원합니다. 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성령이십니다.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영으로 이 땅에 오신 성령 하나님께서 교회를 통치하시고, 다스리고 계십니다. 담임목사는 그리스도의 사역을 대신 수행하는 그리스도의 종입니다. (후략)"

문맥을 살펴보면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다. 한 문장만 떼서 노회에 고소한 것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하지만 노회는 고소장을 기각하기는커녕 올해 2월 임시노회에서 옥 목사에 대한 재판국을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덩달아 옥 목사의 당회장직을 정직하고 임시당회장을 파송하기로 했다.

졸지에 이단으로 몰린 옥 목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교단 내 권위 있는 신학자와 목사에게 칼럼에 대한 해석을 구했다. 전 총신대 신대원 원장 심창섭 교수는, 동도교회의 담임목사와 당회장은 옥 목사 자신이 아닌 성령이라는 것을 강조한 문장이라고 해석했다. 전 총회장 장차남 목사도 성령께서 동도교회의 진정한 담임목사요 당회장이심을 설파한 것으로 봤다. 전 총회장 최병남 목사도 이와 같이 해석하면서, "짧은 한 구절로 담임목사를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옥광석 목사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시비를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옥 목사는 2012년 말에도 다섯 명의 장로로부터 노회에 고소당한 바 있다. 다섯 장로는 '옥 목사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회 임원회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위는 옥 목사에게 정신 감정을 받으라고 주문했다. 갑자기 정신이상자로 몰린 옥 목사는 하릴없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임상 심리검사를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동도교회, 담임목사 정신이상 의혹 논란)

▲ 2013년 12월 1일 자 동도교회 주보에 게재된 옥광석 목사의 칼럼. 옥 목사는 두 번째 문장 때문에 '자칭 성령' 논란에 휩싸이며 노회 재판에 회부됐다. 하지만 글을 읽어 보면, 옥 목사가 스스로 성령이라고 한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도교회 주보 갈무리)

평양노회, 불난 교회에 부채질?

옥 목사가 이상한 이유로 고소를 당하는 상황 속에서, 평양노회 임원회는 교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정을 해 왔다. 일방적으로 옥 목사의 당회장직을 정지시키고 임시당회장을 파송했다. 옥 목사는 2012년 12월 24일, 2013년 2월 28일, 2014년 2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당회장직을 정직당했는데, 이는 모두 노회 임원회의 결정이었다. 옥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목사를 치리할 수 있는 건 노회지 노회 임원회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평양노회는 옥 목사에게 불리한 공문을 동도교회 교인들에게 직접 우편으로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 보낸 공문에는 옥 목사의 임상 심리검사 결과도 적혀 있었다. 의사의 종합적인 소견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없다"였다. 하지만 노회는 구체적인 진단서에 나와 있는 부정적인 말들만 모아, 옥 목사의 정신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공문을 썼다. 장로들은 노회가 이 공문을 교회에 출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교인들에게까지 보냈다고 토로했다.

설득력 없는 '자칭 성령' 고소장을 접수하고 옥 목사에 대한 재판국을 설치한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게다가 노회는 권징조례에 따라 고소장이나 죄증 설명서를 옥 목사에게 보내지도 않고 재판을 강행했다. 4월 1일 첫 재판에 출석한 옥 목사는 그 자리에서야 자신의 혐의가 무엇인지 알았다. 스스로 성령이라고 한 것 외에도 많은 혐의가 덧붙여져 있었다. 옥 목사 측 변호인으로 동석한 서문강 목사는, 변론을 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재판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동도교회는 올해 2월, 노회가 위법적인 당회장직 정직과 임시당회장 파송, 재판국 설치를 원인 무효할 때까지 행정을 보류하겠다고 공고했다. 노회 이름으로 전 교인에게 옥 목사의 심리검사 내용이 발송된 것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교인들의 주소록을 무단으로 입수해 사용한 점과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공개한 점은, 개인 정보 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평양노회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자칭 성령' 고소장을 접수하고 재판국을 구성했다. 4월 1일 첫 재판이 열리도록 옥 목사에게 고소장이나 죄증 설명서도 보내지 않았다. 변호인 서문강 목사는 피고에게 변론할 시간도 주지 않는 재판은 없다며 항의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노회, "교회 화합 위해"…장로들, "배후는 길자연 목사?"

옥광석 목사를 지지하는 15명의 장로들은 평양노회가 왜 이런 조치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장로들은 노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길자연 목사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사태가 진행되면서 길 목사가 옥 목사를 사임시키고 '자기 사람'을 대신 앉히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임원회가 주축이 되어 일방적인 조치를 하고 있지만, 그 배후는 길 목사라는 의심이 깊어졌다.

길자연 목사는 동도교회 사태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평양노회가 2012년 12월 처음으로 옥 목사의 당회장직을 정직했을 때 파송한 임시당회장이 길 목사였다. 당시 길 목사는 교인들에게 자신이 동도교회 출신 목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옥 목사 위임 후 심한 갈등과 분열로 위기를 맞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공지했다. 2013년 1월 15일 열린 평양노회 임시회에서는 길 목사가 동도교회 조정위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장로들은 2010년 옥광석 목사가 동도교회에 부임했을 때부터, 길 목사가 옥 목사를 맘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옥 목사가 길 목사와 정치적 대척점에 있었던 고 옥한흠 목사의 사촌 동생이기 때문에, 옥 목사를 거슬려 했다는 것이다. 길 목사는 자신이 주름잡고 있는 평양노회를 통해 어떻게든 동도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장로들은 주장했다.

▲ 평양노회 한 임원은 옥광석 목사가 동도교회에 부임한 지 3년 만에 교인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분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옥 목사와 15명의 장로는, 교인은 오히려 증가했고 지난 공동의회에서 98%의 교인들이 당회를 지지했다며, 노회와 다섯 장로만 아니면 교회는 평안하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임안섭

한편, 평양노회 목사들은 동도교회가 화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름의 조치를 취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 노회장이자 현재 재판국장인 조은칠 목사는, 길 목사에 대한 장로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조 목사는 옥 목사와 장로들이 옥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다섯 장로들과 화해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동도교회 사태가 옥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들이 옥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장로들을 면직·출교하려고 시도한 데서 시작됐다고 했다.

동도교회 장로 12명은 2012년 10월 김 아무개 장로와 이 아무개 장로를 당회에 고소했다. 두 장로가 녹음기를 켜 놓은 상태로 당회장실을 찾아가 옥 목사에게 윽박지르고, 대표 기도 시간을 이용해 전 교인 앞에서 근거 없는 내용으로 옥 목사를 비방했다는 이유였다. 이에 두 장로와 그들을 지지하는 세 명의 장로가 합세해 노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때부터 노회가 동도교회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다섯 장로들은 지금도 옥 목사의 정신이상을 확신하고 있으며, 현재 교회가 출입을 허락하지 않아 출석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노회 목사 중에는 옥 목사의 목회나 태도를 지적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옥 목사가 다섯 장로들을 계속 적대시하고 있다며, 담임목사로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옥 목사가 부임한 후 교인 수가 격감하고 교인들끼리 분열하는 등 엉망이 되었다고 말했다. 노회 내 동도교회 출신 목사들은 교회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도우려는 것이지, 정치적인 이유로 개입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옥 목사와 15명의 장로들은 노회와 다섯 장로가 힘들게 하지만 않으면 교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옥 목사가 부임한 후로 교인은 전보다 증가했으며, 올해 2월 열린 공동의회에서 교인 98%가 옥 목사와 당회를 지지했다는 증거를 댔다. 다섯 장로들의 교회 출입을 막은 적도 없다고 했다. 장로들은 다섯 장로를 고소했을 뿐 징계를 내린 적은 없고,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교회 앞에 사과한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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