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이 있는 묵상 1, 2, 3, 4, 5> / 김동건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184쪽 / 3만 2000원

'묵상'이라고 하면, 으레 성경 묵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몇 권으로 된 신학 묵상집을 내 온 모임이 있었다. 김동건 교수와 '성경 중심, 예언자적 정신, 개혁 신학을 표방하며 하나님나라를 소망하는' 아신(芽信)신학연구소 집필위원들이다. 우리나라 교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궁금해할 만한 기본적인 신학적 주제들을 묵상 형식으로 일련의 책들을 출간한 것이다.

본서는 기초(신앙), 교리1(성령), 2(예수, 세례, 구원), 교회, 신앙생활(예배, 기도, 삶) 등 총 다섯 권으로 이루어졌고 각 부분은 관련 성경 구절을 제시한 후에, 질문, 생각, 대화, 묵상이라는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제1권 기초(신앙)에서는 신앙, 고난, 자유의지, 전쟁, 십일조, 복 등의 다양한 기초적인 교리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처음에 등장하는 신앙에 관한 '생각해 봅시다' 단락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신앙생활이란 '성경적인 가치관'을 갖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신앙인'은 '바른 기독교적 가치관과 판단력'을 갖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서평자의 입장에서는, 그리고 한국적 상황에서 본다면, 오히려 많은 역사적 신앙고백(의 조항)을 공부하고 준수하려고 노력하려는 삶이거나 영적인 체험과 말씀을 듣는 사람들을 의미할 것 같은데, 이 책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너무 단순히 정의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 주제인 '죄' 단락에서는 죄를 '불가항력적이고 불가피한 지배력'으로 묘사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죄인 중의 괴수라는 바울의 말은 그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더 많은 범죄를 하였다거나 더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심각한 '한계' 상황에 처해 있었다는 점을 고백하는 것이다.

세 번째 주제인 고통(난) 단락에서는 자신에게 임한 고난을 '인과응보식'으로 이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신자는 고통을 참고 견뎌 나가고, 신자들이 함께 연대하여 서로 위로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고통의 인간적인 근원에 대하여 보복하거나 대항하지 않아야 한다.

제2권 교리1(성령)에서는 성령, 은사, 삼위일체, 율법, 진화론, 타 종교, 하나님나라 등의 기초적인 교리들을 다룬다. 첫 주제인 '성령은 누구나 받을 수 있나요?'편을 살펴보자. 성령하나님은 자주 어떤 도구나 물화(物化)되어서 필요에 따라, 간청함으로써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고 우리가 노력해서 받는 (영적인) 존재처럼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주다, 받다라는 표현의 상징적 의미를 문자적으로 이해한 오해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성령의 은사의 경우에 이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이며 성령과 동반하여 발생하는 것이며, 은사는 초자연적인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면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세 번째로 '기적' 항목을 살펴보자. 기적은 초자연적인 사건이라는 점에 집중하기 쉬우나 기적이라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찾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네 번째 항목은 '은사'의 특징에 관한 것이다. 은사는 개인적인 것인가? 공동체적인 것인가? 궁극적으로 은사란 공동체의 유익과 성화를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제3권 교리2(예수, 세례, 구원)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와, 신앙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 즉 우울증, 회개, 선행과 성화, 우상숭배, 신정론 등의 주제들을 다룬다. 예수의 삶은 인간으로서의 삶이기도 했지만, 신이라는 측면에서야 비로소 이해될 부분도 많았다. 교회는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바른 신앙고백에 기초하여 탄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서 신약 교회가 시작하였듯이, 과연 그리스도가 누구인가에 대한 신앙고백의 터 위에 기독교가 존재하게 되었다.

기독교의 기적을 믿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예수의 동정녀 탄생을 믿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적인 사건을 자연법칙과 토대 하에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세 번째 항목은 조상의 죄와 나의 죄와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한국 전통 종교는 조상과 후손인 나와의 관계를 운명과 영적인 측면에서 매우 밀접한 관계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와 관련해서 한국 기독교도 "조상의 영적인 음덕을 찾는다거나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는다"는 식의 기복과 저주를 밀접하게 연관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율법의 복과 저주 조항을 오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과 우리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것이다.

제4권 교회에서는 교회와 관련된 주제들, 그리고 제사, 고통, 사탄, 예정 등 다양한 신앙 주제들을 다룬다. 첫째 주제인 '교회란 무엇인가'에서 새롭게 그러나 성경적으로 교회론을 재정의 한다. 1) 그리스도가 머리인 교회, 2) 하나님나라를 지향하는 교회, 3) 성령의 이끌림을 받는 교회, 그리고 4)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다.

두 번째 주제인 교회의 기원에서는 제도화되고 조직화된 측면에서 교회는 예수 부활 이후 사도행전에서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주제인 하나의 교회, 다양한 교회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회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 교회의 다양성은 인간적인 측면과 교리적인 측면이 항상 존재하는데, 정치제도와 관련하여 그 다양성의 기원을 찾을 수도 있다.

네 번째 주제인 교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질문은 어째서 개인이 아니고 교회여야 하는가에 대답한다. 신앙은 공동체 중심이며 성례전과 교제의 중심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교회가 구원의 유일한 방주(方舟)인가 하는 문제다. 구원은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지만, 교회는 하나님의 구원의 도구인 것도 사실이다.

제5권 신앙생활(예배, 기도, 삶)에서는 예배와 기도, 그리고 신앙의 실천, 믿음의 징표, 사회복사와 전도, 이혼, 역사의식 등의 삶의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다. 첫 번째 주제 '예배란 무엇인가'에서 구약의 제사와 신약의 예배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다룬다. 예배는 영적인 하나님의 임재와 교제를 의미한다. 두 번째 주제는 안식일과 주일에 관한 것이다. 주일은 창조와 부활을 찬양하고 종말론적 성취를 기대하는 날이다. 네 번째 주제는 예배와 삶의 변화에 관한 것이다.

예배에 참석한다고 삶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1) 예배를 통한 하나님과의 만남이 없기 때문이다. 2) 구체적인 삶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는다. 3) 적용으로 실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는 기도가 항상 응답 받는가에 대한 주제를 다룬다. 한국만큼 기도를 강조하는 기독교는 없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기도는 대화이며 교제라는 점에서 응답이나 반응은 중요하다. 기도와 응답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그것들에 대한 태도와 본질이 중요하다. 기도는 다양한 형태로 응답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본 묵상집은 기독교의 기본적인 신앙의 주제로부터 실천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단지 이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적으로 읽어 가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기독교 신앙의 본질과 삶의 문제를 접근하고 이해하고 반성하고 실천하게 만들어 주는 유익이 있다. 게다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 속에서 제기되는 잘못된 질문들 혹은 오해들을 뽑아내서 수정해 주고 새롭게 정의해 주는 시도들이 돋보인다.

그러나 본서도 집필자의 신학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본서의 모든 설명이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점도 고려하면서도 독자들이 읽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다. 논리적 전개에 있어서, 어떤 부분들은 '생각'과 '질문'이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즉 엇박자로 놀거나 너무 지엽적인 질문에 그치거나 잘못된 질문도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장점은 더욱 강화시키고 단점 부분은 수정 보완함으로써 본 '신학이 있는 묵상'집이 일반 신도들에게 간편하지만 중대한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바른 신앙을 살찌우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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