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교회 재정 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교회 측의 주장을 대부분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건축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를 제외한 다른 회계장부 열람을 기각했다. 교회 측은 판결을 반겼고, 갱신위는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 교인 28명이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새 예배당 건축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만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월 17일, 소송을 건 교인들이 교회의 재정 장부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들이 요청한 회계 자료가 너무 많고, 교회가 소송 중에 제출한 자료로 어느 정도 의혹이 해명됐다며 다른 회계장부 열람은 기각했다.

법원은 교회 측의 해명이 대부분 근거가 빈약하다고 봤다. 교회 측은 교인들이 헌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기 때문에 사후 관리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가 재정 장부 안 보여 주는 이유) 법원은 "공동의회는 교회의 예산 집행을 관리·감독할 권한이 있고,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교인들이 교회의 예산 집행 내역 등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회 측은 사실상 사랑의교회가 두 개로 갈라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은 더 이상 사랑의교회 소속이 아니라고 하면서 재정 장부를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법원은 교회 내에 분쟁이 있다고 해서 두 개로 분열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가처분을 신청한 교인들은 여전히 사랑의교회 교인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들은 공동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있고, 교회가 보유한 재산의 공동 소유자라고 했다.

교회 측은 최소 3/100 이상의 교인들이 원할 때 장부 열람을 신청할 수 있다고도 변론했지만, 법원은 그렇게 볼 만한 근거가 없거나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법률이나 교회 규정에 교인이 회계장부를 열람·등사할 수 있는 권리가 쓰여 있지 않다고 해서, 장부를 공개하라는 교인들의 요구가 허용되지 않는 건 아니다"고 했다.

소송을 제기한 교인들은 오로지 오정현 목사를 사임시키려는 목적이라고 교회 측은 강조해 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도 그렇게 판단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처분을 신청한 교인들이 건축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 공개를 청구할 만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고 했다.

법원은 교회의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하는 행위가 교인의 권한이라고 인정했지만, 이를 남용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정 장부 공개를 요구할 때 이유를 상세하게 기재해야 하고, 그 이유와 열람을 청구한 회계 자료 사이의 관련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를 제외한 다른 회계 자료들은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가처분을 신청한 교인들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의 재정 보고서와 수입·지출 결의서, 은행 계좌 목록, 각 부서 계좌 등을 열람·등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들이 청구하는 장부·서류는 그 종류 및 기간의 범위가 넓고 포괄적이며, 이를 요구하는 이유와의 관련성도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또 교회가 제출한 자료들로 어느 정도 해명된 점도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재정 유용 의혹에 대한 오정현 목사 측의 반박)

법원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이 기간 중 작성된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부지(서울 서초구 서초동 1541-1 외 23)에 대한 교회 신축 공사 관련 도급 계약서(변경 계약서 포함)와, 교회가 우리은행에서 2009년 6월 17일경 대출받은 600억 원 및 2009년 5월 28일경 대출받은 276억 9000만 원에 대한 대출 계약서와 상환 현황 자료를 공개하라고 했다. 교회는 주말을 제외하고 15일 동안 서초 예배당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를 열람하고 복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회 측, "사실상 기각"…갱신위, "의혹 더 증폭"

소송 결과를 접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와 교회 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갱신위는 3월 20일 성명서를 통해 유감을 드러냈고, 같은 날 교회 측은 보도 자료를 배포해 판결을 환영했다. 법원이 교회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보면 갱신위에 손을 들어준 듯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회계 자료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교회 측은 법원이 소송의 골자였던 회계장부 열람을 기각했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소송을 건 교인들이 오정현 목사와 관련된 부분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재판부는 교회가 제시한 자료를 검토한 후 문제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한 도급 계약서와 대출 계약서 등도 이미 투명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했다. 한 교회 관계자는 판결 내용이 갱신위에 유리하게 표현된 것을 두고 '법률가들의 수사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갱신위는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교회 측이 제시했던 자료는 의혹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켰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계 자료의 열람과 등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갱신위 교인은, 사랑의교회가 그동안 단식부기를 해 왔기 때문에 6년 치 회계 자료라고 해도 그렇게 방대한 분량이 아니라며 법원의 판결을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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