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이 나뉘었다. 매 주일 대다수 교인들은 서초 예배당으로, 2000명은 강남 예배당으로 간다. 교회 측은 강남 예배당을 비우라며 압박하고 있다. 물리적인 충돌은 없지만 양측의 대립은 점점 첨예해지는 양상이다.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지난해 11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를 조직했다. 갱신위는 오 목사의 회개와 교회 개혁을 원하는 교인들의 구심점이다. 분열이 장기화할수록 갱신위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갱신위 전 위원장 김두종 장로를 3월 5일 강남 예배당에서 만나, 사랑의교회 분열의 원인을 되짚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그는 고 옥한흠 목사가 담임하던 시절,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당회 총무장로를 지냈다. 이후 사역장로로 활동하다가 2010년 은퇴했다. 김 장로는 지난해 11월부터 갱신위 위원장을 맡았고 2월 28일부로 사임했다.

오정현 목사, 의혹 회피와 말 바꾸기…교인들, 참고 참다 폭발

▲ 새 예배당 건축과 오정현 목사를 규탄하는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지난해 11월 갱신위원회를 조직했다. 김두종 장로는 갱신위가 구성될 때부터 2월 말까지 위원장직을 맡았다. 갱신위가 원하는 것은 오정현 목사의 진실한 회개와 교회의 재정 투명성이라고 김 장로는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갱신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갱신위는 인위적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지난해 말 교인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차올라 있었다. 오정현 목사가 부임한 후부터 계속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교인들은 그래도 담임목사니까 참자고 생각하며 계속 견뎠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넘어간 게 많이 쌓였다.

가장 큰 문제는 예배당 건축과 오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이었다. 이에 대해 오 목사는 계속 회피하거나 말을 바꿨다. 때마침 교회가 새 예배당으로 옮기는 상황이 됐는데 몇몇 교인들이 가지 않겠다고 했다. 장로면 장로대로, 안수집사는 안수집사대로, 권사는 권사대로, 오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공감하는 교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하나로 묶는 조직이 생긴 것이다.

- 오정현 목사의 문제가 무엇인가.

오정현 목사는 비전에 몰두한 나머지 목양은 뒷전이었다. 매해 12~13주 정도 강단을 비웠다. 1년에 세 달을 다른 일정에 쓴 것이다. 강단을 너무 자주 비우지 말고 설교에 집중해 달라고 얘기했지만, 오 목사는 듣지 않았다. 옥한흠 목사도 생전에 많은 교회에서 와 달라고 매달렸지만 1년에 4번 정도밖에 강단을 비우지 않았다. 사랑의교회 분열을 신구(新舊)의 갈등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얘기다. 이건 원칙의 문제다.

또 한 가지는 오 목사가 부임한 후, 교회가 교인들이 수긍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재정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말의 앞뒤가 다르다. 예배당 건축만 해도 그렇다. 2010년 6월, 오 목사는 건축비를 900억 원 내에서 집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난 건축비만 해도 최소 1800억 원이다.

왜 건축비가 두 배나 뛰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정현 목사는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교인들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물론 당시 공동의회에서 건축에 관한 사항을 건축위원회에 일임하기는 했다. 하지만 재정 사용을 교인들에게 설명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임한 건 아니다. 교회는 교인들의 귀한 헌금으로 운영된다. 반드시 이유를 밝혀야 한다. 이런 경우가 부지기수다.

갱신위가 강남 예배당 욕심낸다?

▲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갱신위가 강남 예배당을 가지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 측이 갱신위에게 강남 예배당을 주고 지지부진한 다툼을 끝내라는 교계 여론도 있다. 하지만 갱신위는 사랑의교회의 진정한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처소로 사용하는 것뿐이라고 김두종 장로는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오정현 목사의 잘못이 드러났는데도 그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많다. 이들은 갱신위를 비방하면서 갱신위가 결국 강남 예배당을 사유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 측은 강남 예배당에서 나가지 않으면 소송을 걸겠다고 결의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내쫓기 착수)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맹목적으로 그를 따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 목사의 장점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하나에 몰입하면 다른 걸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 사람들이 폭 넓게 양쪽을 자세히 알아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

오 목사 측은 갱신위가 강남 예배당을 노리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갱신위는 강남 예배당을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보라. 오 목사에 대한 의혹과 비리가 드러난 상태에서, 교인들이 그의 설교를 듣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이다. 처음에 우리는 강남 예배당의 마당만 썼다. 그랬더니 교회 측이 문을 잠그고 마당에 건축 폐기물을 쌓아 놨다.

내가 오 목사에게 "그러지 말고 기도 처소를 제공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인근 학교 강당을 빌려서 기도회를 한 적도 있었는데, 누군가의 압력 때문인지 다시 빌려 주지 않았다. 겨울이라 날씨도 춥고, 건축 폐기물 때문에 마당에 있을 수도 없어 예배당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 김두종 장로는 교회가 불법을 목격하고도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갱신위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 교계 한편에서는 차라리 교회가 강남 예배당을 갱신위에게 주고 깨끗하게 서로 갈라서라는 얘기도 나온다. 갱신위 내부에서도 빨리 따로 개척을 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오정현 목사의 결정에 따라 우리의 대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큰 방향은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오 목사에 대한 의혹이 명확하게 해소되는 것이다. 지금 오 목사는 배임·횡령,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적어도 1심 판결이 날 때까지는 이 상태를 유지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분립이나 개척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느 조직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중에도 '언제까지 오정현 목사와 다툴 것이냐. 나가서 따로 교회를 만들자'는 주장이 있다. 속도와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갱신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오정현 목사의 회개'와 '교회 갱신'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되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될지 안 될지는 하나님만 아신다. 하지만 어찌됐든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하는 거다. 교회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불법이어도 은혜로 덮고 가자", "급하니까 눈 한 번 감고 가자"고 하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 아무도 그 사회의 도덕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 '오정현 목사의 회개'라는 건 결국 사임하라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 아닌가.

사임은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정현 목사가 진정으로 회개한 후 스스로 판단해야 할 일이다.

사랑의교회, 교회 아닌 이익 집단으로 변질되나

- 오정현 목사 측 교인들은, 갱신위가 절대다수 교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오 목사를 끌어내리려 한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교회를 나가라고 한다. 심지어 부목사도 "여러분만 나가면 사랑의교회는 정결해진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갱신위, 마당 못 들어가 길바닥 기도회)

담임목사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회를 나가라는 것은 교회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다. 교회는 예수님을 머리로 한 몸이다. 말 안 듣는다고 팔 하나, 다리 하나 떼어 버릴 수 있나. 부목사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교인들을 그렇게 가르치면 안 된다.

우리가 떠난다고 사랑의교회가 잘되지 않는다. 지금 한국에 있는 대형 교회의 행태를 보라. 사랑의교회는 서초 예배당을 지은 순간부터 교회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다. 교회가 헌금을 걷어서 자체 운영하는 데 다 쓴다면 무슨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겠나. 헌금은 최대한 교회 밖 사람들에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랑의교회는 건축에만 수천억 원을 들이고 또 앞으로 이자 갚는 데에 수십억 원을 써야 한다. 교회가 아니라 이익 집단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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