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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연대, "가난한 이들 죽음은 정부·교회 책임"
세 모녀 위한 추모 예식과 기자회견...정부에 사회 안전망 구축 촉구, 교회엔 이웃 사랑 강조
  • 박요셉 기자 (yoseb8613@hanmail.net)
  • 승인 2014.03.06 18:16

   
▲ 그리스도인연대는 5일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세 모녀를 위한 추모 예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그리스도인에게 약자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며 교회의 사회 책임을 강조했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세 모녀의 죽음으로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주요 언론들이 이들의 죽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자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 복지의 현주소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복지 사각지대를 일제히 조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교 단체들도 움직임을 보였다. 성공회를 포함한 개신교·가톨릭 단체들이 모여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연대(그리스도인연대)'를 조직했다. 이들은 정부가 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인연대는 사순절이 시작하는 3월 5일 세 모녀를 위한 추모 예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순절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의 고난에 동참하는 때이다. 추모 예식과 기자회견을 그날 연 데는, 인간으로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약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스도인연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정의평화위원회, 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추모 예식은 회개와 자성의 시간이었다. 그리스도인연대는 세 모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한국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교회의 무관심에도 있다며, 먼저 교회가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용환 신부(가톨릭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는 강론에서 "실천하지 않는 믿음은 참된 믿음이 아니다", "우리 중 누군가 가난으로 죽어 간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 사회의 문제 나아가 공동체의 문제다"라며 그리스도인들의 행위 없는 믿음을 지적했다.

양재성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회 전문위원)는 "기독교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를 사랑하는 것이 곧 나를 사랑하는 것이요(마 25:40)'라는 말씀 위에 서 있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어려운 이들을 돌보며 살 것을 강조했다.

   
▲ 김윤영 사무국장(빈곤사회연대)은 현 복지 제도는 약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다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 뉴스앤조이 박요셉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세 모녀의 죽음이 정부의 미흡한 복지 제도 때문이라며 2010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장애 등급을 받은 아들을 둔 그는, 의무 부양자인 자신에게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아들이 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되자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 김 국장은 복지 제도가 현 실태에 적합하지 않은데도 정부는 정책 홍보를 강화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리스도인연대는 성명을 발표해 더는 우리의 이웃이 가난과 생활고 때문에 죽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특히 약하고 가난한 우리 이웃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 가는데도 그들을 외면했던 시민사회를 질타하며, 교회가 먼저 주변을 돌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최근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 △빈곤층 가족 자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범정부·범사회적 기구 설치 △공공 의료 제도 확대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각종 서민 금융정책 개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120만 명에게 수급 권리 부여를 권고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계명을 받들어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가난한 이웃들의 죽음 앞에 말할 수 없는 비통함과 회개하는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호소합니다.

더 이상 우리의 이웃이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죽어야 하고, 몸이 아픈데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야 하고, 아픈 장애인 아들을 치료할 길이 없어서 죽어야 하고, 아픈 가족이 자신 때문에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죽어야 하고, 노동 현장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다 해고되고 고발당해 죽어야 하고, 빚을 졌다고 죽어야 하는 이 비참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것이 제일의 의무인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 있습니까?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법은 어디에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도의 존엄한 삶을 보장해 주어야 할 사회복지, 사회보장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넘어졌다고 죽게 해서는 안 됩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넘어질 수 있고 상처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넘어지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다시 일어나는 일을 너무나 힘겹게 만들어 버린 이 사회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지 못하는 이 공동체가 더 큰 죄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외되고 그늘진 곳에서 죽음에 이르도록 괴로워했던 이웃을 돌보지 못한 우리 자신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약한 우리 이웃들이 고통 가운데 죽어 가는데도 그들을 도울 수 없었던 시민 정신, 공동체 정신의 붕괴에 대해서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키고 살아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가장 큰 죄인인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주변을 바라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겠습니다. 연대와 협력을 통해 가장 고귀한 생명이 돈 때문에, 질병 때문에, 빚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기도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정부 당국에 호소하고 촉구합니다.

1. 최근의 사태에 대해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책임을 지고 정부의 입장과 대책이 무엇인지를 즉각 밝혀 주기를 바랍니다.
2. 연이은 빈곤 가족의 집단 자살 문제에 대한 대책을 공정하고 심도 있게 세워 나갈 수 있는 범정부, 범사회적 기구를 당장 설치하시기 바랍니다.
3. 각종의 사회보장, 사회복지 수준을 축소하려는 시도를 중단하십시오. 실업률과 빈곤층의 증가, 이로 인한 양극화, 사회 불안과 사회적 갈등의 심화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법과 제도, 정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랍니다.
4. 최저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민 기초 생활 보장법상의 최저 생계비 제도 철폐 시도 중단, 공공 의료 제도 확대, 절대적으로 부족한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 공영 임대주택 공급 확대, 오히려 부담을 가중케 하는 각종의 서민 금융정책 개선 등 당장 취할 수 있는 정책을 즉각 시행하기 바랍니다.
5. 관계와 상황을 불문하고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하는 부양의무 제도의 철폐,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조사의 실효성도 없고 시민들과 일선 공무원들에게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는 실태 조사 지시, 수급권자들에게 반 인권적 모욕감을 주는 부정 수급자 색출 작업을 즉각 중단하고 세 모녀처럼 실질적인 복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1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수급권자로서의 권리를 부여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과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제도로 인식되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으나 1999년도에 여·야·정과 광범위한 시민사회의 합의하에 제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통해 이를 선언하고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정부에 촉구합니다.

권리, 인권의 보장이라는 사회복지, 사회보장의 기본 정신을 망각하고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수급권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장하는 것이 빈곤, 양극화, 사회 갈등의 심화를 막고 사회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첩경임을, 이 길만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 낼 수 있는 바른 방법임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자를 우선적으로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약한 이와 고아의 권리를 되찾아 주고 불쌍한 이와 가련한 이에게 정의를 베풀어라.(시 82:3)'고 말씀하시는 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약하고 가난한 이들이 권리를 되찾고 그들에게 정의가 베풀어질 때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비극적인 죽음이 멈추어질 때까지 뜻을 함께하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더 호소합니다.

더 이상 죽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죽게 해서는 절대로, 절대로 안 됩니다!

2014년 3월 5일
세 모녀의 비극적 죽음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연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예수회인권연대센터, 천주교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천주교서울대교구 정의평화사제단, 천주교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NCCK정의평화위원회, 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 성공회정의평화사제단)

문의 : 02-735-3571 그리스도인연대(임시 사무국·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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