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거래로 교회에 131억 원 피해를 입히고, 35억 원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조용현 부장판사)는 2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 목사에게 형을 선고하고 벌금 50억 원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교회의 최고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조 목사의 지시 없이 주식거래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포탈 세액도 36억 원에 이른다면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포탈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고, 종교인으로서 사회 복지에 기여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배임과 조세 포탈의 사실관계가 연관돼 있다면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조용기 목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으로 시무하던 2002년 12월, 영산기독문화원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한 주당 8만 6984원에 사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한 주당 2만 4000원에 불과한 주식을 서너 배 이상 비싸게 사들여 교회에 157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것으로 보고, 지난해 6월 조 목사를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배임 액수를 131억 원으로 낮췄고, 징역 5년과 벌금 72억 원을 구형했다.

▲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목사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목사의 지시 없이 이번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주식거래는 조 전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고 했다. 사진은 선고 공판 이후 법정을 나서고 있는 조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임안섭

주식거래로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자, 허위 서류를 꾸며 세금을 포탈한 정황도 드러났다. 2004년 7월 서울지방국세청은 교회와 영산기독문화원의 주식거래와 관련해 제2차 납세 의무자인 (재)순복음선교회에 103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조 목사는 허위 서류를 꾸미도록 실무자들에게 지시했고, 결과적으로 35억 원의 세금만 부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증여세를 포탈하기 위해 교회 실무 장로 회의록, 주식 매입 결의 확인서, 금전 소비대차 약정서 등을 조작한 것으로 봤다.

조 목사는 십여 차례가 넘는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결재권자였지만 주식거래는 인지하지 못했고, 영산기독문화원의 존재도 모른다고 말했다. 영산기독문화원은 1997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청소년 사역을 위해 200억 원을 출연해 만든 비영리단체다. 조 전 회장은 주식거래 전까지 이 단체 이사장을 역임했다. 재판부는 참고인들의 증언과 자료에 따라 피고인 조용기는 영산기독문화원 청산 방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한 주식 매매를 하면 교회가 손해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고인 조희준을 위해 거래가 이뤄지게 했다고 했다.

조세 포탈과 관련해 조 목사는 일반 회계 법인에 맡겨 처리한 것으로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 목사가 조세 포탈을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교회에 손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애당초 교회가 출연한 200억 원이 공중분해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200억 원을 빼돌리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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