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 제작에 개신교 목사들이 앞장선다.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몇 년 전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하고 있는 서세원 목사가 총연출을, '기독당'을 만들어 수차례 정권 진출을 노리던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후원회 회장을 맡았다. 이들은 2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 시나리오 심포지움'을 열고 영화 제작에 후원과 관심을 부탁했다.

심포지움 시작 전부터 장내 500석이 꽉 찼다. 노년의 남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청년과 청소년도 열댓 명 보였다. 오후 2시, 정시에 맞춰 온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의자에 앉지 못하고 뒤에 서서 심포지움을 지켜봤다. 서세원 목사가 유명해서인지 수십 명의 기자들이 취재진을 이뤘다.

▲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을 기독교 목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서세원 목사가 연출을, 전광훈 목사가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들은 2월 13일 프레스센터에서 심포지움을 열고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을 부탁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전광훈 목사는 지금 대한민국이 잘못된 집단 최면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를 부인하고 역사를 왜곡하며 거짓을 진실로 만들려고 하는 불순한 무리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기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을 기억해야 한다며 영화를 기획하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또 국민들이 대한민국 존재의 근원인 이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을 잊고 너무나 큰 범죄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처음 영화를 기획했을 때 제작을 맡을 감독이 없어 고심했다고 밝혔다. 몇몇 감독들에게 제작을 부탁했으나 모두 거절했다며 대한민국 감독 중 90% 이상이 좌파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도하던 중 서세원 목사가 생각나 부탁했지만 그도 처음에는 거절했다고 했다. 전 목사는 서 목사에게 이 전 대통령에 관한 책 24권을 선물했고, 이 책을 다 읽은 서 목사는 "내가 대한민국에 큰 죄를 짓고 살았다"고 자책하며 영화 제작을 수락했다고 전했다. 전 목사에 따르면, 서 목사는 좌파들의 저항으로 대한민국에서 쫓겨날지라도 목숨을 걸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아멘 소리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 전광훈 목사(사진 오른쪽)는 대한민국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을 잊어버렸다며 영화를 기획한 취지를 밝혔다. 서세원 목사는 우리나라가 이념 싸움을 그쳐야 한다면서도 "빨갱이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 목사는 이 전 대통령이 예지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는 그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세원 목사는 발언에 앞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영화를 통해 정의와 올바름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기도했다.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국민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제작의 시작과 끝을 하나님께 의탁했다. 하나님을 사랑하듯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식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다. 기도가 끝나자 또다시 아멘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신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인 줄 알았다고 서세원 목사는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공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미국 체류 시절 <Japan Inside Out>이라는 책을 쓰면서 일본이 미국을 침공할 것을 내다봤다며 예지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서 목사는 "이 예지력이 어디서 왔나. 이분은 기독교인이다.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좌익이니 우익이니 이념 싸움을 그치자고 하면서도, 서 목사는 "빨갱이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정신병자로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신병자들과 금 하나 그어 놓고 살고 있는 셈이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우리 자녀들 다 큰일 난다."

서 목사는 영화에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담을 것이라며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물론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있다. 3·15 부정선거도 이번 영화에 넣을 것이다.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면 공과 과를 함께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 목사는 "이번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전광훈 목사와 약속했다. 이 전 대통령 다음에는 김구 선생,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영화도 만들 것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심포지움 장소는 수백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객관적인 영화를 만들겠다는 서세원 목사의 의도와는 달리, 참석자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만을 쏟아냈다. 아멘과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하지만 서세원 목사의 이런 발언 뒤에는 곧바로 반발이 일었다. 김길자 대표(대한민국사랑회)는 3·15 부정선거에 이 전 대통령이 연루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김 대표는 "부정선거는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앉히려고 자유당이 꾸민 것이지 이 전 대통령은 그런 사실조차 몰랐다. 영화를 만들 때 이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진실대로만 만든다면 모든 오해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본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차기작으로 김구 선생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역사적으로 중립을 지키는 영화를 만들 것이라는 서세원 목사의 발언과 달리, 심포지움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찬사만이 쏟아졌다. 그 시절 반공주의자였던 이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라며, 건국의 아버지, 국부를 그동안 너무 홀대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참가자들은 시나리오에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나타낼 수 있는 이런저런 장면을 꼭 넣어 달라고 발언했다. 영화 '변호인'보다 더 크게 흥행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아멘과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영화의 제작사는 '애국프로덕션'이다. 기독교이승만영화추진위원회, 자유평화통일재단, 불교애국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사랑회, 애국단체총연합회 등이 후원 단체로 이름을 올렸다. 전광훈 목사는 3000만 명의 후원자를 모집해 올해 7~8월에 제작, 내년 7~8월 개봉하겠다고 밝혔다. 서세원 목사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재정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며, 3000만 명의 후원자들을 만드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참여의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와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돈이 걸림돌이 되겠나. 3000만 국민들이 삼천리금수강산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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