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을 점거하고 독단적으로 교회를 운영한 하경호 집사를 당회 측이 몰아내면서 강북제일교회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크게 황형택 목사 측, 황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들로 구성된 당회 측, 하경호 집사 측으로 삼분돼 있던 상황에서, 이제 황 목사와 당회 측만 남게 됐다. (관련 기사 : 출구 보이지 않는 강북제일교회 분쟁)

강북제일교회 당회 측 교인들은 1월 19일 주일 예배당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1년간 이들의 예배당 출입을 막아 왔던 하경호 집사 측 교인들의 세가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당회 측 교인들은 이날 본당에서 예배를 진행했다. 하 집사 측 교인 30여 명이 예배 내내 강단 한쪽에서 저들끼리 예배했다. 오후 2시 4부 예배 후, 당회 측 교인들은 하 집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을 한 명씩 예배당 밖으로 끌어냈다.

▲ 강북제일교회 당회 측이 1월 19일 하경호 집사 측 교인들을 몰아내고 예배당 진입에 성공하면서 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 집사가 교회를 장악한 20개월 동안 빚은 4억 원이나 늘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무소불위' 하경호 집사, 교회 재정·행정 모두 거머쥐어

하경호 집사 측 교인들은 하 집사가 교회의 모든 정보와 재정, 계획을 틀어쥐고 전횡을 일삼는 데 지쳐 그에게 등을 돌렸다고 전했다. 하 집사는 강북제일교회 분쟁이 일어난 2011년, 황형택 목사의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교회 개혁을 바라는 강북제일교회를사랑하는모임(강사모)의 사실상 리더로 활동했다. 당시 황 목사와 장로들을 상대로 교회법·사회법 소송을 벌이는 등 적극적이었다.

그해 말 황형택 목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이 교회를 나가자, 하경호 집사는 독단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회에 제출할 교회 조직표를 만들고 한 명도 변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 목사를 대신할 당회장도 지정했다. 당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하 집사는 당회가 교권을 따르고 있다며 당회에 등을 돌렸다. 노회가 파송한 임시 당회장도 무시했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독자적으로 움직였다. 일각에서는 하 집사와 그를 추종하는 교인들을 '하따무'(하경호를 따르는 무리들)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사모 내에 하경호 집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생겼고, 이들은 당회와 협력해 교회의 안정을 찾겠다며 2012년 2월 강사모를 해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 집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교인 수십 명을 동원해 자신을 반대하는 교인들의 예배당 출입을 막았다. 교회가 구성한 예산결산위원회·청빙위원회·질서유지팀이 가동할 수 없도록 훼방을 놨다. 이런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했고 하 집사 측 교인과 당회 측 교인 사이에 고소가 빈번했다.

2012년 6월부터 하경호 집사 측은 교회 재정까지 장악했다. 재정장로와 재정부장이 교회로 들어오는 걸 막았다. 하 집사를 지지하는 교인으로 당시 재정차장이었던 윤석두 집사가 재정을 맡았다.

2012년 말에는 하경호 집사와 윤석두 집사가 신천지 추수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 신현욱 소장과 합신이단상담연구소 박형택 소장은 신천지 이탈자들에게서 증언을 확보했다며, 구체적으로 하 집사와 윤 집사를 신천지로 지목했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전면 부인했다.

하경호 집사 측 교인들은 2013년 10월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했고 하 집사는 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는 노회와 총회가 교회 분쟁을 더 악화시켰다며 모든 행정 지도를 거부하기로 선언하고, 정관에 따라 교회를 운영하겠다며 독자적으로 정관을 제정했다. 11월에는 정관에 따라 공동의회를 열어, 원성현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고 장로를 피택했다.

하경호 집사를 따르던 교인들도 그가 도를 넘는 행보를 계속 보이자 하나둘 돌아섰다. 많을 때는 2000명 정도 출석했지만 작년 말까지 600명대로 줄었다. 한 교인은 하 집사의 별명이 '담임집사'였다며 교회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황형택 목사의 재정 사용을 문제 삼았던 하 집사가 오히려 재정을 불투명하게 썼다고 했다. 다른 교인은 하 집사는 안수집사인데 누구와 상의도 하지 않고 맘대로 장로와 담임목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20개월 동안 빚 4억 원 늘어나

하경호 측 교인들이 재정을 관리한 약 20개월 동안 교회는 4억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됐다. 당회 측은 하 집사 측이 교회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급여와 교회 전기세·수도세·전화료 등을 합쳐 4억 원가량을 체불했다고 밝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동안 교회 재정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떻게 쓰였는지 장부가 없다는 점이다. 당회 측은 교회 금고에 돈이 남아 있지 않았다며, 하경호 집사가 재정 장부를 들고 나갔는지 재정 장부가 아예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당회 측은 그동안 교회 출석 인원으로 볼 때 10억 원 이상의 헌금을 하 집사 측이 가져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하 집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하경호 집사 측은 하 집사가 직접 재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012년 6월부터 모든 교회 재정은 윤석두 집사가 관리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비대위가 조직되면서 재정부가 생겼고, 재정부원들이 윤 집사에게 재정 장부와 입출금 내역서를 요구했으나 그가 거부했다고 전했다.

윤석두 집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헌금이 적게 걷혔기 때문에 남아 있는 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하 집사와 쌍두마차로 교회를 운영했던 윤 집사는 현재 하 집사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두 집사는 서로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며 맞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택 목사, 목사 안수 및 당회장직 관련 대법 판결 임박

▲ 1월 19일 이후 강북제일교회는 잠잠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26일에는 교인 1690명이 참석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황형택 목사와의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안정을 말하기는 이르다. 사진은 2월 2일 당회 측 예배 현장. ⓒ뉴스앤조이 구권효

1월 19일 하경호 집사 측을 몰아낸 후 강북제일교회는 오랜만에 잠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회 측은 26일 주일에 총 1690명이 예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설교는 조남정 부목사가 맡고 있다. 하 집사를 내보냈다는 소식을 듣고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당회 측은 전했다. 이들은 교회를 전반적으로 정비한 후 청빙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담임목사를 데려올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강북제일교회가 안정을 찾았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당회 측에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더 근본적인 황형택 목사와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황 목사는 자신의 목사 안수를 무효라고 판결한 총회 결의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승소했다. (관련 기사 : 황형택 목사, 목사·당회장직 계속 유지) 총회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이르면 이번 달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