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가 "곤혹스런 질문에 맞서며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며 새로운 대중 신학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당신의 마음 한편에 묻어 둔 질문을 안고 링 위에 오른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와 연세대 김학철 교수, 두 신학자가 궁금증을 풀어 준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가끔 성경을 읽다 보면 질문이 떠오른다.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은 모든 동물을 만드신 후 사람을 만드신다. 그런데 창세기 2장에서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신 후에 들짐승과 새를 빚으신다. 뭐가 맞는 걸까. 1장과 2장을 쓴 사람이 다른 건가. 성경은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기록한 게 아닌가?

예수님은 "나를 말미암지 않고서는 아버지께 올 자가 없느니라"라고 하셨다. 그럼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처럼 훌륭하지만 예수님을 몰랐던 사람들은 지옥에 갔을까? 예수님은 포도주를 만들기도, 마시기도 하셨는데 왜 기독교인들은 술을 마시면 안 될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교회에서 궁금한 걸 자꾸 물으면 믿음 없단 얘기를 들을 것 같다.

CBS '낸시랭의 신학 펀치'(신학 펀치)는 기독교인이 '오직 믿음!'이란 말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채운 질문의 족쇄를 풀어 준다. 언제 어디서라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팝아티스트 낸시랭이 당신의 마음 한편에 묻어 둔 궁금증을 안고 링 위에 오른다.

낸시랭은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수련회를 끝으로 교회 언저리로 나왔다. 교회 안의 가식적인 분위기, 교인들 안에 형성된 계급과 체계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교회를 다니지만 예배만 드리고 바로 나온다. 그래서 성경을 읽으며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도, 대답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낸시랭은 링 위에서 질문 펀치를 날리는 게 신나고 재미있다. 녹화 때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해갈을 느끼기 때문이다.

링 위에서 낸시랭의 질문 펀치를 받을 상대는 숭실대 권연경 교수와 연세대 김학철 교수. 신약학을 전공한 두 교수는 학생들에게 기독교를 가르치고 있다. 솔직히 두 사람은 신학 펀치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다. 무슨 얘기를 해도 욕먹을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믿음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 반해 질문은 금기시해 왔다.

▲ 낸시랭은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성경을 읽으며 궁금한 게 생겨도 물어볼 사람도, 대답해 줄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낸시랭은 링 위에서 질문 펀치를 날리는 게 신나고 재미있다. 반면 김학철 교수는 링 위에 오르는 게 부담스럽다. 무슨 얘기를 해도 욕먹을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자신이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한국교회와 나누려고 한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지질학 교수나 역사학 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강의하면, 자기가 지금껏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도 받아들여요. 하지만 신학 교수가 새로운 내용을 가르치면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성경 구절을 외웁니다. 그러면서 교수님은 지금 성경에서 빗나간 얘길 하고 있다고 비판하죠."

이런 사례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김 교수는 많은 기독교인이 자신이 뭘 믿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진단한다. 교회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권 교수 역시 교회를 오래 다닌 이들일수록 기독교적 언어는 많이 알고 있지만 그 함의는 잘 모를 때가 많다고 한다.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성경 강해를 하면서 교인들이 담임목사님께 묻지 못한 질문들을 쏟아 놓는 걸 접하기도 했다.

그래서 권 교수는 신학 펀치에 참여하는 것을 "한국교회를 태반으로 삼고 살아가는 신학자로서 좀 더 보편적인 방법으로 교회를 섬길 기회"로 생각한다. 김 교수 역시 한국교회 안에서 자라고 배운 신학자로서, 신학 펀치를 통해 자신이 고민하고 깨달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나누려고 한다.

낸시랭과 두 신학자를 링 위에 세우는 데 성공한 신동주 피디는 교회 밖 사람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곤혹스런 질문들로 인해 기독교가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그게 아니란 걸 알았죠. 결코 기독교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자신감이 있습니다."

▲ 신동주 피디는 기독교 밖의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라도 기독교인들이 질문하고 답할 줄 알아야 하다고 생각한다. 권연경 교수는 신앙생활을 하면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지며, 신학이란 그런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신앙을 더 이해하고 탄탄하게 세우는 작업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임수현

질문의 고삐는 늦출 생각이 없다. 묻고 답하고, 그 답에 이해되지 않은 부분을 즉석에서 다시 묻고 답하길 반복하려고 한다. 권 교수와 김 교수는 즉석에서 날아오는 질문이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했다. 자신도 했던 고민이었으니까. 정해진 모범 답안을 말해야 하는 게 아니니까. 두 신학자는 자신의 고민과 답을 솔직하게 시청자들과 나눌 준비가 돼 있었다.

신 피디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던 신학적 주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장으로 신학 펀치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펀치를 받아 줄 패널도 두 신학자로 국한시키지는 않았다. 주제와 내용에 따라 여러 신학자들을 등장시킬 욕심도 있다.

너무 오랫동안 한국교회는 신학과 신앙의 거리를 벌려 두었다. 신학은 신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신앙생활을 하면 끊임없이 질문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어진다. 권 교수는 그게 바로 신학의 출발점이며, 신학이란 자신의 신앙을 더 이해하고 탄탄하게 세우는 작업이라고 했다. 신앙을 가진 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게 신학이란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기독교인은 신학을 성직자의 전유물로 여긴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신학적 이해는 주일학교, 중고등부 시절에 배운 내용에서 멈춰 있다. 김 교수는 거기에 머물지 않고 히브리서에 쓰여 있듯 장성한 자가 되어 단단한 음식을 먹을 수 있으려면, 신학이라는 즐겁고도 고통스런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낸시랭의 신학 펀치는 그 즐겁고도 고통스런 작업이 낯설고 두려운 이들에게 "곤혹스런 질문에 맞서며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고 말을 건네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성경 무오설을 건드렸고, 다음은 보편 구원론을 다룰 차례다. 근육 운동은 고통을 수반한다. 하지만 링 위에 선 이들이 지금처럼 솔직한 질문과 유쾌한 수다를 이어 가 준다면 고통은 경감할 것 같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낸시랭과 신학자들이 선보일 링 위의 대결이 한국교회에 막혀 있던 "질문하는 신앙의 길"에 얼마만큼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낸시랭의 신학 펀치 1회 '성경에는 왜 불일치하는 게 나오나요?' 유튜브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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