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7일.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이 결국 표절이었다는 게 드러나자 사랑의교회 당회는 오 목사의 징계를 결정했다. 당시 당회는 6개월 자숙과 30% 감봉을 결정했고, 이후로 더 이상 오 목사의 논문 표절을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다. 7인 조사위원회가 제시한 12개월 정직 및 2년 후 재신임안보다 한층 완화된 내용이었다. 교회 안팎에서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반발했지만 장로들은 침묵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14년 1월 16일. 20명의 당회원 장로들이 강남 예배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일들을 규탄하고 나섰다. 얼마 전 열린 제직회·공동의회의 절차와 교회 측이 강남 예배당 사용을 갖은 수로 막으려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또 교회가 당회의 결의도 없었던 내용을 공식 입장인 것처럼 외부에 알리고,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오 목사를 반대하는 장로와 교인을 공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사랑의교회 당회원 장로가 49명인 것을 보면 20명은 42%로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 이들은 그동안 오정현 목사가 진실한 회개의 열매를 보여 줄 거라 기대하며 그를 지켜봤다. 바깥에서 아무리 부당하다고 소리쳐도 일단 담임목사를 믿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오 목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이들의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였고, 그럴수록 교인들은 양극단으로 나뉘었다. 더 이상 교회의 분열을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20명의 장로들은 사랑의교회의 갱신을 위해 실명을 밝히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오 목사 측 교인들이 방해할 가능성을 고려해 기자회견은 비밀리에 준비됐다. 기자들에게 하루 전에 연락했는데도 교계와 일반 신문기자 20여 명이 몰렸다. 기자회견은 당회원 장로 6명과 은퇴장로 11명, 교인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장로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한국교회와 세상 앞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송구함을 느낀다"며 착잡한 마음을 털어놨다.

▲ 사랑의교회 당회원 장로 20명이 교회의 현실을 규탄하고 나섰다. 장로들은 1월 16일 강남 예배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열린 제직회 및 공동의회를 문제 삼고 교회 측의 일방적인 강남 예배당 폐쇄를 중지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제직회·공동의회 결의 인정할 수 없다"

기자회견문은 당회원 장로 20명의 이름이 들어간 성명서였다. 이들은 먼저 지난 1월 8일과 12일에 있었던 제직회와 공동의회가 장로 교회의 근간을 흔드는 위법적인 회의였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이 제직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안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발언권을 제한하는 등 편파적인 회의였다고 지적했다. 표결 과정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수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오정현 목사 재정 집행 문제점 덮은 제직회 / 사랑의교회, 공동의회도 머릿수로 밀어붙여)

장로들은 2012년 감사 보고서를 기각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감사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22일 당회에서 통과됐고, 제직회·공동의회에서는 보고만 하면 끝나는 건데, 제직회에서 이를 기각했으니 절차적으로 어긋난다고 짚었다. 또 감사 보고서에 적혀 있는 내용은 교회의 잘못된 관행과 고쳐야 할 부분을 최소한으로 지적한 것인데도, 마치 감사위원들이 불순한 의도로 조사한 것처럼 내몰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사 보고서가 지적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고 감사를 거부한 사람은 적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감사 보고서, 무슨 내용이길래?)

이번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 정관을 개정한 것도 위법이라고 했다. 제직회와 공동의회에서는 당회의 의결정족수를 규정하고 있는 정관을 개정했다. 원래 당회의 모든 안건은 출석 회원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되지만, 개정안은 주요 안건이 아닌 일반 안건의 경우 1/2 이상의 동의로 가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제직회와 공동의회의 안건은 당회의 의결을 거쳐 상정되어야 하는데 이번 정관 개정은 당회에서 통과된 내용이 아니었다. 장로들은 정관 개정이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 당회원 49명 중 20명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기자회견은 비상한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교계 및 일반 신문사 기자 20명이 취재진을 이뤘다. 당회원 장로 6명과 은퇴장로 11명, 교인 100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강남 예배당, 리모델링 계획 수립 안 된 상태

장로들은 강남 예배당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악의적으로 기도회를 방해한 교회의 행태도 비판했다. 사랑의교회가 11월 말 서초 예배당에 입당한 후, 화려한 새 예배당과 오정현 목사를 힘들어하는 교인들은 매 주일 강남 예배당에서 기도회를 열어 예배를 대신하고 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김두종 위원장)는 오 목사에게 교인들을 위해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돌아온 건 교회 측의 갖은 방해 수작이었다. 교회 측은 처음에는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건축 폐기물을 마당에 한가득 쌓아 놓더니, 다음에는 교회 밖에 펜스를 두르고 강철판으로 건물 입구를 막고, 그 다음에는 본당 장의자를 쌓아 문을 막는 등 점점 수위를 높여 가며 교인들이 강남 예배당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했다.

교회는 리모델링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강남 예배당 리모델링은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았다. 당회에서는 혹시 리모델링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2014년에 예산을 잡아 두자는 게 전부였다. 강남 예배당은 사랑의교회와 한국교회에 있어 중요한 공간이기 때문에 리모델링 계획은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다. 또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도 펜스로 교회 주변을 두를 정도의 공사는 아니다. 장로들은 이런 통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것으로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로들은 비록 강남 예배당에 모이는 사람들이 담임목사와 의견이 다르다 할지라도 얼마 전까지 같은 곳에서 함께 예배하고 찬양하던 형제·자매들이라며, 이들에게 원하는 기도처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세상을 향해서도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 강남 예배당은 아직도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갱신위는 새 예배당과 오정현 목사를 힘들어하는 교인들을 위해 기도 처소를 만들어 달라고 오정현 목사에게 요구했지만, 돌아온 건 교회 측의 갖가지 방해 공작이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담임목사 지지자들, 교회 분열시키지 말라

장로들은 당회와 운영장로회를 거치지 않은 내용들이 마치 교회의 공식 의견처럼 교회 소식지, 홈페이지, 주보와 각종 전단지, 언론에 게재되는 것이 교회의 분열을 가속화한다고 봤다. 그중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과 당회실 방화 미수 사건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한 사실을 오도 또는 호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교인들에게 혼란을 주었다고 했다. 장로들은 더 이상 이로 인한 교인 사이의 갈등과 분열을 묵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진실을 입증할 자료들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갱신위원회 교인들을 폭언·비방·위협·폭행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을 조사한 장로들과 개혁을 바라는 장로들은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로부터 인터넷상에서 신상 털기를 당하고 전화와 이메일로 협박을 당하는 등 고통이 심했다. 당회를 할 때면 교인 20~30명이 예배당 로비에서 개혁 장로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욕하고 비방을 일삼았다. 대표적인 예가 '용팔이' 김용남 씨의 방화 미수 사건이다. 장로들은 이런 행위가 지속되지 않도록 교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사랑의교회에서는 최근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서가 2주 동안 돌았는데도 교회는 이를 암묵적으로 동조했다.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로 구성된 평신도협의회가 이 문서를 돌렸다. 이 문서에는 갱신위가 교인 폭행 사건이라는 자작극을 만들었고, 교회 분열을 기도하며 사회주의 단체와 손잡았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장로들은 평신도협의회는 정체불명의 단체이며 당회에서도 한번 거론된 적 없다고 말했다.

20명의 장로들은 이번 기자회견으로 교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묵묵히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장로들은 앞으로 주일에 강남 예배당에서 진행하는 기도회에 참석하며 갱신위와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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