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몰이.' 한 학자는 지난 1년간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를 이 한마디로 정의했다.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제기하면 논리적인 접근을 하지 않고 무조건 종북이라는 낙인을 찍고 본다는 것이다. 그는 반공 이념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종북 몰이 정치는 십분 효과를 발휘해, 새누리당의 집권과 박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정치권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교회 내에서도 성경의 메시지와는 관계없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종북 딱지를 씌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담임목사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때는 같은 교회 교인으로 형제애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말이다. 초대형 예배당 건축과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랑의교회 얘기다.

▲ '친오정현' 측 교인들이 다시 종북 몰이를 시작했다. 지난 1월 5일 서초 예배당에서는 사랑넷 회원들이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단체들과 공조해 사랑의교회의 분열을 꾀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가 돌았다. 사진은 사랑의교회평신도협의회가 갱신위원회 교인들을 서초 예배당 마당에 들어가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에서는 지난 1월 5일 출처 불명의 전단지가 돌았다. 한마디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김두종 위원장)를 기독교 종북 세력으로 모는 문서였다. 갱신위가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 사랑넷(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 회원들이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사상을 따르는 세력들과 공조해 사랑의교회를 분열시키려고 장기간 준비해 왔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전단지에는 출처가 적혀 있지 않지만, 교인들은 이 전단지를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모임인 평신도협의회가 나눠 줬다고 진술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의 갱신위원회 죽이기)

사회주의 사상을 가진 반복음주의 세력으로 지적된 곳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성서한국·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뉴스앤조이> 등이었다. 이는 작년 4월 박성업 씨가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 세력의 실체'라는 동영상에서 주장한 내용과 비슷했다. 박 씨는 당시 오정현 목사의 박사 학위 논문 표절을 비판한 위 단체들이 '기독교 좌파'이고 사랑의교회를 무너뜨리려고 공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오정현' 측 교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박 씨의 영상을 퍼다 나르며 박 씨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고, 오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을 싸잡아 종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뜬금없이 종북 단체로 지목된 단체들은 박성업 씨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박 씨는 응하지 않고 영상을 계속 유포했다. 영상에는 이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까지 게재되어 있었다. 이에 개혁연대와 성서한국은 작년 5월 박 씨를 명예훼손과 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올해 1월, 박 씨는 총 500만 원의 벌금을 구형받았다. (관련 기사 : 개신교 종북 몰이 박성업 씨, 벌금 500만 원)

이번에 출처 없는 전단지를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낸 사랑의교회의 종북 몰이는 박성업 씨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전단지에는 사랑넷이 사회주의 성향의 단체인 개혁연대·성서한국·기윤실·청어람아카데미의 '의식화' 교재에 사랑의교회에 대한 분석을 더해 '교회 분열 매뉴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사랑넷 회원들은 사랑의교회 정관과 바람직한 교회 재정 사용 등을 공부했을 뿐인데 사회주의, 종북 세력 운운하니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 1월 5일 서초 예배당에 뿌려진 출처 미상의 전단지. 기윤실, 성서한국, 개혁연대, 청어람아카데미 등을 사회주의 및 반복음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논리라면 불리한 건 오정현 목사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하지만 오정현 목사의 행적은 그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이념 공세를 무색하게 한다. 사랑의교회는 수년 전부터 현재까지도 기윤실과 성서한국의 후원 회원이고,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2월까지 두 단체의 이사로 활동했다. 오 목사는 작년 초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 기윤실·성서한국 이사직을 사임했지만, 어차피 두 단체가 오 목사의 이사직을 다룰 예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 해임당한 것에 가깝다.

또 박성업 씨나 전단지에서처럼 억지스럽게 북한과 연결 짓고자 하면 더욱 불리한 건 오정현 목사다. 오 목사는 북한과 수년 동안 교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오 목사는 북한에 평양과학기술대학을 설립한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곽선희 이사장)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2009년 평양과기대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사랑의교회 교인들은 이외에도 오 목사가 북한을 수차례 오갔으며 방문 기간 중 아리랑 축제를 세 번이나 관람했다고 밝혔다.

북한에 직접 돈을 지원한 적도 있다. 오정현 목사 측은 2008년 평양에 사랑문화센터를 짓는 데에 6억 500만 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건은 교회 측이 중간에 말을 바꾸고 집행에 절차적 하자가 드러나 현재 검찰에 고발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 것들은 둘째 치더라도 주목할 점은 오 목사 스스로 수억 원의 거금을 북한에 보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입당 앞둔 사랑의교회 재정 의혹은 계속)

오정현 목사는 중국 공산 정권의 통제 아래 있는 삼자교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한중국제교류재단(박종순 이사장)의 대표회장인 오 목사는 수년간 중국 삼자교회를 방문해 설교하고 중국 종교성 관계자를 만나는 등 교류를 지속해 왔다. 삼자교회는 공산당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곳으로, 사실상 종교인들이 당을 지지하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 부분은 고 옥한흠 목사도 2008년 오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적한 바 있다.

"3. 중국 종교성 관리들과의 여러 차례 접촉. 정권 유지를 위해 입맛대로 기독교를 이용하고 있는 공산 정권과 만나 무슨 선교를 협의한다는 것인가? 이것은 선교 본질에도 벗어나는 일이고 아직도 핍박받고 있는 중국 성도들을 무시하는 짓이 아닌가? 중국 정부와 접촉하는 일에 한국교회 아니면 사랑의교회로부터 위임을 받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종북 세력으로 몰린 사랑넷 회원들은 오정현 목사의 행적을 가리키며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의 논리대로라면 오 목사야말로 종북·친북"이라며 실소하고 있다. 갱신위 위원장 김두종 장로는 "오 목사는 수년간 기윤실과 성서한국의 이사로 재임했는데 이제 와서 그 단체의 사상을 종북·친북·좌파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오 목사의 어떤 행위에 대해 반대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종북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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