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하성 서대문 산하 학교법인 순총학원이 교육부 감사 결과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 소속 직원이 두 학교의 총장 직인을 소지하고, 심지어 교직원들의 통장까지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비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박성배 총회장이 깊게 관련돼 있는 것으로 봤다. (순복음총회신학교, 순복음대학원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순총학원(정원희 이사장)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서대문 총회(박성배 총회장) 직영 학교법인으로 서울 관악구 순복음대학원대학교(박점덕 총회장)와 충북 제천 순복음총회신학교(이상철 총장)가 있다. 두 학교는 각각 2004년과 2009년 교육부에서 인가를 받았다. 교육부 인가는 그동안 13개 무인가 신학교에서 목회자를 배출해 온 기하성 서대문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고, 박성배 총회장이 주도해 얻어 낸 결과물이다.

그런데 지난해 교육부가 순총학원과 두 학교를 감사한 결과 심각한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당시 순복음총회신학교 박정근 총장이 해임되고, 순총학원 전광섭 사무처장이 파면됐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 박점덕 총장도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학교법인 사무처장이 교직원 몰래 차명 계좌를 만들어 22억 6000만 원을 무단으로 인출한 행위다.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순총학원 전광섭 전 사무처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순복음총회신학교 정 아무개 교수 등 교직원 및 법인 직원 39명의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 등을 무단으로 개설해 관리해 왔다. 또한 순복음총회신학교 교직원 1명과 순복음대학원대학교 교직원 3명의 명의를 도용해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사학연금)에 생활 자금 대여 신청을 하고 당사자들 몰래 2700만 원을 빌려 무단으로 사용했다.

학교법인의 수익용 재산을 기하성 서대문에 무단 지출한 것도 드러났다. 순총학원은 지난 2008년 (재)순복음선교회(조용기 이사장)로부터 200억 상당의 서울 마포구 신수동 빌딩을 증여받았다.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2012년 4월경 빌딩 임대 보증금 42억 7000만 원이 총회로 이체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법인의 업무에 속하는 회계의 세출 예산은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다. 수십억 원이 지출되는 건이었음에도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다. 교육부는 전광섭 전 사무처장이 이사회를 개최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해 기하성 서대문 명의의 계좌로 42억 7000만 원을 입금했다고 했다.

교육부는 이 모든 일을 박성배 총회장이 자신의 매부인 법인 사무처장을 통해 순총학원의 행정 회계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심지어 당시 전 사무처장이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한 것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지적하거나 시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 2013년 교육부가 순총학원과 두 학교를 감사한 결과 심각한 문제점들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당시 순복음총회신학교 박정근 총장이 해임되고, 순총학원 전광섭 사무처장이 파면됐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 박점덕 총장도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교육부는 박성배 총회장이 각 학교 운영에 부당 간여한 것으로 봤다. 사진은 2008년 기하성 서대문 총회장에 당선된 박 총회장의 모습. 지난 5년 동안 총회장을 맡아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학교법인이 교원 급여 통장 관리…교수들 강의료만 받아

순복음대학원대학교교수협의회(교수협의회)는 순총학원 재정 비리 사건의 몸통은 박성배 총회장이라고 지목했다. 이들은 교수들 임금 문제와 관련, 박 총회장이 학교의 궁핍한 재정 상황을 핑계로 6~7년 동안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순복음대학원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A 교수는 임용 첫해인 2007년 9월부터 지금까지 급여를 받지 못했다. 박 총회장이 재단이 정상화되면 전임 급여를 주겠다고 구두로 약속했지만, 돌아온 것은 급여가 아닌 학교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1월 교육부 감사를 통해 A 교수는 본인의 이름으로 된 차명 계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신의 이름으로 하나은행 통장이 개설돼 있었고, 매달 급여가 입금됐다가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학연금에서 600만 원이 무단 대출된 사실도 알았다. A 교수는 박 총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사기로 고소했다.

앞서 교육부는 감사에서 법인뿐 아니라 외부 직원이 학교 업무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교수협의회는 교육부가 말한 외부 직원이 박 총회장이 담임목사로 있는 성도순복음교회 최 아무개 권사라고 주장했다. 박 총회장이 총회·법인·학교 통장 등을 최 권사에게 맡겨 관리하게 하고, 사유화해 왔다는 것이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박 총회장은 교원과 법인 직원에게 교단의 재정 상태가 열악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법인과 학교에 직원으로 채용된 박 총회장의 가족은 급여를 타 간 것으로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났다. 법인 직원으로 채용된 아내 김 아무개 씨는 총 580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법인 이사로도 등재됐던 김 씨는 감사 이후 받은 급여 5800만 원 전액을 총회에 기증했다. 박 총회장의 딸은 2013년 1월까지 순복음총회신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다가 같은 해 9월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다.

박성배 총회장, "구두 계약대로 진행, 교수들 전임 자격도 없어"

▲ 순총학원 법인 사무실이 있는 서울시 마포구 신수동 빌딩. 교육부는 총회가 법인의 수익용 건물인 임대 보증금 42억 7000만 원을 유용했다며 보전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성배 총회장은 이 돈은 순복음총회신학교 본관 신축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다음 로드뷰 갈무리)

박성배 총회장은 교육부 감사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고 반박했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교수 급여 문제는 계약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2007년 채용한 6명의 교수를 비롯해 다수의 교수가 강의료만 받기로 구두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차명 계좌는 교육부 보고용으로 법인이 따로 관리했으며, 교수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통장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차명 계좌에 입금된 급여는 총회 재정이라고 했다.

박 총회장은 차명 계좌 의혹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지난 6년간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급여를 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교수들은 교회 담임목사로 전임 자격도 없다"고 말했다.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사무처장 전광섭 목사의 이야기 역시 박 총회장과 다르지 않다. 교수들의 동의 없이 사학연금에서 대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무단 대출 사실도 부인했다. 차명 계좌를 관리한 것도 동의를 얻어 진행했다고 했다.

법인 재산 횡령 의혹과 관련해, 박 총회장은 이사회의 정식 결정을 밟아 진행했다고 했다. 수익용 건물의 임대 보증금 42억 7000만 원은 순복음총회신학교 본관 신축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박 총회장에 따르면 애당초 건설 업체와 32억 5000만 원에 계약했지만, 학교에 돈이 없어 박 총회장 자신이 30억 원을 차용해 건설 회사에 지급했다. 그러나 잔금을 정산하지 못해 사기죄로 고발당하며 수세에 몰리게 됐고, 결국 신수동 건물 임대 보증금을 받아 갚았다는 것이다. 박 총회장은 최종 결산 시 이자 등을 더해 37억 5000만 원을 지급하고, 남은 5억 원은 학교 장학금으로 지원했다고 했다. 그러나 교수협의회는 장학금에 사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원희 이사장은 학교 재정이 열악해 총회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차명 계좌를 운용한 것도 결국 재정 문제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광섭 전 사무처장이 각 학교 총장 직인과 교직원의 통장까지 관리했는지 몰랐다고 했다. 신수동 임대 보증금과 관련, 이사회의 결의를 거쳤는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대부분의 사업은 결의를 거쳤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순총학원 법인 이사회가 정식으로 열린 횟수는 35회 가운데 6회에 불과했고, 나머지 29회는 서류 변조 등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수협의회, "비리 빙산의 일각, 바로 잡아야"

청와대와 검찰 측에 진정서를 제출한 교수협의회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각 학교 수업료 사용 내역과 부채 현황에 관한 실체가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1월 27일 박성배 총회장 자택을 비롯해 총회 회관, 순총학원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전 방위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박 총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소환 조사를 받았고, 현재 검찰 조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박 총회장은 "특수부의 압수 수색에도 자유의 몸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그만큼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 조사 결과는 이달 안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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