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8일 사랑의교회 제직회는 2012년 감사 보고서를 기각했다. 감사 보고서를 논의할 때 교인들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급기야 갱신위원회 교인들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감사 보고서에는 대체 무슨 내용이 실려 있었을까. ⓒ뉴스앤조이 구권효

사랑의교회 감사 보고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사랑의교회는 지난 1월 8일 극심한 마찰을 빚으면서 제직회를 마쳤다. 갈등의 중심에는 2012년 감사 보고서가 있었다. 제직회 현장에서는 의견서 정도로 감사 보고를 마쳤지만, 보고서에는 교회의 불투명한 재정 운용과 오정현 목사가 교회 재정을 임의로 쓴 흔적이 여럿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오정현 목사 재정 집행 문제점 덮은 제직회)

사랑의교회의 재정 의혹은 지난해부터 계속됐다. 교회의 재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교회는 이를 진압하려고 애썼다. 당회 요직을 맡고 있는 몇몇 장로들은 8월 초 새 예배당 건축을 비롯한 재정 문제를 해명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았다. 사역장로회는 작년 8월 말 감사위원회의 보고를 받고, 9월 초 당회에 사건의 진위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10월 말에는 21명의 장로들이 오정현 목사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오 목사와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해명을 요청했다.

감사 보고서는 제직회에서 기각됐다. 보고서가 당회를 거치지 않았고 교회가 재정 문제로 소송을 겪고 있다는 이유였다. 오정현 목사를 표적으로 조사했다는 말도 나왔다. 제직회는 감사 보고서를 한 번 회람하지도 않은 채, 지금 감사위원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다시 조사해서 보고하라고 결의했다.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열렬히 박수치며 환영했고, 갱신위는 회의 장소를 박차고 나왔다. 오 목사는 "지난 10년간 나는 당회장권을 행사해 본 적이 없다"면서 재정에 관해 깨끗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제의 상당 부분은 담임목사의 자의적 의사 결정"

감사위원회의 입장은 정반대다. 감사위원들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내놓은 권고 사항에, 첫째로 의사 결정 권한이 담임목사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보고서에는, "발견된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담임목사의 교회 행정 관련 자의적 의사 결정 및 불투명한 경비 집행과 연관돼 있다"고 나와 있다. 교회 재정은 신청·사용·보고에 투명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대내외 경비 집행 과정과 교회 예산을 사용하는 일에 객관적·합리적인 근거가 미흡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감사위원회는 오정현 목사 혼자 교회 재정을 집행한 사례를 포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 목사는 외부 단체와 개척 교회 등을 지원하는 금액을 단독으로 결정했다. 어느 개인의 미국 유학 지원금을 개척 교회 후원금으로 써놓기도 했다. 외부 강사는 오 목사가 결정하고 사례비도 매번 오 목사의 지시에 따라 지급됐다. 최근 3년간 주일예배에 외부 강사가 온 적은 57번이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14번을 다녀갔다. 2012년 외부 강사 사례비는 총 1억 3000만 원이었다.

오정현 목사가 해외에 출장을 갔을 때도 재정을 마음대로 쓴 흔적이 여럿 드러났다. 2012년 오 목사는 10번 해외 출장을 나갔다. 감사위원회는 사역과 관련해서 꼭 출장을 가야 했는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또 10번 중 사모가 7번, 비서가 6번 동행해 출장비가 증가했다. 기자와 외부 인사를 아무 절차도 없이 교회 돈을 써서 데려갔다. 현지 선교사에게 주는 격려금도 임의로 지급하고 해외 출장비로 처리했다. 격려금은 이런 식으로 6번, 1300만 원이 지급됐다.

이외에도 오정현 목사는 201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강원도 오크밸리 콘도를 38회, 107일간 사용했다. 오크밸리 회원권은 교회가 2006년 적법한 절차 없이 취득한 '비사역용' 자산이었고, 2010년 감사 당시 매각 권고 대상이었다. 그러나 교회는 오히려 건별 대금 지급 방식에서 1년에 1200만 원을 지급하는 연간 회비 납부 방식으로 전환했다. 교회는 그동안 오 목사가 설교 준비와 휴식 등을 위해 오크밸리를 이용했다고 해명했다.

특새(특별 새벽 기도) CD 수익금도 교회 재정으로 입금되지 않고 오정현 목사 비서실로 입금됐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비서실로 입금된 CD 판매 대금은 2억 3000만 원이다. 교회는 이를 교역자 격려금, 이웃 사랑 후원금, 선교 후원금 등의 용도로 사용했다고 했지만, 지출 증빙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오정현 목사는 2010년 1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예배당 건축비의 10%에 해당하는 120억 원 규모의 '희망 펀드'를 만들어 미자립 교회를 돕기 위해 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감사위원회는 교회 내에서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오 목사의 독단으로 희망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또 희망 펀드로 125억 원이 모였으나 2013년 당회가 이를 건축 자금으로 전용하는 결정을 내려, 교회의 공신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오정현 목사의 친동생이면서 사랑의교회 직원인 오 아무개 집사에게 예외적으로 돈을 지원한 사례도 있었다. 원래 사랑의교회는 직원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학자금을 지원하는데, 오 집사는 자신의 학비를 지원받았다. 오 집사가 교회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900만 원이었다.

회계 시스템 도입, '의문투성이'

사랑의교회 1년 예산 규모는 1000억 원이 넘는다. 사랑의교회는 2012년부터 회계 장부에 단식부기해 왔던 것을 복식부기로 바꾸고 기업회계기준을 준수해 재정 건강성을 확보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차원에서 교회는 2012년 6월 전사적 자원 관리(ERP) 전문 회사인 SAP의 재무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SAP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계약은 재정장로가 전담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는 업체의 선정, 계약 및 검수의 전 과정에서 합리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사랑의교회가 계약한 곳이 재정장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라고 나온다. 사랑의교회 '정관의 시행에 관한 규정' 제7조는, 당회원이 재정 운영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심의·의결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SAP 라이선스 비용 및 구축 개발 용역비로는 6억 4700만 원이 들어갔다.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교회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계약에 포함돼 계약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게다가 그 시스템을 구축하지도 않았는데 마치 완료된 것처럼 검수 보고서가 작성되는 등 사후 관리에 있어서도 객관성·투명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계약서상에는 시스템 구축 후 12개월 동안 무상으로 하자를 보수해 주기로 했는데, 사랑의교회는 시스템이 완성된 지 1개월도 지나지 않아 매월 1억 원 이상의 유지 보수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제조 회사가 쓰는 SAP 시스템을 교회에 도입하는 게 타당한 것인지조차 제대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SAP 시스템 선정의 당위성, 효과 대 비용의 적합성 등에 대한 객관적인 전문가들의 자문 등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또 교회의 모든 수입과 지출은 해당 연도 예산 및 결산에 포함해야 하는데도, 교회가 2012년 외부에서 들어온 기부금을 별도 통장으로 이체해 바로 시스템 구축 자금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정관 취지 따르지 않는 사무처

감사위원회는 사랑의교회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무처가 2010년 감사위원회의 지적 사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감사위원회는 사무처가 과거 관행에 따라 폐쇄적·비효율적으로 행정을 처리하고 있다면서, 정관의 취지에 따라 사무 처리를 개선하고 세부 규정을 만들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사무처는 여전히 담임목사가 전결하는 관행을 버리지 못했다. 2012년 감사위원회는 사무처가 정관 등의 제반 규정을 적극적으로 수용·준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사무처의 주먹구구식 재정 운용은 여러 부분에서 드러났다. 교역자에게 주택 임차 대여금 명목으로 빌려 준 92억 원(2012년 말 기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들이 퇴직할 때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미 퇴직한 교역자들의 임차금도 회수가 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2010년 감사위원회가 퇴임 교역자에 대한 주택 임차 대여금 및 교회 개척 지원금의 회수 대책을 수립하라고 권고했지만, 2012년 말 오히려 채권이 더 늘었다. 2012년 기준으로 회수되지 않은 퇴임 교역자의 주택 임차 대여금은 15억 3000만 원이고, 교회 개척 지원금은 30억 원이다.

목적성 헌금을 수년 동안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사례도 나왔다. 사랑의교회는 2009년 임직 헌금 5억 6700만 원을 장애인 중증 센터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2012년 임직 헌금 3억 8800만 원은 서초구 다음 세대를 위한 헌금으로 모았다. 하지만 교회는 이 헌금을 아직까지 사용한 사실이 없다.

사랑의교회는 주식회사 기독교미디어그룹에 매년 막대한 금액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운영 실태는 물론 주주가 누구인지도 사무처는 모르고 있었다. 이 법인은 현재 완전 자본 잠식 상태인데, 여전히 이 법인 주식 5000만 원이 교회 자산에 계상돼 있다며 전액 감액 처리해야 한다고 감사위원회는 지적했다.

재정집사의 일방적인 거부로 중단된 감사

▲ 감사위원회는 재정집사가 일방적으로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를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감사 보고서에는 재정집사를 치리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사진은 1월 8일 제직회에서 감사위원장이 보고하는 모습. ⓒ뉴스앤조이 구권효

감사위원회는 감사를 진행하는 도중 재정집사가 감사에 협조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난해 8월 감사 내용 중 일부가 외부에 유출됐는데, 비난의 화살이 감사위원들에게 쏟아졌다. 감사위원 중 몇 명이 안수집사회에 가입되어 있다는 둥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를 이유로 재정집사는 8월 말부터 회계 자료를 감사위원회에 넘기지 않았다. 감사위원회는 재정장로와 총무장로에게 수차례 감사 업무에 협조해 달라고 공문을 보내고 재정실장을 만나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재정집사는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감사위원회는 재정집사가 협조하지 않아 몇몇 중요한 영역을 감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위키, 아이티 난민 구호 헌금, WEST 사역 바자회 후원금과 장학금, 안성 수양관 등 별도로 관리되는 자금 및 사역에 대한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감사를 시행했다면 기업회계기준에 위배되는 사항이 추가로 발견될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할 수도 있다고 감사위원회는 덧붙였다. 

감사위원회는 사랑의교회 정관과 정관의 시행에 관한 규정, 감사위원회 운영 규정을 근거로 설치·운영되는 당회 소속 기구다. 대부분 회계사나 금융업계 종사자 등 회계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2012년 감사를 실시한 8명은 모두 안수집사지만, 사역의 중립성을 위해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평신도협의회나 그 반대 측에 있는 갱신위·안수집사회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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