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8일 열린 사랑의교회 제직회에서 오정현 목사가 교회 재정을 전횡한 의혹이 담긴 감사 보고서가 기각됐다. 오 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 교인들의 갈등은 극심했다. ⓒ뉴스앤조이

사랑의교회의 분열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1월 8일 열린 제직회에서는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교인들이 분명하게 구분됐다. 사회를 본 오 목사는 모든 안건을 다수결로 통과시켰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결국에는 수에서 우세한 오 목사 지지 측이 원하는 대로 됐다. 이날 제직회에서는 오 목사가 교회 재정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가 기각되고, 당회에서 일반 안건은 출석 회원 1/2의 찬성만 얻으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정관이 개정됐다. 모두 오정현 목사에게 유리한 결과들이다.

제직회는 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며칠 전부터 오정현 목사 지지 측과 갱신위 교인들은 많은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제직회 안건에 대해 각각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2014년 예산안과 2012년 결산안은 "반드시 통과되도록" 하고, 2012년 감사 보고서는 "원안은 거부하고 다시 감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예배는 별 탈 없이 진행됐지만 제직회에 들어서자 양측의 대립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1만 5000명의 제직 중 3100여 명이 참석했다.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마찰이 생겼다. 오정현 목사가 부교역자들을 회의 보조를 위해 참석시키겠다고 말했다.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고, 갱신위는 안 된다고 일어나 소리쳤다. 반대 의견을 가진 교인들이 발언권을 얻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렵게 발언 기회를 얻은 갱신위 한 집사가 "제직회는 정관대로 제직들만 참석할 수 있다. 회의를 보조하는 일은 제직들 중에서 뽑으면 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교역자들은 회의 내내 주로 이의를 제기하는 교인들을 제지하는 역할을 했다. 몇몇 교인들은 갱신위가 아우성칠 때마다 채증을 했다.

▲ 오정현 목사는 민감한 안건에 대해 모두 기립으로 의사를 표시하도록 했다. 2012년 감사 보고서와 2014년 예산안을 논의할 때 갱신위가 강하게 반대했지만, 숫자로 우세한 오 목사 지지 측의 입장이 모두 받아들여졌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갈등은 2012년 감사 보고서를 논의할 때 극에 달했다. 제직회 서기 집사는 갑자기 찬반 의견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오 목사에게 보고했다. 발언권을 얻은 당회 총무 도 아무개 장로는 미리 준비한 문건을 읽었다. 감사 보고서는 당회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인 문제가 있고, 이미 교회 재정과 관련해서 소송 중이기 때문에 통과시키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감사위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로 감사위원을 구성해서 다시 감사한 뒤 보고해야 한다고 했다.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또 다시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결국 도 장로가 발언한 대로 통과됐다. 갱신위가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다수결에서 밀렸다. 갱신위 한 집사는 "감사위원을 바꿔 다시 조사하자는 것은 도둑이 경찰을 바꾸자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제직들이 감사 보고서를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갱신위 교인들은 "공개하라" 외치면서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의를 다수결로 하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감사 보고서에는 교회 재정을 방만하게 사용한 흔적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재정 운영 둘러싸고 시끌) 특히 담임목사가 독단적으로 돈을 사용한 경우가 많았다. 외부 단체 후원금, 외부 강사 사례비, 선교사 격려금 등을 오정현 목사가 어떤 절차도 없이 임의로 지급했다. 또 오 목사는 필요 이상으로 해외 출장과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 이용이 잦았다. 새로운 회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계약한 회사는 재정장로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업체였고, 교회에서 사용하지도 않는 시스템까지 계약해 금액이 상당 부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갱신위 교인들은 감사위원회조차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교회 현실에 참담해했다. 한 교인은 인터넷에 글을 올려, "감사는 교인들이 하나님께 바친 소중한 헌금이 적정하고 투명하게, 예산에 맞게 쓰였는지를 유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감사위원들은 회계사, 회계학 박사 등 대부분 회계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평균 4~6년, 길게는 10년 동안 사랑의교회를 감사해 온 사람들을 갑자기 내치는 것은, 교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아예 포기했음을 알리는 선언"이라고 토로했다.

기타 토의 시간에는 정관 개정이 논의됐다. 오정현 목사 지지 측은, 당회에서 주요 안건이 아닌 일반 안건을 출석 회원 1/2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통과시킬 수 있도록 정관을 고치자고 제안했다. 원래 당회의 모든 안건은 2/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결된다. 오 목사 지지 측 교인들은, 최근 갱신위와 뜻을 같이하는 20여 명의 장로 때문에 아무 결의도 할 수 없는 '식물 당회'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갱신위는 다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발언권 한 번 얻기도 힘들었다. 이 안건 또한 다수결로 관철하려 하자, 갱신위 교인 700여 명은 자리를 박차고 예배당을 빠져나갔다. 갱신위가 빠져나가자 정관 개정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 번번이 다수결로 안건이 결의되자 갱신위 교인들은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오정현 목사는 자신을 지지하는 교인들과 회의를 지속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갱신위 교인들이 떠난 후에도 오정현 목사는 회의를 계속 진행했다. 한 집사가 발언대로 나왔다. 그는 "10년간 제직회에 참여하면서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느냐. 한 사람이 반대하더라도 들어주는 게 교회다. 교회가 이렇게 하나 되지 못한 데에는 담임목사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그 집사를 향해 야유했다.

오정현 목사는 회의 내내 질서를 강조했다. 장내가 소란스러워질 때면 곧잘 "사랑의교회답게, 제자 훈련하는 교회답게 회의하자"고 얘기했다. 감사 보고서에 대해서는 "내가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 아니냐"며 "(감사위원들)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다 보니 모든 게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갱신위 교인들이 모두 나간 회의 막바지에는 "반대 측 교인들에게도 내 마음을 드리고 싶다. 교회가 이렇게 된 것은 모두 내 탓이다"라고 자책했다. 오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아니다", "목사님 마음대로 하시라"며 오 목사를 응원했다.

갱신위는 1월 9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제직회가 "오정현 목사의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짜인 불법 회의"였으며 "공산당식 인민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 목사가 자신을 지지하는 목회자와 교인들을 동원해 반대 토론을 봉쇄하고 자신의 재정 비리가 담긴 감사 보고서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 제직회와 공동의회의 안건은 당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정관 개정은 당회의 결의가 없었던 안건이라며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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