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기 목사의 탈세 혐의는 배임 혐의와 맞닿아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03억 원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2002년 주식거래를 재구성한다. 그 결과 103억 원의 증여세를 43억 원으로 감액받는 데 성공한다. 사진은 법정을 벗어나고 있는 조용기 목사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배임·탈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용기 원로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의 10차 공판이 1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23부 조용현 재판장)에서 열렸다. 8차 공판까지 열린 심리는 157억 3800만 원 배임 혐의 중심이었다면, 9차 공판부터는 60억 탈세 혐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조용기 목사의 탈세 혐의는 배임 혐의와 맞닿아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목사가 당회장으로 있던 지난 2002년 12월 6일, 영산기독문화원이 보유한 아이서비스 주식 25만 주를 주당 2만 4000원보다 3배 정도 비싼 8만 6894원에 사들였다. 당시 교회는 주식 매입 자금으로 217억 4300만 원을 지출했다. 검찰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과의 주식 거래로 157억 38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고, 조 목사와 조 전 회장이 공모한 것으로 봤다.

이 주식 거래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004년, 서울지방국세청으로부터 103억 원의 세금을 청구받았다. 주식 증여세율 35%에 해당하는 75억 원과 가산금이 더해진 금액이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회계 법인의 도움을 받아 무려 60억 원을 감액받는 데 성공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허위 문서가 꾸며진 정황을 포착, 절세가 아닌 탈세로 봤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03억 원의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2002년 주식거래를 재구성한다. 주식을 매입하기 1년 전인 2001년,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2억 1700만 원을 빌렸다는 허위 문서를 만든 것이다. 이와 함께 교회가 빌린 돈 202억 원을 대신해 주식 25만 주를 샀다는 금전 소비대차 약정서 2장도 만든다. 또한 2002년 12월 6일 작성된 '영산기독문화원 유가 증권 매입금' 서류도 '영산기독문화원 채무 변제'로 변조하기에 이른다.

사문서 위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202억 원 상당을 빌리기로 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실무장로 회의록'과 '주식 매입 결의 사실 확인서'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당시 국세청은 교회가 꾸민 서류를 토대로 과세 전 적부심사를 진행했고, (재)순복음선교회(조용기 이사장)로 하여금 증여세 43억 원만 내게 했다. 2003년 1월 청산한 영산기독문화원의 잔여 재산을 증여받은 순복음선교회가 증여세를 낸 것이다.

검사 "전형적인 탈세, 조 목사가 지시" VS 변호인 측 "실무자들이 처리, 공소시효도 지나"

1월 7일 열린 공판에서는 탈세를 지시한 책임자를 밝히기 위한 공방으로 뜨거웠다. 공판 검사는 조용기 목사가 탈세를 지시한 것으로 봤고, 조 목사 변호인 측은 담당 실무자와 회계 법인에 책임이 있다며 맞섰다. 이날 공판에는 조 목사를 비롯해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삼일 회계 법인 소속 김 아무개 회계사, 배 아무개 세무사가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참고인으로는 순복음선교회 송 아무개 국장이 9차 공판에 연이어 나섰다. 2004년 국민지주 경리부장을 역임한 송 국장은, 당시 국민지주 사장이자 순복음선교회 사무국장이었던 김 아무개 장로와 함께 탈세 문제에 적극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국장은 절세하는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당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일 회계 법인에 자문을 의뢰했다. 관련 (허위) 서류도 회계 법인이 요청해 교회에서 받아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사는 교회와 상관없는 국민지주의 사장과 경리부장이 세금 문제에 깊게 개입한 이유를 추궁했지만, 송 국장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경리부장으로서 사장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고, 회계 법인이 불법이라고 알려 주지 않았다고 했다.

조 목사 변호인 측은 송 국장의 진술처럼 절세는 실무자와 회계 법인에서 진행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설령 탈세 혐의가 있다고 해도 2001년의 행위로,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참고인의 엇갈린 진술에 검사와 변호인 측이 날 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지주 사장을 역임한 김 장로는 지난 2차 공판에서 조용기 목사의 지시로 세금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세에 성공해 조 목사로부터 수고했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삼일 회계 법인에 컨설팅 비용으로만 2억 31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 장로가 조 목사로부터 '수고했다'는 칭찬을 받았다고 한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공판 검사의 질문에, 송 국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변호인의 같은 질문에 "'60억을 절세하느라 수고했다'고 김 장로가 말했다"면서 진술을 달리했다. 조 목사 변호인은 검사가 피고인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리쳤고, 검사는 이미 두 차례나 확인한 사안이라고 맞섰다.

그동안 조 목사 측은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200여억 원의 빚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지만, 신빙성은 떨어져 보인다. 2002년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리국장을 역임한 정 아무개 장로는 5차 공판에서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으로부터 돈을 빌린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정 장로는 "(경리국장이었음에도) 영산기독문화원과의 채무 관계는 몰랐고, 교회가 영산기독문화원에 돈을 갚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관련 기사 : 조용기 목사, 주식 매입 지시에 직접 결재까지?)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 6월 조 목사가 불구속 기소되자 성명을 내고 조 목사를 감쌌다. 세금 문제와 관련해 "실무 부서와 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을 믿고 존중했으며, 중대 사안의 경우 외부 회계 법인 등 전문 기관의 컨설팅을 받도록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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