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의 불륜 대상자로 지목됐던 정 모 씨(<빠리의 나비 부인> 저자)가 불륜 의혹을 제기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들을 고소한 가운데, 고소 당사자들은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은 7일 정씨가 여의도순음교회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교바모) 소속 이종근, 김대진, 김석균, 하상옥, 박성태 장로와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교바모는 지난해 11월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용기 목사의 내연녀였다가 배신당했다는 내용으로 정 모 씨가 쓴 <빠리의 나비 부인>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며 "당시 책이 출간되자 장로들이 정씨에게 15억을 주고 이를 무마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목사가 정씨에게 써 줬다는 차용증도 공개했다.

정씨는 고소장에서 "(<빠리의 나비 부인>은) 소설이며 허구"라며 "합석한 장로들이 같이 촬영된 사진도 있는데 기자회견에서는 조 원로목사와 (단둘이) 촬영된 사진만 배포됐다. 의도적으로 연인 사이인 듯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단둘이 만난 사실은 없다"고 기자회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 1월 8일 자 <국민일보> 8면 (사진 제공 <미디어오늘>)

정 씨의 고소는 이종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와 정씨의 만남으로 가능했다. 지난달 22일 이종찬 여의도순복음교회 장로는 프랑스 파리에서 정씨를 만나 <빠리의 나비 부인> 책 내용이 허구라는 사실 확인서와 민형사상 조치를 위임하는 위임장, 신분증 사본 등을 받았다. 이종찬 장로는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월) 8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정씨 소설 속 내용은 허구라고 진술했지만 물증이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파리로 갔다"며 사실 확인서와 위임장을 토대로 조 목사 불륜 의혹을 폭로한 교바모와 이를 보도한 'MBC PD수첩'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정 씨의 고소로 인해 조용기 목사의 불륜 의혹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하지만 고소에 대한 의문점도 남는다. PD수첩은 지난달 17일 방영된 '목사님, 진실은 무엇입니까?' 편에서 정씨가 <빠리의 나비부인>을 출간했을 당시의 육성을 공개했다. 이 육성에서 정씨는 이 책이 조 목사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증언한다. 이러한 증언이 10년이 지난 후에 180도 뒤집힌 것이다. 김형윤 PD수첩 담당PD는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씨가 왜 하루아침에 불륜이 없었다고 주장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 PD수첩 12월 17일 방송분 갈무리.

정씨가 납득하기 힘든 행동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씨는 <빠리의 나비 부인> 관련한 <일요신문>의 보도를 고소한 적이 있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11월 18일 기사 '나비 부인 정씨 10년 전 [일요신문] 상대 손배소송 전말'에서 "(2003년) 정 씨가 <일요신문>에 자신의 사연을 보도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일요신문>이 사실 관계에 의문을 표시하자 여러 가지 관련 증거도 보여 주었다"며 "하지만 저자 정 씨는 <일요신문>에 자신의 사연이 보도된 직후 엉뚱하게도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일요신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담은 기사인데도 오히려 그것을 문제 삼아 <일요신문>을 고소한 것"이라며 "자신의 억울함을 소개해 달라고 해 놓고 보도된 얼마 후에 <일요신문>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아직 여의도순복음교회 진상조사위원회의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인데 <국민일보> 보도와 소송 등을 통해 교바모의 주장이 반박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일보>와 국민문화재단은 교바모가 폭로한 내용 중 <국민일보>가 조 목사 퇴직 후 7500만 원 씩 지급했다는 점이 사실과 다르다며 교바모를 고소했다. 또한 <국민일보>는 공식 발표되지 않은 진상조사위 중간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며 "교바모 주장이 거짓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고, 이종찬 장로의 말을 빌려 교바모 주장이 거짓이라는 정 씨의 증언을 전하기도 했다. 교바모 측에서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여론전을 한다"고 반발하는 이유다.

▲ <일요신문> 2004년 10월 11일 자 지면. <일요신문>은 "정 씨가 <일요신문>에 자신의 사연을 보도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일요신문>이 사실관계에 의문을 표시하자 여러 가지 관련 증거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저자 정 씨는 <일요신문>에 자신의 사연이 보도된 직후 엉뚱하게도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당했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진 제공 <미디어오늘>)

이진오 더함공동체 목사는 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불륜 의혹을 보도한 PD수첩에는 소송을 걸지 않았다. 추가 보도를 우려해 PD수첩은 빼고 우리만 고소한 것 같다"며 "여론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한 "불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2003년에 여러 매체를 통해 이 사실을 폭로한 정 씨를 고소해야지 왜 우리를 고소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종찬 장로 등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정 씨의 대리인을 자처하며 우리를 고소하는 것은 너무 이상한 일"이라고 밝혔다.

고소 당사자들은 소송으로 맞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목사는 "진상조사위가 조 목사의 재정 비리 관련 의혹을 밝혀 내지 못할 경우 고소를 감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장로와 <국민일보>에 대한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상옥 장로는 "교바모 내에서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우리가 조 목사를 음해했다는 허위 사실을 전한 <국민일보>와 이종찬 장로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윤호 / <미디어오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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