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김두종 위원장)를 '교회 분열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1월 5일 사랑의교회 홈페이지에는 운영장로회 이름으로 "교회의 분열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즉각 자진 해산하고 어떤 형태의 모임이나 집회도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가 게재됐다. 같은 날 서초 예배당에서는, 사랑넷(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이 계획적으로 교회 분열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뿌려졌다. 사랑넷은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갱신위 교인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는 모임이다.

정관 무시한 운영장로회 결의

사랑의교회 운영장로회는 1월 5일 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채택했다. 오정현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갱신위 교인들을 겨냥한 내용이었다. 운영장로회는 그간 교회의 여러 상황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에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 교회를 지키는 파수꾼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교회의 분열을 꾀하는 어떤 시도도 허용될 수 없으며, 이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는 즉각 자진 해산하고, 어떤 형태의 모임이나 집회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운영장로회는 교인들의 헌신과 하나님의 은혜로 서초 예배당에 입당해 온 교회가 감사와 찬양으로 넘쳐 나야 하는데, 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강남 예배당을 임의로 점거하고 관리 책임자의 출입마저 가로막는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퇴거하라고 했다. 또 교회를 대표하고 성도들을 영적으로 이끌도록 세움받은 오정현 목사에 대한 비방을 중지하고 고소·고발을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 사랑의교회 운영장로회는 1월 5일 갱신위를 겨냥한 성명서를 채택하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하지만 이날은 회장 오정현 목사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정관상 결의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사랑의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사랑의교회는 이 성명서를 곧바로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이날 회의는 정관상 결의를 할 수 없는 '간담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랑의교회 정관 제11조 '운영장로회 구성 및 의사 결정' 5항에는, "운영장로회의 결의는 회장과 운영장로 2분의 1 이상의 출석과 출석 회원 3분의 2 이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이날 운영장로회 회장 오정현 목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결의를 할 수 없는 회의였는데도 운영장로회는 성명서 채택을 단행한 것이다.

교회 분열 시도? 황당한 '사랑넷 매뉴얼'

사랑의교회 서초 예배당에는 2주째 출처가 적혀 있지 않은 전단지가 돌고 있다. 12월 29일에는 '교인 폭행' 사건이 갱신위의 자작극이라는 내용의 전단지가, 1월 5일에는 사랑넷 교인들이 계획적으로 사랑의교회의 분열을 계획했다는 내용의 전단지가 돌았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폭행인가 자작극인가) 한 교인은 오정현 목사 측 교인들로 구성된 사랑의교회평신도협의회가 이 전단지를 예배당에서 나눠 줬다고 말했다.

지난주 뿌려진 전단지에는 사랑넷이 복음주의 교리에 반하는 단체와 공조해 사랑의교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장기간 준비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사회주의적 인본주의 사상으로 무장한 반복음주의 세력들이 대형 교회를 분열시키려고 일종의 '의식화 교육'을 하고 있고, 사랑넷이 여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개혁연대)의 교회 개혁 제자반 교재에 성서한국·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청어람아카데미 등 기독교 반복음주의 세력들의 의식화 교재를 조합한 후 사랑의교회에 대한 분석을 추가한 자료를, 사랑넷이 교회 분열 '매뉴얼'로 사용한다고 쓰여 있다.

성서한국은 반공 성향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는 완벽에 가까운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단체라고 표현했다. 기윤실은 사회주의 운동을 전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의 일원이라고 설명해 놨다. 게다가 <뉴스앤조이>·<한겨레>·<주간현대> 등은 이 단체들의 홍보지 역할을 해 왔다고 적혀 있다.

또 전단지에는 사랑넷 회원들이 분당중앙교회와 제자교회에서 분쟁을 야기한 교인들과 회동했다고 나온다. 이 '반대 이탈파' 교인들이 개혁연대의 의식화 교육을 받고 '교회 분탕질을 위한 전문 기술'을 배웠다고 써 놨다. 교회 분탕질을 위한 전문 기술은 △법적 처벌을 피하며 분란을 조장하거나 공격하는 방법 △담임목사의 지위를 제한하는 방법 △교회의 치리를 피할 수 있는 방법 등이라고 했다. 지난 12월 22일 서초 예배당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의 피해자 김 아무개 씨도 이 의식화 매뉴얼대로 행동해서 CCTV의 화각을 피해 가며 조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는 전단지에 반복음주의 세력으로 등장한 기윤실·성서한국에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정현 목사는 지난해 2월 박사 학위 논문을 표절한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기윤실과 성서한국의 이사로 활동했다. 전단지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사랑의교회는 수년간 사회주의와 인본주의를 주장하는 단체를 후원하고 오 목사는 반복음주의 세력에 동조한 셈이 된다.

갱신위는 매뉴얼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비겁하고 뻔뻔한 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단지를 돌리면서도 출처를 써 놓지 않고, 법에 저촉될까 봐 실명을 쓰지 않고 <뉴스앤조이>를 '뉴***ㅇ', <한겨레>를 '한*ㄹ' 등으로 표기하는 등 얄팍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또 평신도협의회가 아무런 제지 없이 전단지를 버젓이 돌리고 있는 것은 교회가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갱신위 한 교인은 전단지를 만들고 배포한 사람들에 대해 허위 사실 유포죄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출처가 적혀 있지 않은 전단지에는 기윤실과 성서한국 등을 반복음주의 단체로 설명해 놨지만, 사실 사랑의교회는 이 두 단체의 회원 교회다. 이 전단지의 논리대로라면 사랑의교회는 수년간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를 지향하는 반복음주의 단체를 후원한 셈이 된다. (기윤실·성서한국 홈페이지 갈무리)

제직회·공동의회, 교회 재정 문제로 교인들 충돌 우려

사랑의교회는 오는 1월 8일 저녁 제직회를 열고 12일 주일에는 공동의회를 열 계획이다. 회의의 쟁점은 2012년 감사 보고서와 2014년 예산안의 통과 여부다. 감사 보고서에는 오정현 목사가 개인적으로 교회 재정을 쓴 증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민감한 안건이 올라와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 교인들의 충돌이 예상된다. 오 목사 측 교인들은 사랑넷 교인들이 감사 보고서를 채택하게 하고 예산안은 부결시켜 교회 사역을 방해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갱신위는 오 목사를 지지하는 측이 7쪽짜리 보고서를 한 쪽으로 축소해 제직회에 보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반드시 감사 보고서를 제대로 발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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