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생각이 뭐예요> / 유경상 지음 / CUP 펴냄 / 1만 5000원

초등학교에서 20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회 중고등부에서 가르친 지도 15년쯤 된다. 가르치는 일이 몸에 뱄다. 학교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르치는 기술이 좋기 때문은 아니다. 초등학생이 점점 착해지기 때문은 더욱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학부모가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마음을 쏟도록 잘 도와주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 학교는 힘든 곳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가르치는 일이 쉬워진다고 말하는 까닭은 학교가 기본적인 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구조를 유지하는 곳에서 일을 하면 경력이 늘어날수록 쉬워지는 법이다. 물론 도시는 다를 것이다. 중고등학교는 더 많이 다를 것이다. 대안학교가 생기고 학원이 많아졌지만 초등학교에선 아직 학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골에선 중고등학교도 아직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해마다 가을이 되면 '내년에 그만둬야지' 생각한다. 그러다가 새해가 가까워지면 '그래도 헌신해야지!' 하며 또 교사로 섬긴다. 후회하고 다시 결심하고 한 해 쉬고는 다시 헌신하고, 후회하고 또 결심하고 그러면서 15년을 버텼다. 올해도 중고등부 교사로 섬긴다. 교회 중고등부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가 같은 교회에 다닌다. 집사, 장로, 권사, 목회자 자녀가 모여서 하나님 말씀을 배우고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배운다. 15년쯤 교사로 섬겼고, 학교에서 직접 가르친 학생도 여럿이고, 부모를 다 아는데 왜 해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할까?

아이와 하나님 사이에서 눈높이 맞추기 어렵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살아간다. 그나마 학교에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온다. 교회에는 무슨 생각으로 오는지 모른다. 찬양하면 일어나 뛰면서 열광하지만 설교가 시작되면 고개 숙이고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조금만 깊은 이야기를 하면 멍~해진다. 교회 초등부에서 성경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전혀 모른다. 아브라함이 누군지, 다윗이 무얼 했는지 모른다. 그저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 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해 주실 것이다'만 안다. 그래서 힘들다. 설교와 성경 공부를 소귀에 경 읽기로 받아들이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 차라리 돌들이 소리치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님을 아는 부모가 자녀에게 하나님을 가르쳤어야 한다. 가정에서 같이 성경을 읽고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공부하라는 잔소리 반만큼이라도 말씀을 나누었어야 한다. 가정에서 가르치면 따로 성경 공부 교재를 사지 않아도 된다. 부모-자식 사이라면 성경을 이야기만 해 줘도 통한다. 그러나 과거에 했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교회에 온다. 교회는 구조도 빨리 바뀐다. 20년 전에는 교회가 최신 문화를 이끌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시대를 따라가느라 바쁘다. 아동부, 학생회 교사하면서 옛날 생각하면 힘들다.

교회 교육은 너무 광범위한 내용이라 성경 공부 교재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 보자. 어떻게 하면, 무엇으로 공부하면 스스로 고민할까? 성경으로 직접 공부해 봤다. 이해를 못 한다. 눈높이에 맞는 쉬운 교재를 골랐다. 내용 없이 떠들다가 발전이 없다. 교사가 이끌고 가면 듣긴 듣지만 반응이 없다. 아이들에게 맡기면 반응을 하지만 조절이 안 된다. 하나님 빼놓고 자기들끼리 어디론가 막 가기도 한다. 하나님과 아이들 수준을 만족시키는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나님, 생각이 뭐예요?

<하나님, 생각이 뭐예요?>는 260쪽 단행본으로 만들어진 성경 공부 교재이다. 12장까지 있다. 1~2장 생각, 3장 하나님의 존재, 4장 나는 누구일까, 5장 선과 악, 6장 죄의 열매, 7장 예수님이 오신 까닭, 8장 제자가 되려면, 9장 하나님나라, 10장 공부, 11장 친구 관계, 12장 부모를 다루었다. <하나님, 생각이 뭐예요?>는 1~2장 내용의 소제목으로 어울린다.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은 아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며 자라라는 뜻으로 만들었겠지만 조금 더 무겁게 정해도 되겠다.

표지는 자기 계발서나 참고서 같다. 부제로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생각 코칭'이라고 적혀 있다. 제목 아래엔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로 만드는 기독교 세계관 생각 코칭 길잡이'가 쓰여 있다. 뒷면은 '생각의 힘이 강해야 자기 주도 학습이 가능하다. 재미있게 생각하며 읽다 보면 생각이 쑥쑥 자라요!"라고 쓰여 있고 아래쪽에는 "생각이 바뀌면 아이들의 미래가 바뀐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고 쓰여 있다.

책 내용은 표지에 적힌 '자기 주도 학습'과 상관없다. 내가 누구이며 하나님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고민하도록 도와주는 내용이다. 기독교 세계관을 기르도록 안내하는 괜찮은 내용을 담았다. 표지를 자기 계발식,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만들지 않으면 독자들이 책을 사지 않기 때문일까? 내용은 충분히 괜찮은데 표지를 이렇게 만들어야 눈에 띄는 시대이니 어쩔 수 없겠다. 제목과 표지 모두 내용에 견주어 가볍다. 내용은 좋다. 꼭 필요한 내용이다. 다달이 한 장씩 1년 동안 쓰면 되겠다. 각 장은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자세하게 살펴보자.

1단계 '마음 밭 갈기'는 주제를 소개한다. 1장에선 생각이라는 색안경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으로 세계관을 다룬다. 세계관을 안경으로 다루는 건 부족함이 있지만 아이가 이해하기엔 괜찮다고 본다. 토끼와 오리처럼 보이는 사진, 어떻게 보면 웃지만 달리 보면 찡그리는 사진을 넣어서 흥미롭다. 이런 방식으로 설명과 그림이 들어있다. 죄의 열매를 다룰 때는 레일을 벗어난 기차 사진을 보여 준다. 관심을 가질 만한 자료가 많아 눈높이도 맞고 내용도 좋다.

2단계 '생각 씨앗 심기'는 이야기를 보여 주고 내용을 이해하는 활동을 담았다. 성경 이야기(가나안 땅의 열두 정탐꾼, 천지창조)가 두 군데 나온다. 문학작품(크리스마스 캐롤-찰스 디킨스, 너는 특별하단다-맥스 루케이도, 사자와 마녀와 옷장-C. S. 루이스, 크로싱-이유진 원작,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 찰스 쉘던, 하느님, 제 기도 들어보세요.-M 라이스트)이 일곱 군데 들어 있다. 마지막 세 장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공부했을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친구와 지내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엄마 아빠와 어떻게 지내셨을까?'로 현실 이야기를 담았다.

2단계가 특히 좋다. 배우는 사람에겐 연결점이 필요하다. 배워야 할 내용을 학생과 연결해주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성경을 읽고 질문하고 적용으로 넘어가면 마음에 담을 수 없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생각 씨앗 심기'에서 성경 말씀을 풀어 쓰고, 문학 작품 일부분을 적어주어서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개된 문학작품은 대부분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흥미롭다. 말씀을 배운다는 건 읽은 내용에 맞는 답을 찾는 수준을 넘어 마음에 스며들어야 한다. 문학작품은 이걸 가능하게 해 준다. 문학작품을 고른 저자의 안목이 뛰어나다.

3단계 '생각 나무 가꾸기'는 앞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활동하는 내용을 담았다. 7장 예수님이 왜 오셨는지 알아보는 내용을 살펴보자. 2단계에서 '사자와 마녀와 옷장' 일부를 소개했다. 아슬란(사자, 예수님 상징)이 에드먼드를 위해 대신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으로 나니아의 법과 성경의 법을 비교하며 예수님이 오신 이유를 찾아간다. '예수님이 내 죄를 사하기 위해 오셨다'를 단순한 정답으로 아는 아이라도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고 예수님과 연결하도록 만들었다. 내용을 소개하고(마음 밭 갈기) 이야기를 나누며 이해한(생각 씨앗 심기) 뒤에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4단계 '생각 열매 거두기'는 적용이다. 앞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내용을 담았다. 역시 적용이 어렵다. 다른 단계에 비해 내용이 짧다. 이 책을 성경 공부 교재로 쓴다면 아이 상황에 맞는 적용을 더 찾아야 한다. 적용을 꼼꼼하게 안내하면 강요가 되기 쉽다. 자녀나 교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가 '적용이 너무 간단하게 되어 있어서 안 좋네!' 하지 말고 더 찾아보아야 한다. 당장 행동을 취해서 적용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읽으며 스며든다.

성경 공부에 사용한다면

<하나님, 생각이 뭐예요?>는 가정 학습 교재, 성경 공부 교재로 쓰기에 좋다. 자녀와 나누거나 초등 고학년, 중학생이 나누어도 좋겠다. 나도 올해 이 책으로 성경 공부를 할 생각이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니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한다. 재미난 그림과 사진, 편안하게 이끌어가는 내용 구성이 마음에 들었겠지만 나는 책을 다 배운 다음을 생각한다. 내용이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다. 표지와 제목을 좋지 않게 말했지만 내용은 내가 말한 부족함을 능가한다.

책은 동기 유발-관찰-해석-적용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정확하게 관찰-해석-적용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흥미를 일으키고 내용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나타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방법을 성경 읽기에도 적용하도록 가르치고 싶다. 이 책을 다 배운 뒤에 스스로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적용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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