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 이후를 말하다> / 톰 라이트 지음 / 박규태 옮김 / IVP 펴냄 / 124쪽 / 8000원

톰 라이트는 바쁘다. 항상 바쁘다. 평생 4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단다. 좀 쉬어도 될 나이에 여러 명의 비서들과 함께 저술, 강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책은 죽은 사람들이 간다는 연옥(煉獄)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 감옥(지옥)이라는 게 범죄자를 세상에서 격리시켜 지은 죄에 합당한 징벌을 주는 게 목적인데 연옥은 잠시 가두고 남은 죄를 참회하고 경감시키고 변화시키는 과정이자, 장소를 의미한다.

신자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모든 신자가 죽으면 곧바로 천국에 갈까? 만약 그 신자가 천국에 곧바로 가기엔 좀 자격 미달이었다고 생각한다면? 개신교에서는 천국에 곧바로 가거나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잠을 잘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중간 단계를 말하는 교리가 로마가톨릭에 존재하였다. 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도 존재한다.

그것은 교회론이자 구원론이자 종말론이다. 가톨릭은 교회를 승리한 교회(천국에 있는 교회), 대망하는 교회(연옥에 있는 교회), 싸우는 교회(현세에 있는 교회)로 나눈다. 천국에 있는 자들은 다른 곳에 있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도 다른 곳에 있는 자들을 위해 기도한다. 연옥 교리는 교회사에서 가톨릭의 교리였다. 개신교는 반대하고 동방정교회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현세와 내세에 죄의 정화 과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예수를 믿으면 죄는 용서되지만, 용서받지 못한 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예수가 용서하는 죄는 무엇이고 우리가 고백해야 할 죄는 무엇인가? 원죄? 자범죄? 뭐 이런 것들인가? 그리스도를 믿으면 모든 죄가 단번에 용서되는가? 신자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짓는 죄는 언제 어떻게 용서를 받아야 하는가? 일일이 다 고백해야 용서를 받는 것인가? 이런 복잡한 문제(?)에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 로마가톨릭이다. 걱정 마라 연옥에 가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들의 정화는 다른 곳에 있는 성도들의 (정화를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는) 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최근에 발생한 것이다.

현대 가톨릭 신학자들인 카를 라너나 요제프 라칭어 전 교황은 연옥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성공회에서는 오히려 연옥 교리를 도입하려는 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성공회의 변화는 가톨릭적이라기보다는 보편 구원론의 영향인 듯하다.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게 된다면, 좀 모자란 사람들도 함께 구원을 받게 될 텐데… 이들은 모두 천국으로 보내기에는 좀 아쉽지 않은가? 톰 라이트는 복음주의 신학자답게 당당하게 연옥(설의 도입)을 거부한다.

죽은 신자들이 갈 천국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죽으면 바로 천국에 가는가? 장례식에 가면 우리는 천국에 가 있는 죽은 성도에 대한 확신적인 설교를 듣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죽으면 영혼이 분리된 상태로 있는가? 자고 있는가? 하늘에 올라가 하나님과 함께 있는가? 영혼 구원이기에 영혼은 먼저 구원받고 육체는 좀 기다렸다고 재림 때 비로소 깨어나 영혼이 합체함으로 구원을 받는가? 톰 라이트는 말하기를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는 죄의 지배에서 벗어나며 최종적으로 죽을 때 죄와 사망의 지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때문에 연옥도 필요 없고 그들을 위한 기도도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지옥에 누가 갈 것인가에 대해 구원뿐만 아니라, 영원한 멸망은 특정한 교파, 교리나 도그마의 권한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 있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톰 라이트가 자주 이야기하지만, 천국의 미래성에 대한 강조뿐만 아니라, 주기도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 하나님나라가 임하는 것이다. 그 나라는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내려오며 메시아가 가져오는 나라인 것이다. 예수님은 이미 주(Lord)이시며 세상을 통치하고 계신다. 또한 우리는 (총체로서의) 몸의 부활을 믿으며 (영혼과 분리된) 육체의 부활을 믿는 것은 아니다. 죽은 성도들은 지금 그리스도 안에서 휴식하며 부활이 이루어질 재림의 날을 고대하고 있다.

본서는 소책자의 분량이지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기서 다루어진 주제들에 대해 더 궁금한 독자들은 톰 라이트의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크리스챤다이제스트사)을 참조하길 바란다. 이 책에서 게헨나-지옥-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한 것을 보니(pp. 38~39), 지옥에 대한 또 다른 책이 나올 것 같다. 아마도 그 책은 우리에게 지옥과 같은 '논쟁의' 불덩이를 던져 줄 것 같으니, 모두들 조심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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