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말 서초동 초호화 예배당에 입당한 사랑의교회가 강남 예배당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교회 측은 강남 예배당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폐쇄했지만,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은 이를 뚫고 기도회를 하고 있다.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한 달을 싸워 오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교인들 간 폭행 시비가 붙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서초 새 예배당에 입당한 사랑의교회가 강남역 부근에 있는 옛 예배당을 두고 교인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서초 예배당과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가 강남 예배당에서 매주 금요일과 주일 기도회를 하고 있고, 교회는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말에 시작된 갈등은, 지난 12월 22과 25일 두 차례 충돌로 더욱 심화됐다.

먼저, 갱신위 측 교인인 김 아무개 씨가 12월 22일 서초 예배당에서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1층 로비를 지나가던 김 씨가 갱신위 측 교인이라는 것을 알아본 한 남성이 그를 저지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여러 명의 남자 교인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곧이어 수십 명의 교인들에게 둘러싸였다. 5분여 가량 몸싸움이 벌어졌고, 김 씨는 쓰러져 119를 통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갱신위는 오정현 목사 측 교인들이 김 씨를 집단으로 폭행했다고 분노했다. 반면 당시 현장에 있던 교인들은 가벼운 실랑이였을 뿐, 김 씨가 할리우드 액션을 한 거라고 반박했다. 한 교인은 "김 씨는 갱신위 측 교인으로 부정적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래서 조금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폭행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른 한 교인은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만든 온라인 카페 무교병에 당시 벌어진 일을 찍은 동영상을 올렸다.

▲ 오정현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만든 온라인 카페 무교병에 올라온 영상이다. 1분가량 되는 이 영상에서 한 여자 교인은 김 씨의 멱살을 잡고 위협했다. (무교병 홈페이지 갈무리)
▲ 김 씨가 1층 로비에 쓰러진 모습이다. 교인들은 실랑이 가운데 쓰러진 김 씨를 향해 "신천지는 가라", "쇼 부린다"라고 말하며 방치했다. 수 분이 지나고 김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무교병 홈페이지 갈무리)
▲ 갱신위가 공개한 교회 CCTV 자료. 정면 하단의 한 회색 양복을 걸친 교인이 왼쪽에 있는 김 씨를 미는 장면이 나온다. 곧이어 김 씨는 쓰러졌다. (자료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하지만 이 동영상에는 한 여자 교인이 김 씨의 멱살을 잡는 장면과, 실랑이 가운데 쓰러진 김 씨를 향해 "얘 쇼 부리는 거야", "신천지는 가라" "문 열어 놔 춥게"라고 말하는 교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구타 장면만 나오지 않을 뿐, 분위기는 험악했다. 갱신위가 공개한 교회 CCTV에도 한 남자 교인이 김 씨를 밀쳐 넘어뜨리는 장면이 나왔다.

갱신위는 김 씨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고,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전했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한 교회 내에서 폭행당했기 때문이다. 갱신위 총무인 김근수 집사는 "사랑의교회에서 집단 폭행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구타한 교인들을 찾아 고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교회 측은 폭력 행사는 없었다며 부인했다. 교회 한 관계자는 김 씨가 먼저 영상을 찍던 한 교인에게 달려들어 실랑이가 벌어졌다며, 김 씨가 교회 이미지를 떨어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드러누웠다고 반박했다.

이날 벌어진 사건은 강남 예배당을 두고 한 달째 이어지는 교회 갈등이 원인이다. 지난 11월 말 서초 예배당에 입당하면서 오정현 목사는, 강남 예배당을 고 옥한흠 목사 기념관과 봉사 센터 등 공공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교회는 리모델링 명목으로 강남 예배당을 폐쇄했다.

초호화 예배당과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갱신위는 강남 예배당에서 따로 예배할 수 있도록 교회에 요구했다. 교회는 당회의 결정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회신을 보냈고, 강남 예배당을 두고 갱신위와 교회 측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서초 예배당에서 봉변을 당한 김 씨도 이 과정에서 교회 측 교인에게 알려졌다. 김 씨가 강남 예배당에 들어가기 위해 교회가 정문에 붙여 놓은 출입 금지 현수막을 찢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영상으로 찍혀 유포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 당일 교회 측 교인 수십 명이 김 씨를 알아보고 달려든 것이다.

▲ 사랑의교회는 강남 예배당을 2.3m 펜스로 둘러쌌다. 갱신위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몇 개의 펜스를 걷어 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본당 출입문 바로 뒤에는 두께 5cm의 강철 철판이 서 있었다. 교회는 예배당 출입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철판을 세웠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강남 예배당을 둔 교회 갈등은 성탄절인 12월 25일 더 격화됐다. 갱신위는 '사랑의교회 회복을 위한 기도회'를 하기 위해 예배당에 모였다. 하지만 교회 측은 예배당을 철통같이 폐쇄했다. 예배당 주위를 2.3m 펜스로 막아 놓고, 출입문 곳곳을 철판으로 용접했다. 본당 출입문에는 5cm 두께의 철판이 가로막았다. 리모델링 업체 직원 10여 명이 예배당 안을 지켰다.

▲ 마당에 있던 갱신위가 본당 출입문 철판을 제거하고 예배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기도하러 온 2000여 명의 교인은 철판을 안전하게 제거할 때까지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
▲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옛 예배당 본당에 2000여 명의 교인이 모여 사랑의교회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이들은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5시간이 넘도록 힘겨운 싸움을 해야 했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

하지만 갱신위도 만만치 않았다. 건축에 종사하는 집사들이 펜스를 들어내고, 산소 용접기를 가져와 철판들을 하나하나 뜯어냈다. 이 과정에서 갱신위와 리모델링 업체 10여 명은 5시간 넘게 대치했고, 업체 직원 한 명이 본당 입구에 드러누워 구급차에 실려 가는 등 소동이 발생했다. 오전 7시부터 모인 갱신위는 11시가 넘어서야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예배당에서 2000여 명의 교인은 사랑의교회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갱신위는 오정현 목사의 독단적인 강남 예배당 폐쇄가 충돌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예배당 사용에 관한 당회의 결의 없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갱신위는 12월 20일 사랑의교회회복을위한기도와소통네트워크(사랑넷)에 '예배당 사용에 대한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입장'을 발표하고, 오정현 목사에게 평화적인 기도 모임을 위한 장소를 만들어 줄 것을 촉구했다. 강남 예배당을 봉쇄하지 말고 적절하게 개방하여 물리적인 충돌을 방지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오정현 목사는 반응하지 않았다.

교회 측은 갱신위야말로 당회의 허가를 받지 않은 임의 단체라고 반박했다. 교회 한 관계자는 이미 오정현 목사가 강남 예배당을 공공재로 환원하기로 선언했고, 이에 교인들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의 재산으로 진행하고 있는 예배당 리모델링을 갱신위가 불법적으로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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