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클로반에 들어와 처음으로 맞는 일요일 12월 15일. 오전 10시에 주일예배가 있는 타클로반하비스트교회(박노헌 선교사)를 다시 찾았다.

예배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교회는 이미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교인들이 전날 노방전도를 나갔는데 반응이 좋았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의자가 모자라 복작댔다. 박노헌 선교사도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와 적잖이 놀란 듯했다.

필리핀 임마누엘교회(조현묵 목사)가 파송한 임정섭 전도사가 열정적으로 찬양을 인도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그의 어깨가 땀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현지인 청년들이 예배를 도왔다.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종이에 찬양 가사를 크게 적어 들었다. 청년들은 율동을 하고 드럼과 탬버린을 연주했다.

▲ 12월 15일 주일 아침, 타클로반하비스트교회에는 어린 아이들로 북적댔다. 아이들은 열심히 찬양과 율동을 따라했다. 재해를 겪었지만 아이들은 특유의 활기를 잃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아이들은 신 나게 찬양과 율동을 따라했다. "mahal na mahal kita panginoon." 나는 하나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느린 노래도 곧잘 불렀다. "When the oceans rise and thunders roar / I will soar with you above the storm / Father you are king over the flood / I will be still and know you are God"(한국 노래 가사 : 거친 파도 날 향해 와도 주와 함께 날아오르리 폭풍 가운데 나의 영혼 잠잠하게 주를 보리라) 거친 파도와 폭풍을 딛고 피어난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재해를 겪었음에도 아이들은 활기찼다. 밥을 얻어먹고 구호물자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눈을 감고 생명의 하나님이 이 아이들의 활기를 보존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외국인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는 카메라를 미끼(?)로 아이들과 친해졌다.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미소를 찍었다.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

이틀 전 공항에서 만난 아이들이 떠올랐다. 보석 같은 아이들이 한 푼이라도 얻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구걸을 하고 있다. 이번 태풍 피해로 필리핀에서 6000명 이상이 죽었다고 한다. 이들 중에 어린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부모들은 얼마나 많을까.  

▲ 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외국인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나는 카메라를 미끼(?)로 아이들과 친해졌다. 아이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미소를 찍었다.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담을 수 없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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