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산문화재단이 양재동에 소유하고 있는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빌딩.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건립을 이유로 35억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고 세운 건물이다. (다음 지도 갈무리)

지난 11월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은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가 교회 돈을 빼돌려 사유화하려 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도모임'은 조용기 목사 일가가 교회 돈으로 세운 건물이나 재단을 사유화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교회 돈을 빼돌려 사유화한다'는 의혹이 조 목사와 그 두 아들에게 집중되어 왔다. 하지만 <미주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조 목사의 아내 김성혜 총장(한세대) 역시 교회 돈이 투입된 재단의 사유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53억 원' 영산문화재단의 수상한 출발

음악 공연장(영산양재홀)과 사무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 영산문화재단 빌딩(양재동 20-4번지)은 원래 2004년 교육부 인가 없이 불법 캠퍼스를 운영했다며 폐쇄된 미국 베데스다대학교의 서울 연장 캠퍼스 자리였다.

2011년 이 빌딩은 <국민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바로 조용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총장(한세대)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토지 위에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헌금으로 땅을 산 뒤 건물을 지었고, 당시 베데스다문화재단(현 영산문화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조용기 목사의 두 아들이 벌인 일명 '왕자의 난' 당시 <국민일보>는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특보를 발행했다. 특보는 연일 <국민일보> 조민제 사장(미국명 조 사무엘 민제)의 어머니 김성혜 총장의 각종 의혹을 폭로했다. 영산문화재단 빌딩은 당시 <국민일보>가 2011년 2월 발행한 특보 4호에서 "영산문화재단 빌딩, 헌금으로 땅을 사고 건물 지어 무상 증여"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그 건물이다.

<국민일보>는 김성혜 총장이 "1990년 이모 장로의 명의를 빌려 서울 양재동에 429.6㎡(약 130평)의 땅을 사들였다"며 현 영산양재홀 부지의 내력을 보도했다. 당시 토지 소유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종근 장로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 장로는 <미주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이름만 빌려 준 것"이라며 실제 땅 소유자가 김성혜 총장이었음을 확인해 주기도 했다.

주차장 용지로 매월 150만 원에 임대를 내준 이 땅은 2001년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에 매각된다. 교회가 담임목사 아내의 땅을 사들인 셈인데, 당시 이 토지를 구입하는 데 쓰인 교회 돈은 15억 원이다.

순복음선교회는 2003년 10월 17일 20억 원을 더 들여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빌딩을 세운 뒤 이곳을 베데스다문화재단에 출연한다. 이 빌딩은 2003년 2월 사용 승인을 받아 베데스다대의 서울 연장 캠퍼스로 사용된다. 이후 베데스다대 학생들과 교수진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이곳에서 수업을 열었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교회는 순복음선교회를 통해 2001년 6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건립에 따른 토지 매입과 건축 비용, △베데스다대 후원금, △베데스다문화재단(현 영산문화재단) 출연금 명목으로 약 80억 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이 캠퍼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4년 2월 강남교육청은 베데스다대 교육청 인가 없이 불법으로 대학을 운영했다며 베데스다대 이사장 조용기 목사를 경찰에 고발했고, 같은 해 6월 이 캠퍼스는 폐쇄된다. 학교는 사라지고 건물만 남았다.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신축을 위해 김성혜 총장의 토지를 매입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서울 연장 캠퍼스가 폐쇄된 이후, 베데스다대는 2005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자금 조달 계약을 맺고 한국은행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매년 약 20억 원을 송금한다. 2001년 베데스다대 챈슬러(대학 운영 최고 책임자)로 김성혜 총장이 취임한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베데스다대와 관련하여 지출한 금액이 200억 원이 넘는 셈이다. (관련 기사 : 모든 돈은 여의도에서 나온다.)

▲ <국민일보>가 2011년 2월 발행한 노·사 공동 비대위 특보 4호는 "성도들의 헌금으로 김 총장의 땅을 사들여서 건물까지 지은 뒤 김 총장이 운영하는 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 특보 갈무리)

<국민일보> 특보 4호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산을 관리하는 순복음선교회가 성도들의 헌금으로 김 총장의 땅을 사들여서 건물까지 지은 뒤 김 총장이 운영하는 법인에 무상으로 증여한 셈이다"며 "김 총장은 세제상 각종 혜택을 받는 공익법인을 앞세움으로써 수십억 원의 증여세를 면제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재 등기부등본 상의 자산 총액이 약 53억 원에 달하는 영산문화재단. 이 재단의 이사진들이 2013년 1월 교체됐다. 조용기 목사가 초대 이사장을 지낸 이후, 목회자나 장로 등 교회 핵심 관계자들이 이사를 맡아 오던 재단에 김성혜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을 맺은 이들이 이사로 들어선 것이다.

교회 관계자는 '빼고', 제자·동문은 '넣고'

2013년 1월 7일 영산문화재단 등기부 등본에는 새로운 이사들의 이름이 등기된다. 새 이사들은 김성혜 총장의 제자이거나 학교 동문, 측근 장로의 아내다.

변경 이후 이사진은 김성혜 총장을 포함해 5명이다. 이화여대 교수를 지낸 이사장 주영자 씨는 김성혜 총장과 대학(이화여대) 동문이다. 이사 김영 씨와 한정화 씨는 한세대에서 김성혜 총장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며 김 총장과 함께 클래식 콘서트에 서기도 했다. 또 다른 이사는 베데스다대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던 정지태 장로(여의도순복음교회)의 아내 김 아무개 씨다. 정지태 장로는 베다스다대 관련 특가법상 횡령 및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성혜 총장과 함께 고발된 인물이다.

영산문화재단 설립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사는 김성혜 총장이 유일하다. 이사 변경 이전에도 교회 관계자들 중 김 총장의 측근들이 이사로 포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이사진 교체로 재단 사유화 의혹은 더 짙어진 셈이다.

▲ 영산문화재단 이사진이 당초 순복음교단 목회자 또는 교회 장로들에서 김성혜 총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2013년 1월 변경됐다. (등기부 등본 갈무리)

<미주뉴스앤조이>는 이사진 변경 배경에 대해 묻기 위해 전·현직 이사진들과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새 이사가 된 한세대 초빙 교수 김영 씨는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정화 씨와 주영자 씨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직전 이사장인 김창태 장로(순복음강남교회)는 이사장 퇴임 사유를 묻자 "전화로 할 얘기가 아니"라며, 새 이사진들의 면모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영산문화재단 이사를 지낸 정지태 장로는 "조용기자선재단에도 이사로 되어 있어 중복되면 문제가 된다고 해 사임했다"고 말했다. 또 아내 김명숙 씨가 이사로 선임된 부분에 대해 "(아내가) 음악계에 오래 있어 이사가 된 것"이라며 "영산문화재단이 음악 하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 재단 이사는 전부 음악 하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왜 하필 김성혜 총장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음악계 인사'냐는 부분에는 의문이 남는다. 여러 재단에 이사로 중복되어 있다는 정 장로의 말은 영산문화재단 새 이사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김성혜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회복지법인 가나안우리집이나 재단법인 성혜장학회에도 이사·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재단들은 음악과는 관련이 없다.

지원 목적은 '베데스다대 후원', 재단 목적은 '문화·예술 기여'

순복음선교회는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건립을 기점으로 교회 돈을 투입해 학교를 지원한다. 그 과정에서 베데스다대문화재단은 교회에 출연금을 요청해 받는다.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가 없어진 뒤에도 재단을 해산하지 않고 이어졌다. 영산문화재단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을까.

영산문화재단의 등기부 등본 상의 설립 목적은 '문화 예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함'이다. 영산문화재단 빌딩은 공연장과 임대를 내준 사무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초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로 지어진 건물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미주뉴스앤조이>가 영산문화재단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국세청에 신고한 결산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재단의 주 수입원은 공연장 대관료와 임대료, 기타 기부금 수입 등이다. 지출 내역은 직원 급여 및 빌딩 관리 및 기타 비용 등이다. 2012년 결산 내역에 따르면 영산문화재단은 공연장 대관료 2억여 원, 사무실 임대료로 약 1억 원을 벌었다.

이 신고 내역에 따르면, 영산문화재단은 베데스다대가 아닌 한세대에 장학금으로 2008년과 2009년 2천여만 원을 지출하기도 했다. 재단 이사인 김성혜 총장이 본인이 대표자로 있는 학교에 장학금을 낸 것이다. 영산문화재단은 베데스다대와 관련이 없는 별개의 활동을 해 왔다는 얘기다.

전임 이사 정지태 장로는 "재단을 설립할 당시부터 음악 예술을 창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베데스다문화재단 등기부 등본에 표기된 설립 목적은 재단 이름을 영산문화재단으로 변경한 뒤의 것과 같다.

정 장로는 이어 "한국 분교 건립 용도로 처음 교회가 돈을 지원했지만, 폐교 이후 문화 예술 사업을 한 것"이라며 "현재는 베데스다대와 (재단은) 관계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과정에서 재단이 출연받은 돈을 운영하는 것이고, 자금을 출연한 교회가 특별한 문제를 제기한 일도 없었다'며 '애초 목적이 문화 예술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건립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약 80억 원을 지원했다. 사진은 <미주뉴스앤조이>가 입수한 당시 지원금 요청 공문 여의도순복음교회 내부 자료 중 일부. (<미주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베데스다대 한국 분교 건립 당시에도 영산문화재단(당시 베데스다문화재단)은 '문화 예술'을 목적으로 세워진 재단이라는 얘기다. 영산문화재단은 2003년 당시 미국 학교인 베데스다대가 합법적으로 캠퍼스 빌딩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세워진 재단인데, 실제 설립 목적과 서류상의 설립 목적이 다른 셈이다. 베데스다대와 베데스다문화재단은 같은 이름을 쓰고 있고, 당시 학교 캠퍼스 명목으로 교회 돈을 들여 지어진 빌딩을 재단이 소유하고 있었을 뿐 서류상으로는 별개의 단체인 것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건축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매년 15~20억 원씩 책정해 베데스다대를 지원했다. 베데스다문화재단은 '예산 배정액 중 출연금을 요청한다'며 교회의 자금을 받았다. 베데스다대문화재단은 베데스다대 건물 소유주로서 돈을 교회에 요청해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애초에 재단이 '베데스다'라는 이름과 '문화'라는 이름을 사용한 이유가 베데스다대를 핑계 삼아 교회의 돈으로 안정적인 문화 사업을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목사님 살아 계실 때 재산 정리해야"…사유화 수순?

<국민일보> 노·사공동비대위는 2010년 9월 특보 1호를 통해 '김성혜 총장에게 경고한다!'는 제목의 노조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 재산 정리를 해 놓아야 시끄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성혜) 총장님의 생각이다”는 김주탁 전 국민일보 경리팀장의 말을 전했다. <국민일보> 2011년 2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김주탁 씨는 "김성혜·조희준 씨와 결탁해 회사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2010년 9월 인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고됐었다."

▲ <국민일보> 노사 비대위 특보 1호는 노조 성명 발표했다. 이 성명은 "(조용기) 목사님이 살아 계실 때 재산 정리를 해 놓아야 시끄러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김성혜) 총장님의 생각이다"는 김주탁 전 <국민일보> 경리팀장의 말을 전했다. 사진 강조는 <미주뉴스앤조이>. (<국민일보> 사이트 갈무리)

영산문화재단의 이사진 변경이 재단 사유화 의혹과 함께 '재산 정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아니냐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영산문화재단의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본 법인을 해산하고자 할 때에는 재적이사 삼분지 이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하여 해산하고, 그 해산에 관하여 문화관광부장관에게 신고하여 한다"고 나와 있다. 재단법인의 해산 사유를 명시하고 있는 것인데, 관련 법규에 따르면 해산한 비영리재단법인의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사람에게 처분할 수 있다.

노조 성명 "조용기 원로목사님의 유고에 대비해 미리 재산을 정리해 놓아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어떤 재산을, 누구 앞으로, 어떻게 정리한다는 것인가?"라며 김성혜 총장과 그 아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비대위 특보 4호는 "공익법인을 이용한 탈세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며 "세무 당국과 수사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현진 / <미주뉴스앤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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