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구호 현장으로 나서기 전날 포부를 다지며 사무실에서. 재해 지역 곳곳을 누비며 독자들께 구호 실태를 전할 예정이다. 기자가 전하는 현지 소식은 <뉴스앤조이> 페이스북과 홈페이지를 통해 생생히 만나 보실 수 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이번에 필리핀 태풍 피해 현장으로 취재를 가게 됐습니다. 길동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저는 제 서른 번째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재해 지역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솔직히 필리핀 취재비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모여 놀랐습니다. '이 돈을 구호 기금에 보태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안 해 본 건 아닙니다. 그럴수록 여러분들이 왜 재해 현장에 보내도 모자란 돈을 <뉴스앤조이>에 보냈는지 궁금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이 됐지만, 저희는 그들을 직접적으로 도우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교회 교인들이 교회든 교단이든 NGO를 통해서든 한 푼 두 푼 모은 구호금이 적확하게 쓰이고 있는지를 취재하러 갑니다. 길동무 여러분들은 <뉴스앤조이>가 이 역할을 감당해 주기를 바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 올해 마지막으로 벌리는 손입니다)

재해 현장에서까지 '감시'라니 현지에서 구호하고 계신 분들에게 썩 맘에 드는 목적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해외 구호를 할 때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예장합동은 좀 더 취재에 적극적으로 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13일 오전 8시 10분 비행기로 가장 피해가 심각하다는 레이테주 타클로반에 들어갑니다. 2주 동안 체류하면서 여러 피해 지역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교통편과 숙식이 허락된다면 태풍 피해를 입은 오르목, 사마르, 세부 북부, 보홀 등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것입니다. 예장합동·예장통합·감리회 등 한국 주요 교단,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한국교회연합 등 연합 단체, 기아대책·굿피플 등 기독교 NGO 들이 어떻게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 전해 드리겠습니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저는 여러 가지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취재는 말할 것도 없고 숙식, 교통편, 전기, 인터넷 환경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제가 삼십 평생 대한민국을 떠나는 게 처음이라, 비행기나 잘 탈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제가 또 심각한 '길치'라 공항에서 미아가 될 확률도 다분합니다. 부디 제가 비행기를 잘 찾아 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런 제가 필리핀에 취재하러 간다는 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입니다. 다행히도 필리핀 현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기아대책 소속 김현중 선교사님이 저와 2주 동안 동고동락하시기로 했습니다. 현지인 한 명도 데려오신다고 하니 든든합니다. 할렐루야!

김종희 대표는 벌써부터 남은 모금액을 어디에 쓸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한 푼이라도 취재비를 아끼려고 노력합니다. 현지 물가가 갑자기 뛰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숙박과 교통편을 알아보고 있는 김 선교사님께, 툭하면 "비싸다", "비용이 부담스럽다", "좀 더 싸게, 좀 더 저렴하게"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도움받으면서 본의 아니게 참 까다롭습니다.

이 글을 자정 넘어 편집기자에게 송고했으니, 글은 교정 과정을 거쳐 13일 아침에야 노출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걸 보고 계신다면 제가 별 탈 없이 필리핀행 비행기를 탄 거겠죠. 앞으로 2주 동안 기사로 페이스북으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늘 그랬듯, 길동무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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