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계 원로인 손봉호 교수의 쓰디쓴 비판은 제3회 다니엘아카데미 강연에서도 이어졌다. 한국교회의 우상인 '돈'을 무시하기 전에는 교회 개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리는 너무 세속적인 가치에 충실해 왔다. (이제는) 양보도 하면서 손해도 입자. 서로 편하게 살겠다고 하면 결국 손해는 자신에게 돌아간다. 다른 사람의 일을 돌보는 것으로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자."

개교회주의와 세속주의에 물든 한국교회를 향해 교계 원로인 손봉호 교수(고신대 석좌)가 온전한 복음과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니엘새시대교회(박희명 목사)와 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 <뉴스앤조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제3회 다니엘아카데미 4차 강연에 손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12월 5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한 60여 명은, 한국교회의 온전한 복음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

손 교수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좀 더 작아져야 한다고 했다. 작은 교회는 교인 간의 깊은 교제뿐 아니라 세속적인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서울영동교회 건축을 추진할 때 300명 정도만 들어가게 하자고 제안할 정도로 작은 교회를 지향해 왔다.

한국교회 안에 출세해 이름을 세상에 떨치고자 하는 '입신양명'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은 내세보다는 차세 중심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데, 교회가 이를 비판 한 번 못 하고 함몰됐다고 했다. 1등을 놓고 벌이는 무한 경쟁 속에서 불행이 생겨난다고 했다. 경쟁에 뒤처진 사람은 앞선 사람을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손 교수는 교회 공동체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할 때라고 했다. 서로 사랑하면 온전한 복음이 우리 사이에 성취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이처럼 불행한 문화를 한국교회가 그대로 도입했다며 손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교회 안에는 사랑·나눔·지혜 대신 교인 수와 돈, 사회적 영향력 등의 경쟁거리가 자리하게 됐다. 교회 바깥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만, 공정하지 않다. 일요일마다 대형 교회의 버스가 시내 방방곳곳을 돌아다니는 만큼 작은 교회는 설 자리를 잃어 간다. 손 교수는 지금까지 교회를 두고 경쟁하는 나라는 없었다면서 신사도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회가 '돈'이라는 우상을 제거하기를 바랐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가 돈을 무시하기 전에는 교회 개혁은 절대 안 된다고 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가 먼저 세속적인 가치를 지양하고, '돈'은 되도록 멀리하라고 조언했다. "영적인 일을 하는 사람은 돈과 거리가 멀면 멀수록 좋다. (재정) 사고나 나지 않게 제도를 잘 갖추고 교인이 관리하게 해야 한다."

위기의 한국교회, 대안은 없을까. 손 교수는 초대교회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안디옥 교회와 예루살렘 교회를 예로 들며 나눔과 보살핌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했다. 1970~80년대에 한국교회가 부흥하게 된 원인 중의 하나는 보살핌 때문이라고 했다. 산업화에 발맞춰 인구 이동이 일어났고, 마침 객지 생활을 하는 이들의 외로움을 교회가 어루만져 주며 부흥했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교회의 역할이 줄어들었어도, 온전한 공동체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온전한 공동체 건설은 별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큰 교회 만들지 말고 서로를 돕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은 교회 공동체를 만들자. 세속적인 가치에 충실하지 말고, 조금씩 손해 보면 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좀 더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방법을 묻는 말이 나왔다. 손 교수는 다른 교회보다 우리 교회가 잘됐으면 하는 '우리교회주의'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우리교회주의'는 한국교회가 섬기는 또 하나의 우상이라며 당장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또한,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서는 분립하는 게 이상적이지만 교인들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급하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이 손해와 결핍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한 대안 학교 교사의 말에는 학생들 자신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12월 5일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한 60여 명은, 한국교회의 온전한 복음과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강연에 열중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 강연 시작 전 홍관수 장로(서울영동교회)가 특송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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