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이 12월 3일 실행위를 열고, 대표회장 임기를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홍재철 체제를 이어 가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12월 3일 한기총은 실행위원회를 열고, 대표회장 임기를 '2년 단임'에서 '2년 연임'으로 변경하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관련 기사 :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 연임 추진 논란)

회의가 시작되기 전, 홍재철 대표회장은 20분가량 인사말을 전했다. 정관에서 대표회장 임기 조항 개정을 놓고 3일간 금식하며 기도했다고 말한 그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하기 위해 다시 대표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정관을 개정해 대표회장직을 연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면, 내년 1월 한기총 총회에서 당선되자마자 7인위원회를 구성해 한교연과 대화에 나설 것이며, 6월 말까지 통합 문제를 매듭지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한교연 대표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2014년 11월쯤 합동 총회를 열어 제3의 대표회장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 홍재철 대표회장은 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하기 위해 다시 대표회장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실행위원들은 정관 개정을 환영했다. 정관개정위원장 이승렬 목사가 축조심의를 할지 일괄로 받고 바로 투표에 들어갈지 물었다. 몇몇의 실행위원들은 일괄로 받고 기립으로 가부를 묻자고 했다. 브니엘 총무 이동광 목사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자"고 제안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원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했다. 일어서서 반대 의견을 표한 사람은 없었다. 홍 대표회장이 정관 개정안 통과를 기립으로 정하자고 했다. 대다수의 실행위원들이 일어서 정관 개정 통과 의사를 표현했다. 연임의 길을 터주는 내용의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며 홍 대표회장은 의사봉을 두드렸다.

▲ 기립 투표에서 대다수의 실행위원들이 일어나서 찬성을 표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은 이만신 전 대표회장. ⓒ뉴스앤조이 이명구

실행위원회에서 정관 개정안이 통과되어 내년 1월 말 정기 총회에서 치를 대표회장 선거에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선거에서 당선되면 홍재철 목사가 2년 더 연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차기 대표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에 구성될 예정이다. 선관위원장은 직전 대표회장인 길자연 목사가 맡는다. 선관위 구성 후, 후보자들이 등록하면 1월 말 열리는 총회에서 대표회장 선거를 치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한기총 전 대표회장 중 일부는 이러한 홍재철 대표회장의 행보를 우려하고 있다. 한 전 대표회장은 <뉴스앤조이>와 한 통화에서 "법을 무리하게 뜯어고치면 안 된다. 한기총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이전 법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전 대표회장은 "길자연 목사 이후에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을 이어받으면서 한기총이 둘로 나뉘었다. 대표회장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면서 이탈 그룹이 늘어났다. 이번에 2년 연임이 통과되면 한기총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전 대표회장들은 11월 27일 모여 대표회장 2년 연임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하려 했으나, 이 자리에 홍 대표회장이 예고 없이 참석해 이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지 못한 바 있다.

대표회장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홍재철 대표회장은, 지금 한기총에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행위원회가 끝난 다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는 "내가 연임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밝히자 3명의 후보가 차기 대표회장을 노린다고 <국민일보>가 보도했다. 미안하지만 한기총의 역사성을 두고 볼 때 3명은 대표회장감으로 부족하다. 한국교회가 다시 수렁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주위에서 나에게 다시 한기총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고, 그래서 결심했다. 내가 아니면 부정선거를 막을 사람이 없다. 나만큼 깨끗하게 당선된 대표회장이 어디 있느냐. 나의 유익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하지 않겠다. 오직 한교연 통합에만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가 한기총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보도한 이들은 엄기호(기하성)·김호윤(예장합동중앙)·엄신형(예장개혁총연) 목사 등 3명이다.

▲ 홍재철 대표회장은 지금 한기총에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엄신형 전 대표회장이 WCC 총회 결산 및 향후 대책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한기총 실행위는 12월 12일 오후 6시 63컨벤션센터에서 '제24회 대한민국 기독교의 밤'을, 다음 날인 13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국회 정론회관에서 시국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홍 대표회장은 "정치권이나 종교계나 좌파 세력 때문에 위기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기도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기총은 WCC 총회 결산 및 향후 대책을 위해 이영훈(여의도순복음교회)·김삼환 목사(명성교회)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한기총이 요구했던 종교다원주의 배격, 개종 전도 금지 반대,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연애 반대, 성경 무오설 천명 등 4가지 신앙고백을 두 목사에게 확인받겠다는 취지다. 또 필리핀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모금하기로 했다.

한기총은 이단 옹호 책자 <정통과 이단 종합 연구서> 발행인 이흥선 목사를 이단에서 해지했다. 이대위원장 이건호 목사는 "이흥선 목사에 대한 조사 결과 이단 사상이 없는 것으로 판별되었고, 이단을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단으로 결정한 것은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보고했다. 홍 대표회장은 "이흥선 목사는 최삼경 목사가 한기총 이단사이비상담소장일 때 박형택·진용식 목사 등과 함께 이단으로 정죄했던 사람이다. 올해 9월 박형택 목사가 소속한 예장합신에서 이단 해제가 되었고, 한기총 재심 결과에서도 이단성 없음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실행위원들은 이를 그대로 받았다. 

▲ 이대위원장 이건호 목사가 이흥선 목사가 이단을 옹호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단 판명을 받은 것은 무리한 결정이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 이단 옹호 책자 <정통과 이단 종합 연구서> 발행인 이흥선 목사는 이단에서 풀어 준 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동안 한국교회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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