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 주일, 사랑의교회 강남역 부근 예배당을 찾은 교인들은 참담함을 느꼈다. 기도회를 하던 건물 마당 한가운데 건축 폐기물이 한가득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건물 1층 탁아방과 안내 데스크를 부수고 난 쓰레기였다. 지난주 11월 24일 사랑의교회가 서초역 앞 새 예배당에 입당하자, 오정현 목사가 주도하는 예배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교인들은 새 건물에 가지 않고 강남 예배당 마당에서 따로 기도회를 열고 있다. (관련 기사 : 사랑의교회 새 예배당 첫 주일예배 풍경)

▲ 오정현 목사를 반대하는 교인들이 기도회를 여는 강남 예배당 마당 한가운데에 건축 폐기물이 놓여져 있다. 12월 첫 주, 700여 명의 교인들은 쓰레기 더미를 중앙에 놓고 둘러서서 기도회를 했다. (사진 제공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

인들은 교회 측이 하루 전인 11월 30일 토요일 저녁, 건물 내부를 뜯어낸 폐자재를 마당에 쌓았다고 전했다. 마당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자물쇠로 잠그고 봉고차로 막아 놓았다. 주일 아침, 교인들은 몇몇 오정현 목사 측 교인들과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후 겨우 자물쇠를 끊고 쪽문으로 건물 마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주까지 마당에 스티로폼 장판을 깔고 앉아 기도했던 교인들은 이제 차가운 바닥에도 앉을 수 없게 됐다. 700여 명의 사람들이 중앙에 쓰레기 더미를 두고 둥그렇게 둘러서서 기도했다.

교인들은 교회 측이 마당 기도회를 저지하려고 일부러 쓰레기를 쌓아 놓았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갱신위원회(갱신위) 한 집사는 "교회가 마당 기도회를 못 하게 하려고 치졸한 짓을 벌였다. 건축 폐기물이라 여기저기 못도 튀어나와 있고 위험했다. 일반 사회에서도 이런 짓은 안 한다. 우리는 사랑의교회 교인이기 때문에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분노했다. 한 청년도 유치하고 비겁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갱신위는 오정현 목사에게 서초 새 예배당에 입당한 후에도 강남 예배당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갱신위 위원장 김두종 장로는 11월 13일에 공문을, 24일에 메일과 내용증명을 오 목사에게 보내 강남 예배당을 폐쇄하지 말고 기도회 장소로 사용할 수 있게 열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오 목사는 26일 답장을 보내, "담임목사로서 당회의 결정에 반하는 그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 적어도 당회에서 협의가 있어야 하고, 그 이후 공동체의 합의 등 정상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자신은 "'더욱 사랑, 끝까지 사랑'으로 품고 새 예배당에서 하나 되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교회 측은 강남 예배당 리모델링을 위해 건축 폐기물을 마당에 쌓아 놓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한 교회 관계자는,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문 앞에 출입 금지라고 명시했는데도 몇몇 사람이 임의로 자물쇠를 끊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 현장에 쓰레기를 쌓아 놓은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공사 현장에서 기도회를 한다는 명목으로 자물쇠까지 끊고 들어가는 게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일부 교인들이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 11월 30일 입당 감사 예배에서 강남 예배당을 한국 사회와 교회를 위해 공공재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랑의교회가 새 건물에 입당하는 것을 기념해 발표한 '대사회 섬김'의 일환이었다. 오정현 목사는 제자 훈련의 선교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강남 예배당에 고 옥한흠 목사 기념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오 목사는 강남 예배당이 한국 사회와 교회, 지구촌의 소외된 이웃을 보다 효율적으로 섬기기 위한 글로벌 섬김 센터와 다문화 사역을 실천하기 위한 허브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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