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동엽 총회장) 헌법 정치편 제72조에 따르면, 노회는 지교회의 행정과 권징을 위하여 존재한다. 총회도 노회에 대해 마찬가지 역할을 한다. 다른 장로교 교단에서도 노회와 총회의 역할은 예장통합과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교회 안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인들은 사회법에 호소하기에 앞서 노회와 총회를 찾아 문제 해결을 요청한다.

의혹 해소 없는 어정쩡한 중재안 제시

▲ 서울 안암동에 있는 ㅇ교회는 담임목사의 사생활 추문과 설교 표절 의혹이 불거져 갈등을 겪고 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ㅇ교회에는 작년 10월 담임목사인 ㅈ 목사의 사생활 추문과 설교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교회는 ㅈ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으로 갈라져 분쟁을 겪었고, 목사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낀 시무 장로들과 집사들은 올해 10월 노회에 담임 목사 위임 해제를 청원했다. 노회는 7인의 수습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조사했다.

수습위원회는 11월 10일 한 장짜리 조사 결과문을 교회에 제시했다. 결과문에는 ㅈ 목사의 감봉 조치와 함께 기도를 권면하는 등 교회 화합을 주문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ㅈ 목사의 사생활 추문과 설교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대신 12월 1일까지 분쟁을 종결하고 화합하지 않으면 ㅈ 목사와 당회원 전원을 공동 의회를 열어 재신임 투표에 부치겠다고 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은 수습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담임목사의 치명적인 부도덕성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적당히 화합하라는 권고는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장로들은 노회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나와 총회에 상소할 생각도 하고 있다.

▲ ㅅ교회는 담임목사인 ㅇ 목사가 목회학 석사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내홍을 겪고 있다. 총회 재판국은 ㅇ 목사가 사임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교인들은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 무책임한 판결이라고 성토하고 나서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담임목사의 목사 자격 문제가 불거져 20개월 가까이 분쟁을 겪고 있는 ㅅ교회도 마찬가지 경우다. 예장통합 소속인 ㅅ교회는 2011년 12월, 37년간 시무한 ㅇ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고, 후임으로 ㅇ 목사를 청빙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후임 ㅇ 목사가 목회학 석사(M.Div)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당회 한 장로가 총회에 ㅇ 목사 청빙 무효 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10개월을 끌었던 총회 재판국의 판결은 ㅇ 목사 지지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뉜 교회의 갈등을 더욱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ㅇ 목사의 목사 자격 문제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어정쩡한 중재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총회 재판국은 ㅇ 목사의 자진 사임 권고와 소 취하를 발표하고, ㅇ 목사의 퇴직금으로 교회가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교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총회의 무책임한 판결을 성토했다.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멀쩡한 담임 목사를 사임시키고, 임시 당회장을 파견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30일 정기 제직회에서 ㅇ 목사의 퇴직금 2억 원 지급 안건을 부결시키며 총회 재판국의 중재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제직회에 참석했던 김 아무개 집사는 담임목사가 교회를 떠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왜 사임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미봉책이 교회 갈등 더 키워

ㅇ교회 문제를 다룬 노회는 전도의 문이 막히는 것을 우려해 미봉책을 내놨다. 수습위원회는 ㅈ 목사를 소환해 교인들이 제기한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는 것보다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고는 결국 가벼운 징계 조치와 화합을 주문했다.

ㅅ교회 ㅇ 목사의 자격 문제를 조사한 총회 재판국은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심 전 총회 재판국은 만장일치로 ㅇ 목사의 목사 자격에 하자가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최종 판결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재판국원으로 있던 한 목사는 총회장을 지낸 ㅅ교회 원로 목사가 재판국에 압력을 행사해 판결이 뒤집혔고, 후임 목사가 교회를 사임하는 방향으로 중재안을 내놓게 됐다고 했다.

교인들은 총회와 노회의 판결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ㅅ교회의 한 집사는 ㅇ 목사의 자격 문제를 이대로 덮고 넘어가도, 나중에 또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그때는 총회나 노회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ㅇ교회의 한 장로는 노회가 교회 상황과 동떨어진 해답을 제시했다며, 솜방망이 같은 징계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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