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수도권 어느 교회의 웃지 못할 소식 하나를 들었다. 내 월급 규모를 알고 난 후, 그 교회 담임 목사 월급이 삭감됐다는 내용이었다. 논리는 간단했다. 교회 규모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교회인데 담임 목사 월급을 과하게 지출하고 있으니 삭감하는 게 옳다는 논리였다. 말문이 막혔다. 교회 직원의 급여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재정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답답했지만, 무엇보다 다른 교회의 사례 하나만을 접하고 감정적으로 바로 담임 목사의 월급을 삭감해 버리는 처리 절차에 어이가 없었다.

신도시 어느 한 교회의 재정 담당 안수 집사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 역시 담임 목사의 사례비와 관련한 문제였다. 담임 목사 월급은 신도시에 거주하는 중산층 규모로 집행되어 왔으며 몇 년째 동결되어 있다고 했다. 문제는 각종 수당이었다. 판공비, 안식비(안식년 대신 매년 한 달여 정도 해외여행 하는 전체 여비), 결혼한 자녀와 아내의 대학원 학비 등의 항목으로 흩어 놓은 금액이 엄청났다. 재정 담당 집사는 이 부분에 대한 수차례의 문제 제기와 각 수당을 사례비 항목으로 취합하자는 제안도 했지만, 돌아온 교회와 교우들의 반응은 냉소와 미움뿐이었다고 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전임 부교역자 월급은 담임 목사 월급에 반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가족 인원수나 형편에 상관없이 담임 목사와 일정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담임 목사는 각종 수당을 받아서 월급이 적더라도 실제 가져가는 돈은 상당하다. 단순 수치적으로 전임 부교역자의 월급을 담임 목사 월급의 2분의 1 수준으로 암묵적으로 집행한다니 이 또한 어이없는 경우다.

가끔 다른 교회 담임 목사들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을 때가 있다. 교회마다 다르지만 한 끼 식사비 지원을 명당 2~3만 원씩 해 준다는 곳이 있다. 얻어먹어서 좋기는 하지만, 교회 돈으로 꼭 이런 밥을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식사 대접해 준 목사가 부정을 했다는 말은 아니다. 교회 나름의 관례가 있어서 2~3만 원짜리 밥을 살 수 있겠지만 교회 재정으로 그렇게 비싼 음식을 먹는다는 게 참 맥없다.

어떤 교회는 주일 저녁이 되면 담임 목사 책상에 재정 장부와 함께 200만 원을 올려놓는다. 담임 목사가 일주일 동안 사용할 판공비 명분이라고 한다. 그 교회는 교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회로 목회자들의 방문이 많다. 어려운 목회자와 신학생이 찾아올 때 판공비는 사용된다. 문제는 판공비를 사용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담임 목사의 양심에 맡길 뿐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질까?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교회가 재정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선 투명한 재정 운영을 실현할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 우리 예인교회는 2006년 6월 1일 '재정 운영 원칙'을 정해 사용하고 있다. 교회 재정의 체계적인 관리와 사역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재정 원칙, 회계 연도, 재무 제표, 장부 및 서류, 서식, 계정 과목, 월간, 연간 재정 보고, 재정에 대한 의문을 푸는 방법, 재정 담당자의 자격과 인원, 역할, 수입, 지출 승인 절차, 통상 비용 지출 한도, 증빙서 및 관련 서류, 재정 지급 방법에 대한 내용이 추려져 있다. 교회의 모든 재정 집행과 사전, 사후 처리 과정도 담겨 있다. 재정 집행에 필요한 몇 가지 확인 절차가 있어 번거롭지만, 하나님과 교회 앞에 드려진 헌금을 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좋은 기준이 되고 있다.

'재정 운영 원칙'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목회자와 당회원의 마음이다. 교회가 주님의 건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선 교회의 주인 된 자가 따로 없어야 한다. '재정 운영 원칙'에 입각한 재정 운영은 교회의 주인이 사람이 아닌 주님이심을 나타내 보이는 좋은 증거가 된다. 또한 이에 따른 그리스도인의 물질관과 재정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우리 교회의 '재정 운영 원칙'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부족함이 발견될 때마다 고치기를 반복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의견 조율을 통해 수정해 갈 것이다. 특별히 우리 교회는 2014년도에 '목회자 월급에 대한 현실적인 기준'과 '목회자의 자발적 세금 납부'를 위한 기준을 논의하려 한다.

헌금은 하나님께 드려진 돈이다. 투명하게 사용함에 소홀이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교회 형편에 맞는 투명한 재정 운영을 위한 원칙을 세워 지켜야 한다. 교회 내에서 부정하고 왜곡된 돈 흐름을 막으면 사역의 건전성이 확보되고, 사역의 건전성은 새로운 활력이 되어 교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기 때문이다.

정성규 목사 / 부천 예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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