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11월 1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가이사의 것을 하나님에게?'라는 주제로 목회자의 자발적 납세를 논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지난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는 2015년부터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했다. 종교인들은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실질적으로 근로소득으로 분류됐을 때의 1/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하게 된다. 당장 내후년부터 소득 신고를 해야 하는데, 개신교는 여전히 찬반으로 갈라져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목회자들의 자발적 납세가 교회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11월 1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세미나를 열고 다시 한 번 목회자들의 자발적인 세금 납부를 권장했다. 2015년까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끌려가듯 하지 말고 적극적인 태도를 갖추라고 했다.

이날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특별히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는 교회 46곳을 발표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회원 교회와, 소득 신고 관련 상담을 신청해 온 교회 등을 토대로 직접 수집한 결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과를 보면, 세금을 내는 교회들은 교단이나 크기에 상관이 없었다. 큰 교회들이 목회자 납세를 꺼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의도순복음교회·충현교회·영락교회·소망교회·사랑의교회·명성교회 등 많은 대형 교회가 세금을 납부하고 있었다. 나들목교회와 높은뜻광성·정의·푸른·하늘교회처럼 창립 때부터 목회자 납세를 시행하는 곳도 있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앞으로 계속해서 세금을 내고 있는 교회들을 수집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회자 면세는 시대착오적…납세는 적극적 사랑의 표현

복지가 한국 사회의 의제로 떠오른 지금, 교회가 면세 혜택을 계속 주장하는 게 타당한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안창남 교수(강남대 세무학과)는 우리나라가 '복지 세금 국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에 재산을 빼앗기는 시대에서,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합당하게 돌려받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안 교수는 "면세만을 주장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납세하고 상응하는 대가를 국가로부터 받을 것인가"라며, 적극적인 소득 신고를 권했다.

신학적으로도 목회자가 소득을 신고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고재길 교수(장신대)는 루터, 칼빈, 아브라함 카이퍼, 본 회퍼의 신학을 검토했다. 루터는 만인제사장설로 '목사만 성직(聖職)'이라는 인식을 깼다. 칼빈은 세상 정부로부터 인간과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교육받는 것을 인정했다. 카이퍼는 교회가 직접 정치 영역에 참여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의 '선한 청지기'가 되도록 독려했다. 본 회퍼는 교회가 사회와 분리된 채 살아갈 수 없으며 사회 속에서도 타자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었다. 고 교수는 목회자의 소득 신고가 사회적 공동선을 실현하는 한 방편이라고 봤다.

▲ 안창남 교수(왼쪽)는 '복지 세금 국가'로 접어드는 이 시대에 목회자들의 면세 혜택을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했다. 고재길 교수(가운데)는 목회자의 자발적인 소득 신고에 신학적인 바탕을 제공했다. 최호윤 회계사(오른쪽)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설문 결과를 통해, 한국교회가 사람들의 불신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자발적으로 소득을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구권효

개신교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목회자들이 2015년 전까지 자발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강조했다. 수동적인 납세는 목회자들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듯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낸다면 사회 공동체를 향한 교회의 적극적인 사랑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의미 있는 설문 결과를 설명했다.

올해 출간된 <한국 기독교 분석 리포트>(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에 따르면, 사회적 공공성 관점에서 발생하는 한국교회 불신 비율이 46.4%에 달한다. 이유는 '이기주의 집단 같아서'(10.5%), '언행일치가 되지 않아서'(9.4%), '목회자의 사리사욕이 심해서'(6.2%), '목회자·교회의 부정부패, 도덕성 결여'(6.1%), '교회 확장에만 관심이 있어서'(6.0%), '이익 추구 집단 같아서'(3.7%) 등이다. 반면, 한국교회를 신뢰하는 이유는 '사회봉사를 적극적으로 한다'(44.8%)였다.

'헌금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물었을 때의 결과도 흥미롭다. 한국갤럽은 2004년, 헌금으로 전도·선교 등 포교를 하는 활동과 가난한 이웃을 돕는 활동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고 종교인과 비종교인에게 물었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활동을 선택한 개신교인 비율은 50.1%로, 불교인 79.8%, 천주교인 69.6%에 비해 가장 낮았다. 반면, 포교 활동이라고 답한 개신교인 비율은 24.9%로, 불교인 7.0%, 천주교인 13.1%에 비해 가장 높았다. 비종교인은 가난한 이웃을 돕는 것에 77.5%, 포교 활동에 4.7%로 답했다.

비종교인들은 포교 활동보다는 훨씬 많은 액수를 가난한 이웃을 돕는 데에 써야 한다고 답했고, 불교·천주교인들도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개신교인은 여전히 포교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세상의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가 복음을 잘 전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목회자 소득 신고를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서 맘몬을 숭배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최 회계사는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 소득 신고가 성경적으로 옳은가 그른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교회에 재정적 부담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교회가 성경이 아니라 맘몬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