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입법의회 마지막 날인 11월 15일, 감리회는 감독·감독회장 선거법을 개정했다. 모호한 규정을 구체화하고, '선거운동 금지 사항' 조항에 문자메시지와 전자메일을 추가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금권 선거로 내홍을 겪은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임준택 감독회장직무대행)가 감독·감독회장의 선거법을 손질했다. 감리회는 11월 15일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임시 입법의회 마지막 날 △감독·감독회장 선거 △선거권·피선거권 △선거운동 등 20여 개의 개정안을 다뤘다.

모호한 선거법 조항을 구체적으로 다듬었다. '선거권자에게 금품·이익 또는 향응·숙식 및 여행을 제공하거나 협찬하는 행위'를 선거권자에게 금전·선물·이익 또는 음식과 숙박 및 여행을 제공하는 행위로 개정했다.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 김인환 위원장은 '음식'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수십 통의 항의 전화를 받을 정도로 반대 여론이 거셌다고 했다.

'선거운동 금지 사항' 조항에 문자메시지와 전자메일을 추가했다. 감독회장 선거운동 기간 중 휴대폰 문자메시지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들어갔다는 강문호 목사의 폭로가 반영됐다. 앞으로 간행물과 전자메일, 문자메시지를 통한 광고 행위는 할 수 없다.

보궐선거 조항도 개정했다. 감독·감독회장이 공석일 경우 보궐선거는 기존 30일에서 50일 이내에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다만 잔여 임기가 절반이 안 될 때에는 보궐선거는 하지 않고, 직무대행자를 뽑기로 했다.

불법 선거를 막기 위해 신설한 포상 제도는 통과되지 않았다. 포상 제도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강재 회원은 "감리교회의 선거권자는 목사와 장로다. 돈 때문에 감리회의 영적·행정적 지도자들을 신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항 신설을 반대했다.

지난 9월 전용재 감독회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감리회 내부에서는 선거제도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쳤다. 실제로 감리회 홈페이지에는 입법의회에서 제비뽑기나 가톨릭의 콘클라베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수십 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러한 요구는 이번 임시 입법의회에서도 이어졌다. 오전 회무 시간, 허복수 회원은 금권 선거를 막기 위해서는 감독·감독회장 선거를 제비뽑기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은 "옳소"라며 동조했다.

▲ 장정 개정 작업을 주도한 김인환 장정개정위원장의 모습. 금권 선거를 막기 위해 포상제를 신설했지만 회원들의 반대에 의해 부결됐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감리회 교단 헌법 개정을 주관하는 장개위의 생각은 달랐다. 김 위원장은 자유민주주의 방식으로 지도자를 뽑는 게 이상적이라며 현행처럼 직선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제안한 제비뽑기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안명환 총회장)을 예로 들며, 제비뽑기로 당선된 지도자들이 자질 논란에 휩싸이는 등 문제가 있어 제외했다고 밝혔다.

직선제는 유지하는 한편 감독·감독회장 후보 자격은 완화했다. '교회 재판법이나 사회 재판법에 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의 조항은 "감리회 재판법에서 근신 이상이나 사회 재판법에 의해 벌금 이상의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로 개정했다. 하지만 처벌받은 지 10년이 경과한 후보는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한 회원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반발하자 김인환 위원장은 "용서와 사랑의 차원에서 개정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날 입법의회는 의회법과 교회 경제법 처리를 못한 채 산회했다. 예정된 폐회 시간은 오후 4시였다. 회무를 끝까지 진행하자는 동의안과 재청이 나오면서 회무는 계속 진행됐다. 하지만 지방에서 온 회원들이 회의장을 나서면서 회무 처리를 위한 정족수가 미달됐다. 임준택 감독회장직무대행은 총회 실행부위원회 논의를 거쳐 입법의회를 다시 개최하겠다면서 오후 4시 31분 산회를 선포했다.

일부 회원, "임시 입법의회 무효"

▲ 박경양·송정호 회원 등 8명은 임시 입법의회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진행됐다며 입법의회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11월 15일 오후 2시, 정동제일교회 예배당 입구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앤조이 이용필

개정안 논의가 한창이던 오후 2시경 정동제일교회 예배당 입구 앞 계단에서는 입법의회의 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경양·송정호 회원 등 8명은 임시 입법의회가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임시 입법의회를 소집한 임준택 감독회장직무대행의 자격이 없다"는 장정유권위원회의 해석이 나왔는데, 임 감독회장직무대행이 이를 무시하고 의장직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박경양 목사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불법 의결도 했다면서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 임시 입법의회 결의 무효 소송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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