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임시 입법총회를 여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가 교회 재정 장부 열람을 제한하는 법을 추진하고 있다. 감리회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김인환 위원장)는 10월 14일 회의를 열고, 교회 장부를 열람하려면 세례 교인 3분의 2 이상의 서명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교리와장정'에 넣겠다고 했다.

장개위 김인환 위원장은 교회 분쟁을 막기 위해 조항을 상정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는 "특정 개인이 교회를 상대로 낸 재정 장부 열람 신청 탓에 교회가 분쟁에 휩싸인다"며 분당중앙교회 사태를 예로 들었다. 결과적으로 사회법정에서 재정에는 아무 하자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이 재정 장부 열람을 신청해 분쟁이 더 심해졌다는 주장이다.

장개위의 법 개정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장부 열람 제한법이 교인의 권리를 박탈할 우려가 있고 재정 불투명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교회 분쟁 전문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문대 변호사(법무법인 로그)는 세례 교인 3분의 2 서명 동의는 과도한 제약이라고 했다. 교회 장부 열람은 헌금을 내는 교인 개개인의 권리에 해당하는데, 이를 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했다. 장부 열람 신청 탓에 교회 분쟁이 생긴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재정 문제로 교회 분쟁이 생겼을 경우, 불투명하게 돈을 사용한 것이 문제이지 장부 열람이 분쟁의 원인은 아니라고 짚었다. 강 변호사는 교인 수가 많은 중·대형 교회에서 3분의 2가 넘는 동의를 얻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재정 장부 열람 제한법이 교회 재정 구조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백종국 공동대표는 "교회 재정은 교인이든 정부 관료든 어느 누가 보자고 해도 보여 줄 수 있을 만큼 떳떳하고 투명해야 한다. 감리회가 추진하는 법안은 신앙의 원칙에 어긋나고, 일반 사회 인식에도 못 미치는 퇴행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감리회 소속 최재봉 목사(기독교사회연대회의)는 재정 장부 열람 제한 법안은 교회 장부를 아예 공개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음지에서 재정을 운영하는 게 문제라며 법안 추진보다 시급한 건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거라고 했다.

새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에 김인환 위원장은 법안 문구에 '당회(교인 총회) 이후'라는 말이 빠져 생긴 오해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원래 법안 문구는 '당회 이후 교회 재정 장부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입교인 3분의 2 이상의 서명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만, 상정 과정에서 실수로 문구가 빠졌다. 김 위원장은 연말에 열리는 교인 총회(당회)에서 상세한 예·결산 지출 보고가 이뤄짐에도 일부 교인이 악의를 품고 장부 열람을 요청하기 때문에 법안을 추진했다고 했다. 교회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지켜 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항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매년 연말 교인 총회(당회)에서 예·결산 보고는 제한된 시간 안에 진행하기 때문에 교회 재정이 투명하게 사용되었는지를 교인들이 충분히 검토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교회 분쟁은 교회 돈이 적절한 곳에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부 열람은 교회 분쟁에서 핵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목사가 재정을 함부로 사용한 내역을 밝히는 역할을 할 때가 더 많다.

재정 장부 열람 제한법이 임시 입법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김인환 위원장은 "문구가 누락되면서 대형 교회를 옹호한다는 오해도 샀다. 우리가 사전에 의도한 대로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임시 입법의회에서는 통과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감리회 임시 입법의회는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정동제일교회에서 2박 3일간 진행된다. 교회 재정 장부 열람법을 비롯해 감독·감독회장 선거법, 의회법, (목회) 과정법 등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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