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CC한준위 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가 폐막 전, WCC가 채택한 '한반도 성명서'와 정면으로 배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개막식에서 축하 연설을 하고 있는 김삼환 목사 . (WCC 제공 하이라이트 영상 갈무리)

김삼환 목사(WCC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명성교회)가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성명서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11월 8일 부산 벡스코 비즈니스 홀에서 열린 WCC 총회 마지막 전체 회의에서 김 목사는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를 찬성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WCC한국준비위원회 대표대회장 자격으로 강단에 선 김 목사는 발언 대부분을 WCC 부산 총회가 성공적으로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데 할애했다. 약 7분간 감사 인사를 한 그는 WCC 총회대의원(총대)들에게 몇 가지 첨언을 하겠다고 했다.

김삼환 목사는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훌륭한 통치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결의는 적절하고 훌륭한 결정이다. 한국교회는 유엔 결의를 존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하루 속히 개방되고 억압에서 벗어나 주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회의에 참석한 WCC 총대들은 당황했다. 바로 전날인 7일, 같은 자리에서 총대들은 유엔의 북한 경제제재 해제를 촉구하자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WCC한준위를 대표하는 사람이 WCC가 채택한 공식 성명서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WCC 부산 총회가 공식 채택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에는 유엔의 대북결의안을 비판하며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우리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새로운 노력을 시작하고, 북한에 대한 기존의 경제제재와 금융 제재를 해제하도록 각국 정부와 함께 협력한다", "경제제재는 일차적으로 한 국가의 국민,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처벌하는 수단이 되며,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전략적 효과뿐만 아니라 윤리적 원칙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현장에 있던 한 총대는 김삼환 목사의 발언에 대부분의 WCC 총대가 황당해했다고 전했다. 특별히 한반도 평화 협정과 성명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 한국 대표들이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그는 한준위 대표대회장이 대회를 마무리하는 인사말에서 총회 결의를 뒤엎은 것은 예의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지지 발언은 맥락상 뜬금없는 거라며, 누구라도 정치적인 발언으로 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배태진 목사는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김삼환 목사가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 고통당하는 북한 형제를 위한 WCC의 인도주의적 결단을, 한마디 말로 오염시켰다"고 비판했다. 배 목사는 김삼환 목사의 발언이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WCC 부산 총회의 주제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WCC 총대의 뜻을 배반하는 참으로 한심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한준위 측은 김삼환 목사의 발언이 보수 교회 입장도 대변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화 목사(WCC한준위 준비대회장)는 지난 11월 7일 WCC가 승인한 '한반도 성명서'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정부 관계자와 보수 교회의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삼환 목사가 WCC는 용공 좌파라는 괜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성명서와 균형을 맞추는 발언을 개인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WCC '한반도 성명서'에도 대북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 북한이 걸맞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그는 김 목사의 발언이 WCC 성명서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WCC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에, 김삼환 목사는 북한의 선행 조치에 강조점을 달리 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