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안 교수는 해방 전의 "예수 믿고, 천당 가자"나 해방 후의 "예수 믿고, 복 받자"에서 돌이켜 "예수 믿고, 예수처럼 살아가자"고 독려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제국 바벨론의 포로였지만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다니엘처럼 살고자 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다니엘새시대교회(박희명 목사)·서울영동교회(정현구 목사)·<뉴스앤조이> 공동 주관으로 열린 제3회 다니엘아카데미는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받는 지탄의 원인을 파악하는 자리였다. 11월 7일 서울영동교회에 모인 60여 명의 참석자들은 "교회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아카데미의 첫 강사로 나선 강영안 교수(서강대)는 '세습'만큼 한국교회의 초토화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현상은 없다고 했다. 또 담임목사가 주도하는 교회를 개척하는 형태가 교회 세습을 가능하게 한 한국교회 특유의 문화라고 지적했다. 모든 정력과 돈, 시간을 다 바쳐서 교회를 세웠기 때문에 담임목사는 교회를 자신의 가업으로 여긴다. 그가 세운 장로들은 목사의 뜻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고, 재정권과 인사권이 거의 없는 일반 교인들은 공동의회에서 수동적으로 앉아 있기 일쑤다. 목사는 은퇴할 시점이 다가오면 애써 가꾼 교회를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고, 목사·장로·교인은 목사 아들이나 사위를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강 교수는 이러한 세습 현상이 한국교회가 성경의 정신에서 가장 멀어진 모습이라고 했다. 예수가 중심이 아니라 목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목사들이 가업을 중흥시키려는 마음으로 교회 성장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교회의 가업화를 가속한 건 한국교회의 '현세적 신앙'이라고 강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시대에는 철저히 '내세 지향적'이었던 한국교회가 전쟁을 겪은 뒤 '현세 지향적'으로 변했다고 짚었다.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들과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 과정에서 기복신앙이 기독교에 깊숙이 침투했다. "예수 믿고, 천당 가자"는 구호는 "예수 믿고, 복 받자"로 변했다.

조용기 목사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다고 봤다. 조 목사는 '지금, 여기, 구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을 내걸며 '삼박자 축복'(요삼 1:2)을 강조했고, 이는 생존 경쟁에 취해 있던 한국교회의 구미에 꼭 들어맞았다. 영적으로 구원받고 건강하며 물질적인 축복을 받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성경이 말하는 신앙은 그런 게 아니다.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고 성도들을 불러 모은 이유는 에베소서가 말하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기 위함"이라고 강 교수는 말했다. 교회의 본래 목적은 그리스도의 성숙도에 이르기까지 자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예수처럼 살고자 하는 열망을 회복해야 한다. 목회자는 교회를 가업으로 여기는 것을 그쳐야 한다. 생존 경쟁에 지쳐 그리스도처럼 살기를 포기하고자 하는 교인들의 마음을 싸매고 껴안아야 한다. 목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는 교회를 얼마나 성장시키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거룩한 삶을 사는 성도들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있다. 교인들을 향해서는 그리스도를 닮으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서 복 받고 평안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는 데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때론 손해를 보더라도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려고 애써야 한다고 강 교수는 전했다.

이제는 그리스도인의 구호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 교수는 주장했다. 해방 전의 "예수 믿고, 천당 가자"나 해방 후의 "예수 믿고, 복 받자"에서 돌이켜 "예수 믿고, 예수처럼 살아가자"고 독려했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체험한 성도라면,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고, 예수와 함께 살아나, 예수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강좌를 시작한 다니엘아카데미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가? : 새로운 삶을 위한 마중물'이라는 주제로 5차에 걸쳐 진행한다. 11월 14일 김인수 대표(민들레공동체)가 '대안적 삶을 선택한 공동체 이야기', 11월 28일 권영석 대표(학원복음화협의회)가 '새 시대와 새로운 사회를 위한 영성', 12월 5일 손봉호 교수(고신대학교 석좌)가 '한국교회엔 온전한 복음과 공동체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12월 12일 한영주 교수(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가 '결혼과 가정의 회복을 위한 비전' 등을 주제로 각각 강의한다. 회비는 1만 원이며, 강의 시작은 오후 7시다. 

▲ 제국 바벨론의 포로였지만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던 다니엘처럼 살고자 하는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다니엘아카데미에 모인 60여 명의 참석자들은 "교회가 더 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이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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