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 안에 쉼터를 만들어 오갈 데 없는 빈민을 돌본 강마리아 목사는 언론을 통해 '노숙자들의 대모'로 알려졌다. 2004년 8월 27일 CTS '내가 매일 기쁘게'에 출연한 강마리아 목사. (CTS 내가 매일 기쁘게 갈무리)

1990년 경기도 수원에 교회를 개척한 강마리아 목사는 교회 안에 쉼터를 만들어 무의탁 노인, 장애인 등 오갈 데 없는 빈민들을 돌봤다. 이들에게 무료 숙식을 제공하고 밥을 퍼 나르는 등 강 목사의 헌신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2000년대 초 K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이것이 인생이다'와 CTS '내가 매일 기쁘게' 등 언론은 그를 '노숙인의 대모'라고 소개했다. 2009년 5월 <한국일보>는 강 목사를 어려운 이웃의 '헬렌 켈러'라고 극찬하며, 그해의 가장 감동적인 여성 목회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10월 19일, 강마리아 목사의 충격적인 사기극이 알려졌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강 목사가 제주도에 성전을 건축한다는 명목으로 교인 100여 명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빌리고 해외로 도주한 사실을 보도했다. 언론에 알려진 강 목사의 모습도 가짜였다. 쉼터에서 생활했던 한 노숙인은 방송에 나간 강 목사의 행동은 모두 쇼라고 폭로했다. 외부인이 올 때만 쉼터에서 봉사하는 등 모두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것이다.

▲ 강마리아 목사는 제주도에 성전을 건축한다는 명목으로 교인 100여 명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강 목사는 교인들의 산재보험금, 사망보험금, 전세 대출금 등을 빌려 제주도 땅을 개인 명의로 샀다. 교인들 이자는 1년도 채 갚지 않았고, 갚아 달라는 요구에는 해외 독지가로부터 큰돈이 들어올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참다못한 교인들이 반발하자, 강 목사는 제주도 땅과 교회 건물을 담보로 120억 원의 대출을 받아 2010년 해외로 도피했다. 현재 중국에 있다고 알려진 강 목사의 행방은 묘연하다. 거액의 돈을 빌려 주고 신용 불량자가 된 교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속병을 앓고 있다.

강 목사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언론을 통해 알려진 강 목사의 미담 때문에 그녀를 더욱 신뢰했다는 것이다. 2007년 집 장만을 위해 대출받은 2억 5000만 원을 강 목사에게 빌려 준 윤 아무개 집사는 "방송과 신문에서 훌륭하게 소개되어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 주면, 나중에 3만 평의 땅을 주겠다는 허무맹랑한 거짓말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피해자들은 강마리아 목사를 미담의 주인공으로 소개한 여러 언론 때문에 그녀를 더욱 신뢰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미담 이면에 숨은 진실

언론을 통해 감동을 준 이들의 추악한 이중 행각이 드러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장애인 위탁 시설을 운영하던 '거지 목사' 한승주 목사도 비리가 드러나기 전까지 미담의 주인공이었다. <국민일보>는 2011년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 목사'라는 내용으로 한승주 목사를 소개했다. 하반신마비 때문에 야생마 같은 삶을 살았던 그가 예수를 믿고 변화되어 장애인들을 돌보게 됐다는 내용이다.

진실은 그 반대편에 있었다. 지난 9월 1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한 목사가 장애인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를 소홀히 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수천만 원에 이르는 국가 보조금과 후원금을 유흥비로 사용한 사실을 보도했다. 방송이 나간 이후 '실로암 연못의 집'은 폐쇄됐고, 한 목사는 횡령·배임·사문서 위조·폭력·성추행 혐의로 홍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관련 기사 : 거지 목사의 추악한 이중생활)

▲ '거지 목사' 한승주 목사는 2011년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장애 목사로 소개됐다. <국민일보>는 2011년 하반신마비 때문에 야생마 같은 삶을 살았던 한 목사가 예수를 믿고 변화되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나눔나라국민연합(구 나눔나라운동본부) 박찬수 장로에 대한 잘못된 보도도 피해자를 양산하는 데 일조했다. <한국일보>와 <국민일보>, <크리스천투데이>, CTS 등은 박찬수 장로를 장애인과 미혼모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복지 활동을 펼쳐 온 주인공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나눔나라국민연합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박 장로가 돈을 빌려 가 갚지 않고, 급여도 제때 주지 않아 고통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박 장로는 고소를 당해 벌금 300만 원 형을 받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유명 목사 이름 내걸고 사기 행각?)

부천처음교회 윤대영 목사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국민일보>는 지난 7월 윤대영 목사가 부도 직전의 이웃 교회를 살리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부채를 떠맡은 내용의 선행을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차이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취재 결과, 두 교회는 애초 맺은 이행 각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교회 소유권 문제가 불거져 갈등을 겪고 있었다. 오히려 윤대영 목사의 교회 합병으로 부천처음교회는 2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관련 기사 : 처음교회, 이웃 교회 구한 것 맞나)

▲ <국민일보>는 지난 7월 윤대영 목사가 부도 직전의 이웃 교회를 살리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부채를 떠맡은 내용의 미담을 보도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두 교회는 애초 맺은 이행 각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갈등을 겪고 있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사실 확인 소홀한 언론, 피해자는 심적 고통 호소

진실과 상반된 미담 기사를 쓴 기자들은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2011년 6월 한승주 목사의 인터뷰 기사를 쓴 <국민일보>의 ㅂ 기자는 "취재를 어떻게 하게 됐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는 (한승주 목사가)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한 목사의 비리가 밝혀졌음에도 ㅂ 기자가 쓴 기사는 삭제되지 않은 채 온라인에 게재되어 있다.

거짓 미담이 또 다른 거짓 미담을 만든 경우도 있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올해 6월 27일 보도한 '나눔나라국민연합 박찬수 목사, 범문화 운동으로 확산되길'은 <국민일보>의 기사를 참고했다. 이 기사를 쓴 ㄱ 기자는 <국민일보>의 기사를 통해 박찬수 장로를 취재했다며, 사기 문제는 몰랐다고 했다. <뉴스앤조이>가 작년 3월 21일 박찬수 장로의 사기 행각을 보도했지만,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 <크리스천투데이>는 올해 6월 27일 박찬수 장로가 설립한 나눔나라국민연합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복지 활동을 펼쳐 왔다고 소개했다. <뉴스앤조이>는 작년 3월 21일 박 장로의 사기 행각을 보도한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전자 신문 갈무리)

피해자들은 심적 고통을 호소했다. 강마리아 목사에게 어머니의 사망보험금을 빌려 준 김 아무개 집사는 선행으로 포장된 강 목사의 모습을 온라인에서 보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박찬수 장로에게 500만 원 사기를 당한 문 아무개 집사도 언론사에 잘못된 기사를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 과정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언론 관계자들은 무책임한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자극적인 소재를 추구하면서, 사실 확인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라며, 잘못된 정보 전달에 대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황승영 회장도 취재 당시 상대방의 기본적인 이력만 확인했어도 진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황 회장은 악행이 선행으로 둔갑할 수 있는 미담일수록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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