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11일 <뉴욕타임스>는 요더가 많은 여성을 상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사실을 보도했다. (인터넷 <뉴욕타임스> 갈무리)

존 하워드 요더(John Howard Yoder·1927-97)는 20세기 기독교윤리학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신학자이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누가복음에 드러난 예수의 삶과 사역을 통해 기독교평화주의를 논증한 그의 책 <예수의 정치학>(IVP)을 20세기 미국 신학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권 중 5번째 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는 미국 기독교윤리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왕성한 학문 활동을 펼치며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 듀크대 교수, 글렌 스타센(Glen stassen) 풀러신학교 교수 등 동시대 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비폭력평화주의를 소개하는 신학자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그에게 얼룩진 과거가 있다는 사실이 최근 부각되었다. 10월 11일 <뉴욕타임스>는 요더가 많은 여성을 상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저지른 사실을 보도했다. AMBS 총장 사라 웽거 쉥크(Sara Wenger Shenk)도 월간 <소저너스> 11월 호 기고문에서 같은 사실을 밝히며 요더의 성 문제와 관련한 짧지 않은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요더는 재세례파의 가장 큰 분파인 메노나이트 신앙 배경에서 태어나 직영 교육 기관인 고센대학교를 나왔고 스위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고센성경대학원(현 Anabaptist Mennonite Biblical Seminary·AMBS)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총장을 역임하는 등 1997년 생을 마감하기까지 평생을 메노나이트 신앙 전통 아래서 살았다. 쉥크 총장에 따르면 미국 메노나이트 내부에서 요더의 성희롱 혐의가 제기된 것은 1970년대 중반부터다. 당시 AMBS는 마태복음 18장 15~18절을 따라 그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실패한다. 1984년 AMBS는 그를 해고하고 요더는 노트르담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기지만 문제는 가라앉지 않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8년 후인 1992년 인디애나-미시간 지역 메노나이트 총회(the Indiana-Michigan Conference of the Mennonite Church)는 요더의 목회자 자격(ministerial credential)을 정지시키고, 요더는 4년간 치리 과정(disciplinary process)을 밟는다. 1991년부터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 8명 등을 조사한 끝에 그가 "성적인 경계를 침해했다(violated sexual boundaries)"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요더의 성적 탈선은 이미 알려진 일이었다. 1992년 요더가 치리 과정을 밟기 시작할 때 지역 언론인 <엘크하르트진실>은 여섯 차례에 걸쳐 그의 성적인 문제점과 메노나이트 교회의 조치를 보도했고, 전국 언론인 <시카고트리뷴>도 이 사건을 다루었다. 2002년 3월 7~9일 노트르담 대학교에서 요더의 신학을 평가하기 위해 열린 콘퍼런스(Believers Church Conference) 둘째 날에는 참석자들이 그의 성적 탈선과 이 문제를 메노나이트 교회가 어떻게 다루었는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요더와 친밀했으며 학문적 영향을 크게 받은 듀크대학교 교수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2010년 발행한 자서전 <Hannah's child(한나의 아이)>에서 요더의 성 문제에 얽힌 이야기를 다섯 페이지가량에 걸쳐 기록했다.

하우어워스의 기록과 <엘크하르트진실>의 보도에 따르면 요더는 그리스도인 남녀 사이에 성교(sexual intercourse)를 제외한 육체적 관계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1960년대부터 여러 여성들을 상대로 이를 직접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 1991년 메노나이트 교회의 조사에 응한 피해자들의 진술에도 껴안기, 입맞춤, 성적 농담 등이 있었지만 성교를 했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메노나이트 교회의 치리 과정을 따르지 않으려 했던 요더는 하우어워스와 글렌 스타센, 제임스 맥클랜든(James William McClendon Jr.) 등 동료 학자들의 설득에 의해 치리 과정을 따르게 된다. 교회(Prairie Street Mennonite Church)를 떠나 상담 치료 등이 포함된 치리 과정을 4년간 밟은 요더는 1997년 12월 고향 교회로 돌아온다.

십여 년 전 사망한 신학자의 성적 탈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여러 피해자 등 메노나이트 교회 구성원에게서 당시 이 문제를 다루는 데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쉥크 총장은 <소저너스> 기고문에서 십여 년 전의 치리 과정은 피해자들을 치유하는 데 실패했으며, 은밀하게 진행된 탓에 요더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쳤는지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8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은 당시 요더가 자신들에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대한 책을 쓴 이 여성은 강의를 하러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요더의 부적절한 행동에 피해를 당한 사람을 50명 이상 만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미국 메노나이트의 어빈 슈츠만(Ervin Stutzman) 사무총장(the executive director of Mennonite Church)은 지난 8월 19일 요더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식별 그룹'(discernment group)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 www.mennoniteusa.org 갈무리)

미국 메노나이트의 어빈 슈츠만(Ervin Stutzman) 사무총장(the executive director of Mennonite Church)은 지난 8월 19일 요더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치유하기 위해 '식별 그룹'(discernment group)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그가 9월 23일 미국 메노나이트 홈페이지(www.mennoniteusa.org)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여섯 명으로 구성된 식별 그룹은 9월 4일 첫 모임을 시작했다.

이들은 2015년 미국 메노나이트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요더의 성적 탈선과 교회의 대응을 재조사해서 보고하고, 진실을 밝힌 피해자들과 요더의 회복을 도운 교회 지도자들에게 공개 감사를 표할 예정이다. 또한 교단 차원에서 회개와 치유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고 교회 지도자들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으로부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식별 그룹의 맴버이기도 한 쉥크 총장은 <소저너스>에서 "복음의 능력이 악에 참여한 우리를 회개하게 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화해의 기쁨 가운데 살도록 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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