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과 행정 보류하기로 한 예장합동 98회 총회 결의가 유명무실해졌다. 안명환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 등 교단 인사들은 여전히 한기총 행사에 참석하고 협력하고 있다. ⓒ마르투스 이명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안명환 총회장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총회 결의를 무시하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와 밀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안 총회장은 10월 18일 한기총이 주최한 신임 교단장 예배에 참석했고, 황규철 총무도 10월 22일 한기총 총무단 회의를 주재했다. 교단 구성원들이 총회 주요 인사들의 행보를 우려하는 가운데, 정치부(서재철 부장)는 한기총과의 행정 보류를 최소한 한 회기 동안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총회 임원회에 피력했다.

정치부는 10월 17일 임원들에게 총대들의 민의를 헤아려 한기총 관련 총회 결의를 처리해 달라는 서신을 보냈다. 정치부는 "98회 총회 결의는 (한기총이) 우리 교단의 결의를 존중하고 모든 목회자들과 교인들의 상한 마음을 완전히 해소할 때까지 최소한 한 회기 동안 예의 주시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기총은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한 경거망동한 행태를 사죄하고, 다락방 이단 해제를 규탄하는 신학교 교수 200여 명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도 취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치부는 10월 17일, 한기총과의 행정 보류를 최소한 한 회기 동안은 지속해야 한다고 총회 임원회에 서신을 전달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예장합동은 98회 총회에서 한기총과 행정 보류를 결의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임원회에 맡겨 처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안명환 총회장은 98회 총회가 파회한 바로 다음 주 기자회견에서 행정 보류를 풀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기총이 교단 목사 30명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단에서도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98회 총회 현장에서는 교단 목사에 대한 소송뿐 아니라, 신학교 교수 200여 명을 고소한 건도 취하해야 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한기총은 이를 취하하지 않았다.

다락방 이단 해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장합동은 81회 총회에서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했다. 올해 초 한기총이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하자, 교단 구성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다락방 이단 해제와 관련된 교단 인사들을 징계해야 한다는 헌의와 이참에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는 헌의가 줄지었다. 98회 총회 현장에서도 대다수 총대들은 탈퇴를 원했지만, 안 총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행정 보류에 머물렀다. (관련 기사 : [총회26] 예장합동, 한기총과 행정 보류)

98회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지만, 안명환 총회장과 황규철 총무를 비롯한 일부 교단 인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기총과 관계하고 있다. 한기총이 주최한 10월 18일 신임 교단장 취임 예배에는 안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게다가 안 총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기총과의 행정을 보류하기로 결의한 것을 사과하고, 빠른 시일 내에 행정 보류를 풀고 협력하겠다고 발언했다. (관련 기사 : 안명환 총회장, 한기총 행정 보류 사과)

총회 결의를 무시한 행보에 교단 구성원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정치권이 총회 결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총회의 권위가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것이다. 한기총 탈퇴 헌의를 올렸던 한 노회 목사는 "총대들의 민의를 반영해 잘 처리하라고 임원회에 맡긴 것이지, 몇몇 인사들 맘대로 하도록 결의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목사는 "행정 보류 상태이니 당분간 한기총에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 행정 보류는 총회가 결의했으니 총회에서만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락방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목사는 "이단 문제를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다. 다락방을 이단에서 해제한 것에 대한 한기총의 회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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